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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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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집권 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사상이나 관념만으로도 무차별적인 폭력을 자행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인간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를 보고 있으면 작은 원 안에서 서로를 밀어내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잃어버린 10년이라든가 좌익세력의 청산이라든가 하는 말들에서는 상대방을 밀어내려는 강한 적대감만 드러날 뿐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진보적이 되어야 하고 우리가 좀 더 진보적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생각에는 보수에 대한 반감이나 진보에 대한 오해가 전제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사회가 좀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기자와 법학자 조국 교수가 나눈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있는 진보’를 제시했다.

그들은 7개월에 걸쳐 (성찰의 기본적인 플랜을 제외하고) 사회·경제 민주화, 교육, 남북 문제, 권력, 사람까지 우리 사회 다방면에 걸쳐 ‘진보 집권 플랜’을 이야기한다. 사실 두 사람의 대화에 언급되는 내용이 진리인 것은 아니다. 진보 진영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또 실현 가능성이 부족한 내용도 있다. 혹자는 ‘좌빨’의 온상인 오마이뉴스가 위기의식을 느껴 이런 책을 냈다고 단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를 총체적으로 되돌아보고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나는 [진보 집권 플랜]이 추구하는 바가 진보 그 자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보가 ‘밥 먹여’ 주고 서로에게 ‘번질’ 수 있는, 그래서 ‘생활 진보’가 되는 것. 그것은 진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다. 조국 교수가 언급한 이원규 시인의 시처럼 “앞만 보며 추월과 속도의 불안에 떨지 말고”(옆을 보라 중) 살자는 것이다.

알라딘 서평용으로 받은 책 중 [진보 집권 플랜]은 진즉 읽었고, 뒤늦게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다보니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내용도 제법 많다. 진행자인 엘더르스가 푸코에게 왜 정치에 관심이 많은지 묻자 푸코가 대답한다. “저는 이렇게 되묻겠습니다. 왜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말아야 하나요? (중략) 저는 왜 정치에 관심이 많으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말아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정치에 관심 없는 것, 그거야말로 문제입니다.” [진보 집권 플랜]이 이야기한 것이 진보 그 자체가 아닌 삶이었듯, 푸코가 이야기한 것도 정치 그 자체가 아닌 우리의 삶이다. 역으로 우리는 삶을 위해 정치를, 진보를 생각해야 한다.

분명 이 책은 우리 사회에 진보에 대한 화두를 제시했다. 오연호 기자와 조국 교수가 나눈 ‘플랜’을 바탕으로 더 많은 진보가 이야기되기를, 그리고 그 진보의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은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숨 막히는 3년을 살고 있다. [진보 집권 플랜]에서 논의를 그치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팍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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