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정 - 더늠
허윤정 노래 / 악당이반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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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조화
너무 진부한 표현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거문고 명인의 무척이나 오랜만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은 그저 그 자체로 빛처럼 스며들고 있구나, 공기처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필요성처럼 다가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연하지도 않고 격정적이지도 않다. 가벼운 감성에 기대어 과거와 지금을 꿰어줄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소리는 그저 그 자체로 기본 위에 세월을 얹어내고 있구나 싶다.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이어서일까. 이 익숙함이 편안하고 늘 그 자리에 있어왔던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래서 좋은 음반이구나, 좋은 연주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조를 스쳐가고 만나는 후반부에서 거문고는 창을 만나고 해금을 만나고 장구를 만난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작곡자가 의도한 만남이기에 낯설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 원래 그런 옷이고 그런 음식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깊은 터치와 휘몰아치는 술대의 스트록 대신에 선택한 이 격동하지 않는 허윤정의 플레이는 그냥 그 자리에 있다. 청자의 생각이 닿아 천변만화하는 빛을 세상에 뿌리운다.
그 영롱한 색채 앞에서 늘 그 자리에 있는 빛의 뒤를 기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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