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것인가
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끼 지음, 서정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초판 본이 나온게 언제쯤이었던가. 아마도 1990년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으로부터 딱 15년 전인 1990년 6월 처음 이책을 읽었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그때 나는 이 책에 열광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내가 이 책을 읽었는지,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가. 깊은 망각의 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깊은 망각...어쩌면 난 이 책에 아무 감흥도 못받았을지도 모른다.

최근 마르크스 평전을 읽고 거기에 언급된 체르니세프스키를 기억하고 아,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읽었지 하는 생각을 했다.그리고는 책꽂이에서 애써 이 책을 찾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고백컨대 아직 다 읽지 못했다. 눈이 아플 정도로 작은 글씨에 한 면에 30행이나 들어있는 편집체제가 요즘 큼지막한 글씨에 익숙해진 눈에  낯설기도 했지만 얼른얼른 들어오지 않는 내용이나 지루한 문체가 독서의 속도를 자꾸 뒤로 잡아당기고 있다. 2/3쯤 읽었다.

그리고 내가 과연 이 책을 초독 때 끝까지 읽었을까 하는 의혹이 일었다. 그 평판에 비해 너무 허술한 구성과 정형화된 캐릭터, 사상전달의 강제성 등이 정말 낯설다. 레닌이 반했다는 인물 라흐메도프의 인물 묘사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물론 소설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을 무시하고 이 소설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문학작품으로서 그 영원성을 갖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상이 지배적이다.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고 읽는다하더라도 무한한 인내력을 요구하는 전개에는 꽤 인내심이 있는 독자라고 자처하는 나로서도 견디기가 힘들다.

문학의 시대적 사명을 익히 알고 동의하는 나지만, 그리고 체르니세프스키가 19세기말 러시아 급진적 진보운동에 기여한 바를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좀더 재미있고 긴장감 있는 전개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나는 낙제점 근처의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나는 곧 이책을 완독할 것이다. 물론 그 감흥은 별로 일거라는 예감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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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chysys 2024-05-12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수준만큼 보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