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건
당신 스스로 주워 담은 수많은 광경이 만든 세상이다.
그 속의 생각과 느낌은 표현되길 기다린다.

- 미야자키 하야오 - P52

마야자키의 작품은 대부분 판타지나 공상과학 장르지만, 그의 *정치적, 사회적 태도와 *개인적, 직업적 관계가 *투영돼 있어 *‘실제 세계’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 P18

나라가 무너졌다
남은 건 산과 강뿐이네

-두보 - P28

*1930년대 말 일본 제국은 세계 곳곳에서 부러움과 공포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역사학자 로저 루이스가 말했듯 "*백인 남성으로 이뤄진 제국 지배 클럽"에 가입할 자격을 얻었다. - P30

미야자키 감독은 제로센의 팬벨트를 만드는 공장이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소유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미야자키와 스튜디오 지브리 동료들은 젊은 세대가 전쟁을 기억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폭격으로 검게 물든 비를 맞으며 새벽까지 몸을 웅크리고 떨었다.

결론은 단순했다.
"그런 공포를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어떤 면에서 보면 미야자키의 예술은 세계대전의 잿더미에서 피어났다. 천재를 탄생시키는 데에는 가족, 유년기, 교육, 문화 같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C. S. 루이스는 열 살에 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정신적 충격으로 죽은 자가 되살아나는 환상의 세계를 만들었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롤링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 가족을 떠나거나 괴롭히는 아버지를 등장시켰다.

예술가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초월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촉매제로 해 고통을 예술로 승화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 P34

미야자키는 트라우마보다는 인내의 미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처를 지울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오’다.

견디는 수밖에 없다. 치유할 방법은 없다.

그는 강정의 상처가 "인간존재의 기본 요소"이므로 "그저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 P35

초기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만화 버전부터 가장 최근작 <바람이 분다>의 마지막 대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마다 등장하는 *"살아야 한다."라는 주문에서 알 수 있듯이 *인내,
견딤, 수용은 미야자키 세계의 중요한 주제다.

미야자키는 *고통이 아닌 **회복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하지만 트라우마는 그의 삶과 작품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너무 가까이 있는 뭔가는 종종 제대로 보기가 힘든 법이다.

미야자키 작품들이 일본과 전 세계 관객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는 이미지는 희망과 회복이다. - P39

미야자키의 여러 걸작에서 주인공은 가족과 이별하며 *소우주의 종말’을 맞는데, 어느 일본 비평가가 말한 것처럼 아이들에게 이는 *"세상이 끝나는 사건"이다.

미야자키도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결핵에 걸리는 소우주 종말을 경험했다. - P40

그의 기억에서 우리는 양심의 소리를 듣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비현실적인 아이를 발견한다.
미야자키 세계의 아이들은 어른이 부담해야 할 책임을 마다하지 않는다. - P47

상실은 애도를 넘어서 예술의 동기가 된다. - P49

*학교에서 만화를 보는 학생은 나뿐이었다. 내가 사람들에게 직접 만화를 그리기도 한다고 말하면 그들은 날 바보 같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물론 이미 난 괴짜 취급을 받고 있었기 대문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만화의 *잠재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이야말로 *바보라고 생각했다. - P54

미야자키는 나이가 들수록 "내 안에서 어린 시절을 지우려고 했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를 성공한 예쑬가이자 애니메이터로 성장시켜준 도구들은 모두 어린 시절에 만들어졌다.

미야자키 역시 점령군의 교육 방식으로 문화적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일본을 증오하게 됐다.

미야자키는 전쟁의 공포를 알리기 위해 오히려 전쟁의 역동성을 치밀하게 그린다.

독서와 그림은 창의력의 분출구이자 점점 공허해지는 집에서 느껴지는 공포에서 벗어날 탈출구였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네 가지를 두려워했는데 그건 천둥, 불, 지진 그리고 아버지였다.

미야자키는 자신이 *허무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어머니가 한 말 중 "*인간에게는 *희망이 없어."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연합군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일본을 왼쪽으로 거세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냉전과 한국전쟁이 시작되면서 *개혁의 물결은 한순간에 멈췄다.

*안정이 변혁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점령군은 *역행 정책을 펴면서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전쟁 범죄자였던 정치인들을 다시 불러 요직에 앉혔다.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노동자들은 힘을 잃었고, 기대감에 부풀었던 많은 일본 시민은 점령군의 이 같은 노선 후퇴를 민주화와 서구 사상에 대한 희망의 *배반으로 여겼다. - P71

미야자키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마르크스주의가 필수 경제학 과목이었다.

*마르크스주의는 *전쟁 후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이후에는 점령군의 역행 정책에 실망한 지식인들이 전쟁 전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섰던 얼마 안 남은 *진보주의자들은 다시 *규합할 *또 다른 *이념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 P72

미야자키는 사회문제에 관해 진보적 태도를 고수해왔지만, 쉽게 *냉소주의나 싸구려 *허무주의에 빠지는 건 경계했다. - P75

원화가가 원화를 그리고 중간 동작을 그리는 동화가들이 원화와 원화 사이를 잇는 수많은 장면을 채웠다.

마지막에는 채색 담당자가 마무리했다. 이 과정은 그림 실력은 물론이고 속도도 중요하다. - P85

미야자키 세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파괴된 비행기는 죽을 때까지 싸웠지만, 마음속으로는 살고 싶었던 젊은이에 대한 애도다. - P112

한편 미야자키의 말처럼 *"기계가 아직 재미의 대상"이던 증기기관 시대를 그린 공상과학 장르 *스팀펑크’의 시각적 미학은 베른에게 받은 독특한 요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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