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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달콤한 노래
제목은 달콤한데 읽고보니내용은 전혀 달콤하지 않네
커버도 맘에 안들었는데 읽고보니 정말 딱이다 싶고
띠지에 적힌 글은 너무 자극적이다 했는데 읽고보니 이것도 마음이 찌르르...
아기가 죽었다. 단 몇 초 만에.
읽는 순간 동공이 확장되는 듯한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
두 아이를 키우며 경력이 단절 된 채 살다가 다시 멋진 변호사의 삶을 꿈꾸는 엄마 미리암
한눈에 보기에도 완벽해보이는 모든 조건이 맘에 들었던 보모 루이즈
하지만
"우리 보모는 천사에요." 라며 믿었던 여인에게 두 아이를 살해당한 이야기...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두려웠어요
보통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되었을까?' 를 궁금해하며 읽어나가는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이미 결과를 다 알려주고 시작, '그런데 왜 그랬대?' 를 궁금해하며 읽은 책이었네요
너무나 끔찍한 이야기라서 이런 나쁜 사람!! 하며 분노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자꾸만 공감이 되어서 두려웠답니다
차별당하고, 멸시당하고, 없는 취급 당하고....
무시 받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무시> 에 대한 이야기
이건 아니잖아! 틀렸잖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잘못된 선택에 대해 독자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 작가의 필력에 놀랐답니다
한 문장이 두 줄을 넘지 않도록 뚝뚝 짧게 끊어지는 형식도 이야기에 빠르게 몰입되게 해주고, 긴장감을 높여주네요
마치 운문 소설같이 깔끔하게 정돈된 문체
루이즈가 청소해 놓은 집 처럼 소름끼치도록 정갈했습니다
루이즈는 대답하지 않거나 겨우 답을 하는데 보모들은 이 침묵을 이해한다. 그녀들 모두 고백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무릎을 꿇었던 끔찍한 기억, 굴욕의 기억, 거짓말의 기억을 숨기고 있다. 전화기 너머로 겨우 들려오는 목소리의 기억, 끊어지는 대화의 기억, 다시 보지 못한 죽어가는 사람들의 기억, 이제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목소리도 잊어버린 아픈 아이와 그 아이를 위해 매일 요구되는 돈의 기억. 어떤 여자들은 다른 이들의 행복에 매기는 세금처럼 작은 것들, 별것 아닌 것들을 훔쳤다는 것을 루이즈는 알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의 진짜 이름을 숨긴다. 그들은 그녀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경계한다. 그뿐이다.
이 부분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어요 ㅠㅡㅠ
늦었지만 그녀의 '끔찍한 굴욕의 기억'에 손을 내밀어 따뜻하게 잡아주고 싶네요
올 해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어요!!!
미세한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했던 멋진 작품이네요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