루살카 저주의 기록
에리카 스와일러 지음, 부희령 옮김 / 박하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루살카 저주의 기록」


지은이 : 에리카 스와일러
옮긴이 : 부희령
펴낸곳 : 박하
분량 : 546쪽
2017년 6월 1일 초판 1쇄본 읽음

 

 

간만에 무척이나 흡족한 만족도를 보여주는 작품을 만난 듯 하다.
책 한 권 읽어내는게 참 힘겨운 날들을 보내는 와중에 불과 일주일여만에 두툼한 책을 마무리 질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주는 몰입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증거라 생각된다. 울산에 일 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읽을 만큼 푹 빠져들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에리카 스와일러라는 작가의 작품인 「루살카 저주의 기록」 은 놀랍게도 저자의 데뷔작이다. 표지의 카피가 "숨 쉬는 것조차 잊게 만드는 매혹과 신비의 소설" 이라고 되어있는데, '매혹' 과 '신비' 에는 동의치 않을 수 없다.


책 속에는 아주 아주 오래된 책이 등장한다. 그 책이 화자인 사이먼에게 우연히 도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며칠간의 이야기와, 오래된 책 속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한 챕터씩 교차되어 전개되는데.. 책과 책 속의 책과 몇 백년의 시공간을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는 책 표지의 단순함과 오랜 가치를 지닐 수 있게 해 줄 디자인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리라. 아직 한국에서 외국 서적들이 보여주는 단순함속의 미학을 기대하긴 힘들기에 ..


원제는 「The Book of Speculation」인데 번역된 제목에는 '저주'의 기록이라는 제목이 부제가 붙었다. 그런 제목이 합당한가? 라는 의문이 책을 덮으면서 들긴 했지만 적어도 읽는 중에는 어느 정도 동의해 줄 수 있는 부분인듯도 하다. 루살카는 물의 정령, 인어, 셀키등 다양한 언어로 호명되는 신비로운 존재인듯하다. 소설 속에서 루살카는 선원들을 홀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세이렌에 가깝게 묘사된다. 셀키에 대해서라면 몇 년전 굉장히 아름다웠던 애니메이션 (특히 음악이 좋았었는데) <바다의 노래>를 찾아보시길 권해본다.


여하튼 오픈된 이야기를 좀 나열한다면 도서관 사서 사이먼에게 고서적상 처치워리라는 사람이 당신네 집안의 책인듯하며 보낸다면서 1700년대의 책 (기록서적) 한 권이 도착한다. 그 뒤 사이먼은 정리해고를 당하고, 집은 바다의 침식에 의해 무너질 위기에 점점 봉착하게 된다. 책을 조사하던중 7월 24일에 바다에서 익사한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또 어머니들이 항상 7월 24일에 익사한 것을 알게 되고, 사이먼은 집 나간 동생 에놀라가 갑자기 집에 돌아오자 곧 돌아올 7월 24일에 변고가 일어날까 걱정을 하게 되는데..


수백년전 유랑극단의 이야기가 담긴 책과, 그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신비롭게 묘사되고 현실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당대의 상황들을 날카롭게 반영한다. 그 대척점 속에서 빚어지는 신비의 안개같은 어슴프레함이 처연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맘에 드는건 소설들의 표현력이 아포리즘에 가깝게 간결해지는 속에서 고전적인 표현력 -뭐랄까 멀리 에둘러 시적으로 표현한다고 해야하려나- 이 보여주는 상상력의 힘을 잘 표출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인듯 하다.


「루살카 저주의 기록」은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묘사가 어떠해야 사람들로 하여금 필요한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한 작가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작가만큼 영리하고 냉소적인 사람이라면 코웃음을 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지 못하기에 이야기가 몽글몽글 만들어내는 정서에 푹 빠져들었던 것 같다. 판타지적 요소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향수와 과거 회귀의 정서는 담뿍 담겨있다고 생각된다. 오래된 고서적과 타로점, 어쩌면 마녀로 읽히는 루살카.. 저주.. 인어의 익사라는 모순.. 모든 것들이 얽혀서 하나의 테피스트리를 직조한다. 그 아름다움을 덮고 이 여름 꿈의 잠 속으로 빠져들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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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조피아 보로시 - 로컬 오브젝트 - New Series
조피아 보로시 (Zsofia Boros) 연주 / ECM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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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해주세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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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17-02-28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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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 세트 - 전4권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외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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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여..
이제 ‘듄‘을 재정비하여 출간해주시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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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새벽 세시
오지은 지음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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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가수는 어쩌면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다. 그 많지 않음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지은을 정의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라고 끝도 없이 얘기하겠지만 행보는 꽤나 당차게 디뎌왔다. 첫 음반부터 말도 많았던 2집, 세 번째의 우울함, 늑대들과의 협연이 보여주었던 실망감.. 최근 서영호와의 꽤나 괜찮은 고민의 결과를 들려 주었던 합작 앨범까지. 가수로서 뮤지션으로서 오지은은 여전히 맘 속에 갈망할만한 존재라고 생각된다.


조금 더 관심을 둔다면 꽤 많은 일본 만화들의 번역가 이름에서 오지은의 이름을 발견할 수도 있다. 번역이 직역이 아니라면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의 문학적 소양은 어찌보면 꽤 대단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 짐작은 그녀의 글에서 쉽게 증명이 되곤 한다.
출판사 '문학동네'의 카페에서 그녀가 연재하는 편지글의 뛰어남과 독특한 어투와 문체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오지은의 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거라 단언해본다.


그래서, 이제는 그녀를 작가라고 불러도 좋을까... 물론 그녀는 여전히 손사래를 칠 것이다. 속으로는 좋아할지 모르지만 그 부담감으로 또 고통속의 밤을 보낼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음악인들이 내는 책이란게 뭐 그렇지' 라는 선입견을 꽤 가지고 있는 편이다. 실재로 음악이 좋아서 그 사람이 낸 책도 많이 봐왔지만 대부분 실망해왔기에 그런 맘을 지니게 된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하였기에 오지은의 산문집 「익숙한 새벽 세시」 를 선택하는것도 많이 망설이게 됐었는데 위에 언급했듯이 문학동네 카페의 편지글에서 그녀의 글솜씨에 반해 버려서 더이상 고민할 필요 없이 선택하게 된 책 「익숙한 새벽 세시」


이 책은 대부분 오지은 내면의 고민과 궁시렁거림과 징징대는 소리들의 무한 반복이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그따위 책을 돈 주고 사서 읽어? 라고 말하실 거 같아 부연 설명하자면 그 고민과 징징거림의 모든 것들이 재미를 잃어버리고,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감각이 무뎌지고, 하루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구름처럼 무미건조한 날을 보내고 있는 30대, 40대.. 또는 그 이후의 세대를 아우른 모두의 맘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고민과 같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 뒷편에 다른 작가나 유명인들의 도움글(?) 같은게 박혀있는데, 거기 어느 작가가 '자기가 쓴 일기인줄 알고 여러 번 놀랐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내 맘이 딱 그러하였다.
맘을 들키고 생각을 공유하여 세상에 내놓은 오지은의 산문은 그래서 가치있게 읽힌다. 먼 데 있는 관념의 언어가 아니라 이 바닥에서 이 진창에서 같이 구르고 부데끼는 삶을 영위하는 동료로서의 고백이기에.


새벽은 창작하는 이에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정시 출근을 해야함이 없는 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벗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너무나도 익숙했던 새벽 시간. 지금은 멀리 있지만 또 언젠가 익숙해질 시간. 그 시간을 불쑥 맞이한다면 그녀의 고민을, 나의 우울을, 당신의 걱정을 함께 섞어서 마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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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정 - 더늠
허윤정 노래 / 악당이반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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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조화
너무 진부한 표현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거문고 명인의 무척이나 오랜만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은 그저 그 자체로 빛처럼 스며들고 있구나, 공기처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필요성처럼 다가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연하지도 않고 격정적이지도 않다. 가벼운 감성에 기대어 과거와 지금을 꿰어줄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소리는 그저 그 자체로 기본 위에 세월을 얹어내고 있구나 싶다.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이어서일까. 이 익숙함이 편안하고 늘 그 자리에 있어왔던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래서 좋은 음반이구나, 좋은 연주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조를 스쳐가고 만나는 후반부에서 거문고는 창을 만나고 해금을 만나고 장구를 만난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작곡자가 의도한 만남이기에 낯설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 원래 그런 옷이고 그런 음식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깊은 터치와 휘몰아치는 술대의 스트록 대신에 선택한 이 격동하지 않는 허윤정의 플레이는 그냥 그 자리에 있다. 청자의 생각이 닿아 천변만화하는 빛을 세상에 뿌리운다.
그 영롱한 색채 앞에서 늘 그 자리에 있는 빛의 뒤를 기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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