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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가 되었다. 

해는 넘어갔는데, 내 생각은 그대로이다. 나는 여전히 '나'를 몽상한다. 내가 절대 되어보지 못할 인물들의 감정선을 상상한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어떻게 지탱할까. 나는 어느정도 그들의 삶에 몰입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과 내 삶이 어떻게 다를까. 내 육체는 여기 이곳에 묶여 안온하게 숨쉬는 채 두고서, 몽상한다. 단지 몽상하지 않으면, 숨이 쉬어지지 않기 때문에, 앞날은 보이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여유로운 척 앉아서 물을 마신다. 물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가운데 침도 꼴깍꼴깍 삼킨다. 나는 나로부터 달아나고 싶고, 나에게 안주하고 싶다. 변화하고 싶지만 변화하고 싶지 않다. 올해도 여전히 그런 날들일 것 같다. 

작년엔 희망이 무엇인지 배웠다. 숨을 쉬기 위해 필요한 것. 절망만을 품고 사는 줄 알았던 나조차도, 사실은 절망이 일침이기를 바라는 까닭에 품었다는 것. 그 일침이 뭔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를 바랬다는 것. 그러고서 그 모든 무거운 짐을, 절망을 말로서 남에게 퍼부었다는 것. 말을 끝맺을 때 절망만을 쏟아내서는 곤란한 까닭은, 그것이 나만의 불평불만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몽상하면서 숨통을 찾고, 나를 벗어난다. 그러고서 내가 내지르는 글들은 누군가가 대신 품어주길 바라는 절망으로 가득차 있던 것은 아닌지. 그게 내가 살려는 발버둥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무리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들이 많다고 해도,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조금 더 넓게 포용해나가는 과정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행복하길 바라면서, 근데 그게 욕심이고 이기심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타자를 위한 것이라 하고서 나에게 돌아오는 콩고물을 기다릴 때 처절하게 느낀다. 정신적인 위안이 되었다는 말이 되돌아오길 늘 기다렸다. 결국 나는 나를 위할 수밖에 없기에, 모두가 동의할 수 없다는 것도, 숨쉬고 살려면 이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매번 이해하는 건, 나는 나를 움직이는 것도 힘겨운 무력한 존재라는 것 뿐이다. 그래도, 이것 또한 살아가는 필연적인 한 방법이라면, 나는 책을 읽고 몽상하고, 끊임없이 다른 세계를 꿈꾸는 것으로 그 사이를 메우려고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인간의 의미는 인간에게 있지 않고 인간과 인간 사이 그 공간, 여백이라 불러도 좋고 무어라 불러도 좋은,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점은 결코 인간에게 속하지 않는 그 공간에 있다.”(「배회」)




전소영 문학평론가가 추천사를 쓰며 퍼온 글이다. 나에게도 와 닿았다. 인간의 의미는 인간에게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인간의 의미를 인간에게서 아직 찾는다. 나는 이 간극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 작가는 이 간극을 어떻게 파악했을까.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미국 현대문학을 이끄는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대표작. 오츠는 1960년대부터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썼으며,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분야에 걸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통해 부조리와 폭력으로 가득한 20세기 후반 미국의 삶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천명관이 조이스 케럴 오츠의 말을 언급했다. 소설은 예술만 있으면 개인적인 것이고, 기술만 있으면 밥벌이에 불과하다. 그럼 그는, 적어도 소설에 예술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작가인 셈이니,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겠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기대된다. 




<출판사 제공 첫 소개>

20세기 유럽의 가장 훌륭한 역사소설로 꼽히는 <라데츠키 행진곡>의 작가 요제프 로트가 생애 마지막 넉 달을 바쳐 쓴 작품. '살아감'의 힘겨움을 술로 달래며 구원을 찾아 길 위를 헤매는 한 남자의 애환과 소망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낸 단편소설이다.


나는 사소한 이야기가 좋아졌다. 버로스의 '정키'라는 소설을 읽고, 나는 마약중독자는 아니지만, 구원을 쫓으며 허공을 짚는 내 삶이랑 어떤 면에서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다. 사소하게 노력하고, 사소하게 실패하고, 인생을 말아먹는 것처럼 보일 지라도, 그 안에서 숨쉬는 생명력이, 좋다. 이 소설에서 그걸 기대해도 괜찮을까.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전작 <굿바이 동물원>을 통해 특유의 날카롭고 위트 있는 문체로 경쟁사회에서 실패하거나 좌절한 이들의 웃픈 현실을 생생히 묘파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는 이번 작품 <두 얼굴의 사나이>에서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인격체의 등장으로 정체성의 혼돈을 겪으며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밀도 있게 그린다. 


재미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욕망이 꿈틀거리는, 찌질한 삶의 이야기 였으면.








<알라딘 밑줄긋기>

P.262 : 가끔 우리는 사실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약한 순간, 강한 순간. 
구원의 순간, 모든 것의 순간.

이 구절이 마음에 들어 가져왔다. 살아가지만 내 삶은 아니고, 도대체 나는 뭔지 모르겠는 상황들을 스쳐서, 과거를 붙들고 여기까지 왔다. 이 작가는 삶에 관한 어떤 통찰력을 이 책에서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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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05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끼님께 새해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영웅과 불굴의 의지를 말하지만 사실 우린 매우 나약한 존재죠. 찰라에도, 아주 긴 시간에서도. 들키지 않길 바랄 뿐. 하지만 초원에 내어 놓으면 바로 사자밥-_-(좀 웃으셨습니까. 요즘 벗을 웃기(그러고보니 우끼...님..)려는 가당치 않은 병이 생겨, 쿨럭쿨럭쿨럭;;;)
우끼님이 곰브로비치 <코스모스> 소개한 것도 반가웠는데, <거룩한 술꾼의 전설> 추천하신 것도 반가워요. 일전에 부코스키 책 놓친 걸 몇 권 샀어요. 버로스도 그렇고 그 절절한 망가짐도 좀 영웅적인 데가 있죠. 다른 세계를 꿈꾸는 자들의 모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우끼님께 웃는 일을 더 뿌려 달라고 하늘의 별을 보고 특별주문 할께요 :) 어머; 나 좀 느끼한 거 같아ㅜㅜ;

우끼 2016-01-05 22:44   좋아요 1 | URL
Agalma님 감사합니다 사자밥 좋네요 ㅎㅎ 영양식이었으면 ㅎㅎ 오염되었다고 싫어하면 어쩌나 ㅎㅎ
Agalma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가득 웃음으로 채우시길 기원합니다~~

서니데이 2016-01-21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끼님, 친구신청 해주셔서 감사해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우끼 2016-01-21 19:0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16-01-22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우끼 2016-01-22 19:40   좋아요 0 | URL
따뜻한 밥드시고 힘찬 저녁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