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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되어
김아직 지음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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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누구라도 동명의 그 노래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이야기로서는 관련이 없는 (어쩌면 은유로서는 관련있을지도) 이 책의 내용은 미리 예측이 힘들었습니다. 단순히 조금 재기발랄한 SF 인줄말 알았던 이야기는, 미스터리에 호기심을 갖고 따라 가다보면 예상치 못한 주제의식들을 만나게 됩니다.

우선, 이 작품은 흡인력이 좋았습니다. 장르소설이라고 할 수 있기에 특별히 어려운 표현이나 문장이 없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명쾌합니다. 더욱이, 미스테리 구조와, SF장르가 결합되어 몰입감을 잘 유지하며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미스테리 괴담인 로아노크 섬에서 사라지는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촬영현장에서 보조출연자들이 사라지는 미스테리한 집단 실종사건에 휘말려 사라진 동생을 찾는 강유어의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처음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등장인물을 보며, 최근에 본 웹툰 원작의 드라마 '닭강정'을 떠올리기도 했고, 먼지 같은 연관성을 떠올리며 영화 '어벤져스' 의 장면들을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른 소설, 영화들이 몇개 떠오르는게 있었지만,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언급은 여기까지. 그렇지만 이런 부분이 단점이라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재밌는 소재들이 무난하게 잘 섞여서 작가가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가 또 잘 담겨있으니깐요.

주요한 부분은 강유어 라는 주인공이 장녀, 맏이 라는 설정입니다.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나이에서부터 동생을 챙기며, 실제로 자신의 대한 자존감을 갖지 못했던 강유어 가 '이런저런 이유'로 동생을 찾아나서는 동안, 강유어 처럼 장녀였다가 먼저 그 책임과 의무로부터 벗어난 사촌언니의 이야기가 나란히 펼쳐집니다. 강유어가 사라지는 동생을 찾아나서는 과정은 SF 미스테리와 자아해방이 나란히 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흥미로운 상상력 속에서도 현실에 깊게 뿌리박힌 인물 때문인지, 의외로 머릿속에서 액션이나 스팩터클함 보다는 대한민국 현실형 SF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영화속의 스펙터클한 SF 를 상상하기보다, 2000년 이후 대한민국에서 매니아층을 거느린 여러 SF 작품들을 떠올리며 기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이 작품에서 물총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약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전개지만, 뭔가 이 소박한 현실밀착형 SF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는 무기가 어딘지 너무 현실적이고 소박해서 서글펐달까요.. 그렇게 이 작품은 분명한 현실의 화두가 SF 만큼 크게 작용하지만, 작품을 또 너무 좁게만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먼지가 되어]는 장녀라는 역할과 비교할순 없겠지만, 늘 타인을 챙기기만 했던 사람들,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를 삶의 중심에 두지 못했던 사람들 모두가 흡인력 있게 읽을 수 있는, 현실적 설정과 상상력을 통해 미스테리하게 풀어나간 장르소설 입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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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델 토로 - 타로카드 & 한글 가이드북
토마스 히조 지음, 송민경 옮김, 기예르모 델 토로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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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지인따라 호기심으로 타로를 하나 구입해본적이 있습니다. 리나쉬멘또 라고 이름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그 타로는 어딘지 우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타로로 기억을 하는데, 동봉되었던 설명서가 초보자에겐 너무 심플해서.. 일러스트만 좀 보고 방구석 어딘가에 봉인됐었지요. 그 후로는 간간히 지인들에게 타로 점을 보거나 했지만 제가 해볼 엄두도 못했는데, 우연찮게, 운좋게 새로 도전 해 볼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참여해서 그의 상상력과 작품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이 [타로 델 토로] 는 감독의 스타일이 듬뿍 담겨진게 그 매력의 시작이죠. 타로를 곧잘 사용(?)하거나 수집하는 분들에게 이 감독만이 줄 수 있는 그 유니크함은 말이 필요없겠습니다. 그로테스크하게 시작하는 첫 인상은 박스의 두께, 재질감부터 소장용으로서도 완벽합니다.

카드 들의 디자인 하나 하나 마다 감독의 상상력과 스타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박스만큼이나 카드들의 두께감도 상당해서 어지간히 다뤄서는 손상될 걱정도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종류의 타로들이 있겠지만 이 타로델토로 만큼 기이한 분위기는 찾기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이걸로 타로 점을 본다면 그 분위기도 사뭇 남다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리나쉬멘또의 전처를 밟지않기 위해 기대했던 한글 가이드북. 사실 책 정도의 크기를 예상했는데 오히려 세트로 딱 알맞은 크기라서 좋더라구요. 카드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여러 코멘트들이 실려있어서 카드의 가치와 사용을 더욱 빛나게 해줍니다. 아직은 도저히 쫙 펴보질 못하겠습니다.ㅎㅎ

아마 메뉴얼을 숙지하고 어수룩하게라도 타로 점을 보려면 가이드북과 카드를 찬찬히 심도있게 살펴봐야겠습니다. 아마 그때는 이 타로 델 토로의 가치가 더욱 스산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예상해보네요ㅎ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을 통해 탄생한 유니크한 일러스트와 감독의 코멘트까지 담긴 가이드북, 고급스러운 박스와 재질감으로 인해 타로 초보자부터, 콜렉터들에게도 무척 매력넘치는 타로가 될, [타로 델 토로] 였습니다.

이 서평은 #네영카 와 #한스미디어 의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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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 - 디즈니.픽사 합작 20주년 아트 컬렉션
존 라세터 지음, 강진호 옮김 / 인간희극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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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스토리룸의 원안 스케치들이 실린 디즈니&픽사의 아트북. 그 감성의 디테일이 어떻게 단순하게 시작되는지 보여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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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시나리오
황선길 지음 / 범우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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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애니메이션을 보며 꿈꾸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유아기 때부터 일정한 나이까지, 사람을 대신한 교육과 여가에 대해서 (옛날엔 '만화영화'란 말이 더 통용되었던) '애니메이션'은 시대가 변해도 그 활용도와 파급력이 작지가 않다. 현대의 바뀐 문화에 따라 게임, 영화 등 애니메이션을 대체하는 것들이 늘어만 가고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은 그 고유한 영역으로써, 그리고 그 외에 광고나 기타 영상효과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나리오, 나아가 스토리보드를 그리기 까지의 과정을 담아놓은 책이다. (물론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또한 포함되어 있다) 제목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애니메이션의 기원과 정의, 개념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간다. 1/3이 조금 못미치는 분량에서, 저자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독자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간과하기 쉽지만, 어쩌면 대단히 중요한 영화와의 차이점을 계속해서 짚어준다. 애니메이션은 그 동적인 부분에서 실사영화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선 애니메이션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분명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으 존재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자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에 대해서 크게 이렇게 요약한다. '생략', '과장', '왜곡'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필요한 부분을 영상으로 묘사해야한다고 한다. 물론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나란히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공유했고, 실제로도 기술적으로 크로스오버 되기도 하며, 많은 특성들을 서로 차용하기도한다. 애니메이션 같은 영화도 많이 나와있고, 영화와 같은 애니메이션도 많이 나와있다. 더군다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또한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를 즐겁게 했던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특히 대상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위에서 언급했던 특성들, '생략', '과장', '왜곡' 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잘 활용했었던걸 상기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은 초기에 아동용으로 많이 제작된게 사실이다. 그래서 개연성이 크게 필요없는 개그, 유머러스한 작품들이 많았다. 당연히 시나리오의 중요성 또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넓은 산업을 바라본, (아마 이것은 디즈니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러니깐 극장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어른들에게도 재밌는 만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시나리오는 더욱 중요해졌다. 또한 초기에 시나리오만을 갖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정확한 표현이나 감정이 부족함을 느끼고는, 시나리오에 그림을 포함시키던 것이 점차 늘어나 현재의 스토리보드 형태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점차로 영화에도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시나리오에 대해서 앞서 언급한 애니메이션의 특징인 '생략', '과장', '왜곡'을 중심으로 영화와의 차이점을 비교해가며 설명한다. 기획에서부터, 시나리오의 조건, 그리고 실제적인 쓰기에 대한 것이나 캐릭터, 대사까지. 기초부터 폭넓게 접근하지만, 시나리오만 놓고 본다면 조금 아쉬운건 사실이다. 영화와 차이점을 갖고 있긴하지만, 기본적으로 관객을 '재미있게' 해야하는 동적인 영상매체로써, 영화는 시나리오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두꺼운 책들이 나와있는데, 이 책에서 할애한 분량은 조금 외소하다랄까. 핵심은 짚어주고 있지만, 그것들을 세밀하게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압축된 감이 없지않아 있다. 애니메이션의 이해에서부터 특성, 시나리오 작법, 그리고 스토리보드, 부록으로 시나리오까지 일부가 수록되기까지, 폭넓게 접근함으로써 초보자에겐 좋은 개괄서가 되겠지만 전문적으로 약간은 아쉽다.

 

어쨌든, 개인 기록용으로 정리한 것들을 약간 덧붙여 본다면,

 

- 시나리오의 영상묘사는 1차는 영상으로 표현하다가 2차는 대사로, 더 부족한건 3차로 음악, 음향효과를 사용해야 한다.

- 시나리오 작가는 언제나 영상으로 표현하다가 최종적으로 막히면 대사의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또한 영상으로 표현한 것을 대사로 중복시키지 않는다. 시나리오 작가는 대사와 대사 사이에 많은 그림이 있다고 생각하고 숨은 그림을 찾아내야 한다. 설명보다는 간략하게. 

- 영상변화의 요소로는

 > 1. 형태의 변화

 > 2. 색채의 변화

 > 3. 사운드의 변화

 > 4. 시간의 변화

 > 5. 스토리의 변화 (과거, 현재, 미래의 이동 등) 이 있다.

- 작품의 흡인력은 등장인물의 성격, 외모를 얼만큼 뚜렷하게 묘사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인물은 외형보다는 성격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 시나리오 지문은 등장인물의 표정, 동작, 배경, 소도구묘사, 카메라 워킹을 서술한 부분이다.

- 모든 대사는 보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대사다. 주제와 연관돼 있어야 하고,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잘 선택해야 한다.

- 없어도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는 캐릭터는 등장시키지 말아야 한다.

- 성격의 변화는 필연적인 내적, 외적 변화에서 와야하며, 우연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 스토리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프닝, 내용전달보다 우선 보게끔 하는 요소가 중요하다. 

 

이 책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시나리오에 대해, 스토르보드에 대해 각각의 전문성은 아쉽지만, 한데 묶은 개괄서로는 그 역할을 다한다고 본다. 특히나 소싯적에 정말로 감동깊게 봤던 <흙꼭두장군>이 예시로 나온것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저자가 그 애니메이션에 제작에 참여했었다)

 

어쨌거나,

 

일본을 비롯한 국외에서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영상장르의 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대박(뽀로로와 같은) 을 빼면 사실, 성인 애니메이션은 깊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 최근의 <돼지의 왕>같은 작품들은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둔것으로 알고있지만, 천만관객시대를 여전히 잘 이끌고 있는 영화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외소한 모습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애니메이션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대접받는 날이 (다시)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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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화가들의 반란, 민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정병모 교수의 민화읽기 1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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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화에는 항상 주류와 비주류가 있다. 대중의 이목과 관심을 끌며 호흥받는 것을 주류, 대중에게 외면받고 특정 층에서만 호흥받는 것을 비주류 라고 한다면, 우리네 삶은 항상 주류와 가까이 가려고 애쓴다. 이 주류란 무엇인가, 길고 지난한 교육과 자본의 산물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미술교육과 좋은 화구들을 통해 그려진 많은 그림들이 우리가 알고있고, 만나려 하는 미술의 모습이다. 이것은 책, 영화, 음악 어느것에도 통용되는 것들이다. 대중은 항상, 우리 대중이 만들지 않은, 소수의 전문가들이 만든 작품들에 열광하고 탐닉한다. 실질적으로 그들보다 더 많은 이들의 대중이 '스스로' 이야기와 작품을 만듦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들은, 앞서말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좋은 환경에서 실제로 높은 퀄리티의 작품들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또 반면에 그런 것들에 길들여진 인식이, 그런 형식의 것들을 높은 퀄리티라고 인지하기 때문은 아닐까? 길가에 핀 꽃 한송이에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 산천에 핀 수놓은 꽃들을 더욱 아름답다고 인지하기가 쉽듯이 말이다. 또한, 보통의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여러 작품들과 다르게 소위 배운 이들이 만드는 희소성에도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문학작품과 음악에 한해서는 왜인지 이런 예는 무의미할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는 것은 거의 성장과정에서의 본능적인 한 코스와 같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짓는것과 음악을 만드는 일은 그에 비해선 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라서도 말이다. (이것은 표면에서 비롯된 상대성을 이야기한다) 

 어쨌든, 모든 인간이 예술적 기질을 가질수는 있지만, 모든 이들이 예술작품을 만들려고 하거나, 만들지는 않는다. 또한 많든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역사에 남거나, 어떤 다수의 사람들에게 보여지거나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항상 우리의 인식과 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먼, 기성화가, 기성작가, 기성감독, 기성가수 들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라고 일컬어 지기도 하는 것들. 미술관에 가서 유명한 한장의 그림에는 온갖 정성과 정신력을 쏟아부음에도, 실제로 많은 이름없는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은 실제로 접하기도 힘들고, 그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비난, 비판의 의도가 없는) 현실이다.  

물론, 대중들이 스스로 문화를 창조하고 만드는 일이 이제 낯선 일은 아니다. 이 민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글, 만화, 영상, 음악 등 많은 분야에서 지금은 인터넷이란 창구를 통해 접하고, 또 생산해간다. 이런 각각의 부분에 두터운 매니아 층이 있음도 사실이다. 사실 소수가 많든 문화에 반하는 문화는 항상 있어왔겠지만, 그 표현의 공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헌데,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것의 존재와는 별개로 그 수많은 것들을 얼마나 대중들이 기억하고 인식하느냐다. 매니아나 인지도가 얼마나 늘어나든, 결국 수많은 대중들을 움직이는 것은 주류 문화니깐 말이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민화에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은 곧, 지금껏 있어왔지만, 그 수만큼 조망받고 인정받지 못했던 숱한 문화에 대한 관심의 일환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항상,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대표 미술들이 아닌, 음지 아니, 평지에서 그려지던 자유 분방한 민화를 담는다. 김홍도나 신윤복등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만을 접하기 쉽고, 그보다 더 다빈치나, 고흐, 렘브란트가 그린 그림들만 접하기 쉬운 우리의 미술세계를 벗어나, 마치 액자(틀)를 거부하고, 그 틀 바깥에서 끝없는 자유와 불규칙을 즐겼을 민화들을 말이다. 

집안의 재정 상태와 신분, 환경, 그에 따른 정형화되고 집단적인 교육은 의도하든 아니든 어떤 틀을 만들었을 것이다. 구체적이고 치밀한 묘사나, 비율과 배치, 혹은 원근법이나 투시법 등 방법적인 접근부터, 좋은 작품의 기준이라는 것 까지, 그들이 정한 틀 안에서 그것들의 수준이 결정되기도 했을 것이다. 굳이 이 틀을 나쁜것이라 부를 필요도 없고, 그렇지도 않다. 분명, 좋은 교육이나 환경은, 그만큼의 학습을 거두지 않고서는 따라할 수 없는 예술적 경지에 다다랐다. 하지만 문관이 있으면 무관이 있듯, 유무형의 틀 밖에서 그려졌던 많은 그림들도 충분히 우리의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다. 서양에서는 환경과 상관없이 비교적 다양한 화가들이 알려진 반면에, 실제로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우리화가 들은 그 수가 손꼽을 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민화는 그 특성상 작가를 알기가 거의 어려워 보인다. 이 책 또한 화가가 아닌 그림을 다룬다) 

틀 바깥, 그러니깐 좋은 교육과 환경에서 그려지지 않은, 그림들 '민화'의 가장 큰 특징을 작가는 '자유로움'으로 꼽는다. 신분에 의해 사상과 활동의 제약이 많이 따랐을 화가, 혹은 사대부 들과 다르게 먹고사는 보편적인 모습을 제외하면, 그들은 어떤 사상과 활동의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거리를 그리지 않았다고 해서 귀향을 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방안에서 주경야독 해야만 하는 이들과 다르게 일상에서 항상 자연과 부대끼며, 상대적으로 제약이 없었을 그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처음 책을 펼치자 마자, 민화가 보여주는,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생소한 그림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상상력은 가히 '충격'으로 느껴졌다. 수많은 시간이 지난 민화가 대담함은 물론이거니와, 이토록 놀라운 상상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풍속화', '수묵화' 등을 우리 옛 조상들의 상징과 같이 생각해온 내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무지와 무관심이 참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될 정도로 말이다.  

자연을 담은 민화들은, 그 형태와 배치, 비율등이 기존의 통념을 벗어난다. 보이는 그대로, 혹은 '보여져야 할' 그대로의 모습을 벗어나, 그들은 자신들이 본 것과, 상상한것, 혹은 그렇게 그려보고 싶은 것에 대해 거침없는 그림들을 표현해낸다. 문자도와 같은 경우는, 그 형태와 상상력또한 놀랍거니와, 실제로도 주술적 성향을 띄었다고 하니, 마치 이우혁의 '치우천왕기'에서 문자를 하나의 주술적 무기로 사용했던 것이 절로 떠올랐다. 까치호랑이 그림은, 두려움의 대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극복하는 민중들의 의식또한 엿볼 수 있었다. 용에 관한 그림은 신화 혹은, 유행과 연결되있는 모습들도 보여준다. 

여러 민화들을 만나는 동안, 그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백성들의 삶과 애환, 나아가 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어떤 미신과 신앙을 더듬어 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배층이 그린 그림들과의 비교를 통해 민화가 어떻게 틀에서 벗어나 있는지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길상과 벽사를 위한 것임이 아닌 풍자와 해학을 위한 목적까지 엿봄으로써 고통받는 민초들이 삶을 견디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도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상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그림, 한편 한편의 민화를 통해, 가늠할 수 없는 가치를 알아보고, 그 시대의 문화의 흐름, (즉 사상이나 문화, 도구의 유입) 뿐만 아니라 생활의 변화에 따른 (극단적으론 전쟁과 같은) 인식과 관심사, 그리고 그에 따른 작품의 변화 또한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민화에 대해서 우리나라보다 실제로 해외에서 더 알아보는 가치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말이다. 이런 민화들이 적잖이 해외에 존재한다는 것은 하나의 아쉬움이자, 아픔이기도 했다.

 

<닭과 모란>, <신구도> 에서 보여주는, 그간의 인식을 깨버리는 대담하교 자유로운 표현과 상상력에서부터 시작하여, 불로장생/유토피아를 상징하는 <십장생도>같은 그림으로 마무리되는 이 책의 여정은, 민화에 대한 작가의 애착, 나아가 민화에서 뻗어나간 이런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대범함이 존재하고 또 인정받는 세상에 대한 작가의 염원을 이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게는 민화의 생명이 꺼지지 않고 우리 후손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과, 크게는 이런, 자유로운 정신이 끊임없이 우리의 세계의 곳곳에 또 존재하기를 바라는 염원 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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