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교육입국론 (증보신판) - 혁신교육감시대를 위한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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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 교육감 시대를 위한 교육입국론. 이 작은 책은 나에게 폭탄 같은 충격을 주었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도올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교육에 대해 이렇게 강력한 어투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보아 그간 엄청난 사색과 결단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즘 학교는 들썩들썩하다. 진보 교육감 당선 이후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학교 현장은 평화롭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9시 등교 문제를 놓고도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 아닌 자율적 시행을 해야만 하는 교사와 학부모의 혼란은 겪어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니 언젠가는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자리잡힐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일련의 교육 현장의 변화가 오직 교사와 학생들에게 득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교육의 주체를 학생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학생은 오히려 객이고 교육을 시행하는 주체는 오로지 교사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를 지키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자신이 교육의 주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일개 교사'가 아닌 교육의 주체로서 맡은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막중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올이 주장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정책적인 면들 중 가장 공감 가는 부분은 대학 정책이다. 아무리 중고등학교에서 사교육을 억제하고, 수업 시간을 줄이고, 늦게 등교를 시킨다고 해도 대입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큰 홍수에 작은 도랑만 막는 격이다. 그는 전국의 국립대학을 통합하고, 등록금을 사립대학의 3분의 1 이하로 낮추며 주기적으로 교수들을 이동시켜 대학을 평준화하는 것, 그러한 통합 시스템을 통해 학점을 자유롭게 트랜스퍼 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머리 좋은 교육 정책가 분들이 중고등학교를 개선하기 전에 대입 제도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시간에 학원 문제집을 풀고, 시간만 때우고 가는 그런 학교가 아니라 학문의 상아탑으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학생들이 문제만 잘 푸는 괴물들이 아니라 인성이 갖춰진 성품 좋은 어른들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아무 생각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지 않고, 무엇이 우리의 미래와 아이들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인지 교사 각자가 고민하고 애써야 할 것이다.

 

- 의사가 되면 돈 잘 벌고 일경에게 정치범으로 몰리지 않고 별 탈 없이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었고, 법관으로 임관되는 영예를 누리게 되면 일본인과 거의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 착각 속에 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 집요하게 만연하는, 의대·법대병, 특히 경성제대 후신인 서울대에로의 집착병은 바로 이 식민지 멘탈리티의 완고한 연속태로써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52-53쪽)

- 한 국가에 소속한 구성원 전체를 국가의 돈으로 집단적으로 교육시킨다고 하는 발상은 산업혁명의 고도의 발전과 그에 수반된 20세기 민족국가의 성립, 그 이후에나 발전한 인류의 새로운 체험이다. 1세기의 실험으로는 아직도 인류가 이 대중교육이라는 체험을 정확히 이해하지 ㅁ소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육에 관한 한 서양이 우리보다 앞선 것도 없고 다 같이 문제투성이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국방비의 2배 가까운 돈을 대중교육에 쏟아붓고 있다. 대중교육의 소이연은 대중사회 즉 민주사회의 균질된 인력의 형성, 그리고 평균적 가치의 보편화라는 테제로 집약될 수밖에 없다. (58-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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