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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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커버가 예뻐서 고른 책이에요
<전쟁> 이란 단어만 들었다면 손이 안 갔을 텐데 <요리사들> 이라니?
취사병의 이야긴가 보다...
음.. 그런데 미스테리? 추리작가협회상????
뭐야 그럼 추리소설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천사에 눈이 가긴 했지만, 아 참 그분.... 원래 이것저것 추천 잘 해주시는 분이라 믿을 수가 없다!!
그래도 요리 이야기가 나오겠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황, 주인공이 참전하게 되는 과정, 분대 소대 중대 등등의 군대용어 @_@;;;
내 스타일 아니구나.... 군대 얘기였구나....
그러다가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순식간에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추리를 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이미 이 작가님의 팬이 되었어요!!!

다시 봐도 신기한 작가님의 이력
미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이렇게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가님이 30대 일본인 여성작가님이라니!!
어느 것 하나 전쟁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
작가님은 왜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걸까 궁금해하며 또 다른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게 되었네요

전쟁터의 열악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전우애
끔찍한 전쟁의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마음을 나누는 젊은 군인들의 모습에 감정이입되어 읽다 보니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어느새 다 읽었더라구요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 또한 무척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어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애정이 생기고, 규율을 어겨가면서도 신념을 따르는 행동을 할 땐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딴 사람처럼 변모한 내가 이 화목한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 ......돌아갈 수 있을까."
"당연하지.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가족이 웃을 수 있는 건 렌즈 저편에 네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런 사진은 영원히 못 찍게 될 거다. 그러니까 살아야 해."
p.331 - 어머니가 보내온 편지 속 가족사진을 보던 티모시에게 던힐이 해준 말 



"소령님은 프랑스에 있는 연합군 최고 사령부가 관리하는 포로수용소에 후송되지 않을까 합니다."
"문제없네. 바스토뉴에 도착하면 내 부하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주지 않겠나?"
....
" 부하를 먼저 부탁하네."
폰 베데마이어 소령은 이런 상황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았다.
p.395 - 미군에 붙잡힌 독일 장교가 극단의 상황에서도 부하의 식사를 걱정하고, 치료를 위해 온 미군 의무병에게도 부하를 먼저 치료해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



"아픈 걸 참을 필요도 없고 아프지 않게 된 걸 떳떳하지 못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단다, 티모시. 수프의 맛을 들이는 거랑 마찬가지야. 조금씩, 서두르지 말고."
p.504 - 제대 후 집으로 돌아온 티모시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해주신 말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명백한 과오조차 정당화한다. 누군가가 이기면 누군가는 지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자를 다른 자유를 위해 싸우는 자가 쳐부순다. 그렇게 해서 증오는 연쇄된다.
p.523 - 마지막 페이지, 작가가 주인공의 입을 빌려 써 내려간 말 


사건의 가운데서 보여준 반짝이는 추리로 흥미롭게 읽어내려갔지만,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흔적으로 간직한 채 나이 든 군인들의 제대 후 이야기까지 만나보며 묵직한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글을 읽으며 어쩌면 작가님이 이 작품을 구상하신 건, 독일의 침공을 저지한 미국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도 반성하지 못하는 일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고 짐작해보았답니다

전쟁 이야긴 줄 알았더니 추리소설!
전쟁을 일으킨 독일에 책임을 묻는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어쩌면 일본에게 하는 이야기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끼게 해준 전쟁터의 요리사들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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