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로마인 이야기1~15>를 끝내며


로마 천년의 역사를 읽는데 3월부터 6월까지 꼬박이 넉 달이란 시간이 소요되었다. 물론 3월과 4월에는 로마인 이야기만 읽은 것은 아니었고, 5월과 6월에도 간식을 먹는 기분으로 다른 책도 한 두 권 읽었지만 이 넉 달, <로마인이야기>에 전력투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권수로 15권, 페이지수로 6,608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니 뭐, 넉 달이 걸렸다고 해도 크게 아쉬운 것은 아니다. 다만 막판에서 지루하게 늘어진 독서의 속도 때문에 오히려 다른 책을 못 읽은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한다. 

사실 재독인 9권까지는 1독 때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흥미롭게 진도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오현제 시기가 끝나며, 다시 말해 인프라를 조망한 제10권부터는 다소 책의 밀도가 떨어지지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함이 반감되었다. 특히 마지막 15권에 가서는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갑자기 문체가 바뀌어서 읽기가 어려웠다는 것은 아니다. 일단 한 나라가 멸망해가는 과정이 너무 지리멸렬하다. 이는 로마의 멸망은 결코 극적이 아니라고 저자 시오노도 지적한 바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로마인이야기의 후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10권~15권까지의 저작이 전작들에 비해 지루한 이유는 새로운 사실보다는 지난 이야기의 반복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를 이야기함에 ‘이미 앞에서 이야기된 부부이므로’라는 ‘친절한’ 사족까지 붙여가며 저자는 전 권에 서술했던 부분을 그대로 혹은 요약해서 옮겨 싣곤 하고 있다. 물론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앞의 책들에 기술했던 것을 그대로-때로는 서너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그대로 전제 인용한다는 것은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한다. 내게는 저자의 불성실, 혹은 저자의 게으름으로 비쳐졌다. 좀더 치밀한 자료조사를 하고, 그에 따라 전술한 바를 상기해야 될 필요가 있다면 그에 대해 아주 짤막하게 요약소개하거나 어느 권 몇 페이지에 있다는 식으로 기술한 뒤 본 주제로 넘어가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또한 아, 이제는 시오노 나나미가 더 이상 쓸 내용이 없구나. 책은 써야겠고, 그러다 보니 지면 메꾸기 식의 글쓰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라리 쓸 내용이 많지 않다면 쓸 수 있는 내용만 쓰는 것이 작가로서의 양심이 아닐까 싶다. 마치 인세에 욕심난, 욕심 사나운 할망구처럼 자신이 보인다는 것을 작가는 알까?

후반부 5권의 책을 지루하게 읽어가며 느낀 점은 이 정도로 해두자.

방대한 내용의 독서를 한 만큼, 그리고 이 책의 여러 가지 의미로 많은 이슈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두고두고 독서의 변을 써야 하리라. 시간이 나는 대로 그런 부분들을 정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선 생각나는 이슈들을 정리해본다.


1. 제국주의에 대한 저자의 시각
2. 로마는 문명국이고 다른 민족은 과연 야만족인가.
3. 저자의 영웅주의-카이사르는 ‘타고난 천재’이고 그래서 그가 창조한 로마제국은 정당한 것인가.
4. 기독교와 로마제국의 전통종교, 그리고 가톨릭의 여타 종교 및 여타 종파에 대한 태도
5. 4를 바라본 저자의 시각은 객관적인가.
6. 서양 문명의 근원을 로마로 보는 것은 타당한가.
7. 오늘날 위정자들이 로마의 지도자-황제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8. <로마인이야기>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역사물인가, 흥미물인가.-로마인이야기 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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