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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이방인’의 작가 카뮈의 다른 소설입니다.
제가 읽은 소설중에 가장 문제적 소설 한권을 뽑으라면 카뮈의 ‘이방인’입니다.
우선 ‘이방인’보다는 훨씬 대중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읽은 28에 이에 또 한번 괴질에 대한 소설입니다.
28이 인간의 절망을 그렸다면 ‘페스트’는 그래도 인간의 희망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앞에서 서술자가 페스트에 대한 연대기임을 밝혀 두고 시작합니다.
한적한 해안 도시 오랑을 덮친 페스트
의사인 리유를 중심으로 페스트와 투쟁을 시작한 타루, 오랑에 갇히게 된 신문기자 랑베르,
신의 형벌앞에 고뇌하는 신부 파늘루, 그리고 모두에 불행에 안도하는 문제적 인간 코타르.
정유정 작가의 “28” 이후 다시한번 전염병으로 고립되는 작은 도시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많이 다릅니다.
병에 걸린 환자를 열심히 그러나 객관적으로 치료하는 의사 리유, 아내의 죽음앞에 페스트와
끝까지 싸웠던 타루의 죽음앞에서 그는 여전히 의사였고 이 연대기의 서술자였습니다.
‘애브리맨’의 주인공 아버지 같은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페스트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그 시점에서, 가장 열심히 페스트와 대항했던 타루가 숨을
거두게 됩니다. 페스트는 삶이었다는 타루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굵은 기둥이 타루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의사의 치료를 거부하는 신부 파늘루의 모습에서 신앙의 역설, 끝까지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그러나 그 길을 걸어가는 인간인 신앙인의 모습을 보게됩니다.
매순간 매순간 의심하고 고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는 것,
이것이 신앙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모두의 불행으로 행복했던 코타르, 페스트를 이겨내는 그랑, 모두 인간의 한면이겠지요.
이책의 가장 절정인 장면은 너무나 잔인하지만 예심 판사의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죽었을 텐데, 한 사람의 죽음이 죽음으로 보일때 그제야 우리는
죽음을 알게되는 것 같습니다.
수십만의 죽음보다 소년의 죽음 앞에서 무력해 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참 안타깝습니다.
재미있게 읽기도 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확~~ 오는 뭔가가 있는 소설입니다.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