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자유>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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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이현우)가 <책을 읽을 자유>에도 언급했듯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로쟈의 서평을 읽다보니 “발간된 책은 같지만, 읽히는 것은 제각각 다르다”는 변용이 가능하다. 그가 10년간 읽고 엮어낸 책들 중에는 읽은 책도 있고 읽지 못한 책도 있지만, 이 책이 그 책이었나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리뷰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책의 재탄생
<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후 두 번째 책이다. 사실 그 책이 발간될 때만 해도 ‘영향력 있는 인터넷 서평꾼’ 정도로 소개되었지만 몇몇 기사와 글을 볼 때 그는 오히려 데뷔가 늦은 편이었다. 데뷔가 기존 형태와 다르다고 해서 그 가치가 낮춰질 필요는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표현처럼 ‘무려 600쪽밖에’ 안 되는 서평집을 출간한 것이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그가 쓴 서평을 모은 <책을 읽을 자유>는 전공인 러시아 문학은 물론 경제, 예술, 철학, 과학 등 전방위적 학문 지식을 매우 조밀하게 엮어 책 한권한권에 생명을 부여한다. 지식의 넓이와 깊이, 그리고 문장 곳곳에서 배어나는 상식은 ‘질투’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서평집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읽히는 것이 제각각’인 이유도 있겠지만 핵심이 사라진 서평을 발견할 때도 있고 취향에 맞지 않는 책들이 소개될 때도 많다. 서평집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의 시각을 읽는다는 의미다. 타인의 시각으로 책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로쟈의 서평은 서평집이라는 이유로 투덜댈 수 없다. 일단 ‘군침 흘릴 만큼’ 알짜배기 같은 책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소개되어 있다. 또 이 책에 수록된 서평들이 매체에 기고한 글이 많은데 이미 읽혀지기 위해 쓰인 글들은(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힘들겠지만) 서평에서 놓칠 수 있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게 한다.

지식의 그물코
사실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그 세계로 진입한다는 것은, 그들만의 정보를 아는 것과도 같다. 로쟈의 방대하지만 선별된 정보는 감사할 정도다. 앞서 언급했던 신형철이 로쟈에게 ‘빚을 졌다’는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신형철의 평을 조금 더 옮겨보면, “이번 책에서 로쟈는 문학 철학 역사학 사회학을 넘나들면서, 배치하기 짝짓기 지도 그리기 교정하기 등등의 테크닉을 발휘하여 저 ‘다양한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책 읽는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었기에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다. 가령 책 읽기에 강약이 있을까? 로쟈의 글을 읽어보면 그렇다. 대충 넘겨 읽는 책들이 있는 한편 원문까지 대조해가며 읽는 책이 있다. 지식을 엮는 방법이 있을까? 역시 그렇다.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행간에는 다양한 지식으로 그물코를 짜는 방식이 녹아있다.<로쟈의 인문학 서재>와 함께 로쟈 에세이-로쟈 서평으로 지식을 엮어내면 더욱 의미 있는 책 읽기가 될 듯하다.

질투는 나의 힘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들고 읽기에 묵직한 600쪽 분량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또 쉴 새 없이 눈과 머리를 회전하며 받아들여야했던 인문학 중심의 정보도 무거울 때가 있었다(학문은 의외로 몸을 써야 하는 것이다!). 10년, 아니 중학교 시절 읽은 <수레바퀴 밑에서>부터 시작한다면 30년 가까이 되는 무게이니 오죽할까 싶다. 그런데 지난 10년간의 서평이지만 최근작이 많아 그의 부지런함이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600쪽의 분량도, 인문학적 지식도, 질투에 활활 타오르며 읽어냈다. 로쟈가 ‘책을 읽을 자유’를 말했다면 나는 ‘질투를 할 자유’를 이야기하고 싶다. 기형도 시인이 말했던(하지만 의미는 조금 다를 수 있는), ‘질투는 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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