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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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내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쓴 작가님이다.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제목이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다. 확실히 내 기억 속 그분이 맞겠구나 싶어 얼른 두손에 받아보고 싶었다.
살아온 생에 대해 글로 풀어쓰는 일은 근사하고도 어려운 일이라 궁금했다.

📚사람들은 어려서 자랄 때는 모두들 꽃같이 되기를 바라지만 나이가 들 만큼 잡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삶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이생진 시인은 [풀 되리라]에서 이렇게 읊었다.

풀 되리라
어머니 구천에 빌어
나 용 되어도
나 다시 구천에 빌어
풀 되리라

흙 가까이 산다
죽음을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풀 되리라

꽃이길 바라던 시간도, 잡초같은 날들도 소중한 생의 이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와 달리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과 누려보지 못한 무언가는 부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책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과 사람에 대해서도 담고있다. 사진으로 담긴 페이지도 제법있다.
나의 삶을 풀어 쓴 내 이야기는 이렇게 두꺼운 한 권의 책이 되기도한다.

📚 글이란 내가 아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누군가가 읽어 줄 것을 기대하고 쓴다는 점에서 공급자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운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

500만 부 판매 신화를 쓴 작가이자, 문화 유산 전도사, 문화재청장 역임 등 이름 앞에 여러가지 수식어가 따라올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 덕분인 것 같다.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나의 글쓰기'에 대한 글이 이어진다. 그가 전해주는 글쓰기의 비법을 읽고 당장에 주옥같은 글을 써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곰곰 살펴보게 되는 페이지였다.
내가 중심이아니라 글을 읽게 될 상대가 중심이 되는 글을 쓰라고. 내가 쓰는 잡문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써내려가는 일기 수준이라 한참은 더 쓰고 공부해야 될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글은 쓴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박학다식한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던 티비프로그램을 책으로 보는 것만 같았다.
에세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했으나 빠르고 쉽게 넘겨지지않던 페이지가 많기도했고.
작가가 살아온 시간과 사람, 경험을 책으로 마주했으니 직접 만나 육성을 통해 전해듣고싶었다.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 지금도 강연을 많이 한다고하니 언젠가 기회가 닿지않을까 기대해본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나의인생만사답사기#유홍준#책#독서#창비#취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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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버라이어티 윈터 24 - 12g, 24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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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도서 구입할때마다 커피도 함께 구입해요. 이번에 새로 출시되었다고해서 겨울에 마시는 진한 커피의 느낌을 연상하며 구입했어요.
기대되는 마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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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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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82년생 김지영]이 출간 되었을 때 나는, 십 년 넘게 살던 곳에서 낯선 동네로 이사 와 유모차에 둘째를 태우고 동네 곳곳을 밀고 다녔다. 내인생의 책, 나와 맞는 책은 나의 시기와 맞는 책이 아닐까싶은데 그때의 나와 책은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던 것 같다. 몇해가 지나고 돌아보니 육아에 매진하던 나보다 한살 많은 김지영을 읽으며 함께 고군분투 육아의 시간을 견뎠고 이해했고 이해받기를 바랐다.
다시 또 시간이 흘러서 이번에는 사춘기다. 육아는 끝이 없다더니 이제 사춘기가 내발목을 잡고 있다.

신간소식에 관심이 많아서 어디선가 자주 살펴보는 편인데 작가의 인터뷰에 마음이 갔다. 방학을 맞은 사춘기 딸이 하염없이 핸드폰만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책 한권 분량이 되었단다. 아, 이건 또 내이야기가 되겠구나 싶어서 작가의 이전 책 [82년생 김지영] 만큼 읽고 싶어졌다. 주문하고 다음날 받아 본 청소년 소설 [네가 되어 줄게]은 오후내내 읽다보니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사춘기의 시간을 지나고있는 딸(윤슬)과 엄마(수일)의 일주일이 서로 바뀐다. 1993년 중학생인 엄마의 시간 속으로 2023 년 중학생 딸이 들어가게 된다. 엄마는 딸의 몸이 되어 2023년 중학생으로 살고. 글로 쓰고나니 어려운데 요즘 미디어에서 잦은 소재로 삼는 타임슬립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서로가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을 내가 아닌 네가 되어 살아보는 시간은 잠시지만 '나는 너를 이해해' 모드를 선물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는 묻지않기로 한다. 소설이니까, 소설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이므로.

📚p.65
왜 하필 윤슬이가 됐을까. 종종 윤슬이에게 '나도 내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슬이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고, 말그대로 나에게도 나 같은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시선으로 이 책을 읽고 있어서인지 책 속 엄마가 읊조리는 글 앞에서 자주 고개를 흔들었다.
온몸으로 주어진 삶을 살았던 우리 엄마도 대단하지만, 먹고 사는 일에 한 발 비켜서서 아이들만 바라보는 내가 미울 때도 많지만 나에게도 나같은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여전히 살가울 때 보다 무뚝뚝 할 때가 더 많지만 말이다.

📚p.123
나와 열 달 동안 한 몸이던, 그러고도 한참을 내 품 안에 있던 아기는 이미 우리의 세상에서 한 발을 뺐다. 윤슬이는 요즘 나에게서 부쩍부쩍 멀어지고 있다. 내가 모르는 친구, 내 허락을 받지 않은 약속, 내가 사 주지 않은 펜과 머리핀, 화장품, 닫힌 방문 너머에서 들리는 통화 목소리, 나에게는 말하지 않는 고민, 기쁨, 슬픔, 분노 들. 적당히 눈치채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도 하고, 모르는 척 넘어가기도 했다.

자주 방문을 닫는 시기, 방금 전까지 학교에서 어쩌고 저쩌고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입을 닫고 화를 내는 아이는 종종 내가 낳고 기른 내 아이가 맞나싶게 낯설 때가 많다.
책을 읽으며 내가 모르는 시간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이의 하루를 충분히, 마음을 다해 응원해야 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아이방 책상 위 널부러져 있는 옷과 교과서를 보고 또 잔소리를 퍼붓고 말았지만.

책을 덮으며 책 속 주인공들처럼, 나도 2010년생 딸과 일주일의 시간을 바꿀 수 있다면 최신유행 노래에 맞춰 완벽하게 안무를 숙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외래어가 난무하는 딸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싶어 웃음이났다. 숙제 안하면 공책 한바닥 빽빽하게 적는 '빽빽이'를
우리딸이 견딜 수 있을까싶어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십분 남짓이 멀다는 아이에게 산넘고 물건너(?)학교가는 길의 수고스러움은 몸소 겪게하고 싶은데...

건강한 엄마로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을 응원해주고 싶다. 사실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게 너무 많지만 윽박지르지 않겠다고 엄청나게 다짐해야겠다. 그게 잘 안된다. 책을 읽고 바뀌는건 역시나 순간인가 싶다가도 아이들의 엄마로 살 수 있는 삶에 더 충실해보기로 무한 다짐 또 다짐한다.

#네가되어줄게#조남주#책읽는엄마#청소년소설#북#책#독서#내돈내산#청소년아이와함께읽으면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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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뱀을 조심해 상상 동시집 28
이만교 지음, 오정택 그림 / 상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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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입으로 '조심해'라는 말을 들을 때면 귀여움에 웃음부터 난다. 동네에 사고가 많아 횡단보도 건널 때는 오토바이를 특히 조심하라고 했더니, 타고 있던 킥보드를 세워두고 조심하라며 걸음을 멈추는 모습을 보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책 [꼬마 뱀을 조심해] 는 동시집이다. 시집은 곁에 두고 꾸준히 읽는 편인데 동시집은 정말 오랜만이다. 큰아이가 어릴 때 사준 몽당연필이 들어간 제목의 동시집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꼬마 뱀이 귀엽게 그려진 표지를 보고 이제 한글을 알게 된 둘째가 뱀이 하나도 안무섭단다. 귀여워서 굳이 조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꼬마 뱀을 더 만나보기 위해 책장을 부지런히 넘기는 아이 곁에서 괜히 설렜다.

시인의 말도 동시다.
이 세상의 무엇으로 만들었길래 귤은 이렇게 맛있을까?
이 세상의 것으로 만들었으니 귤이 이 세상에 있겠지.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이 귤 안에는 들어 있네!
'이 세상의 것으로 만든 귤'의 맛은 내가 잘 알고 있는 맛과 같을까? 시인의 말을 읽으면서 잠시 아이가 되어본다.

📚p.20
딩동!
벨이 울렸습니다.
누구세요?
문을 열자 관리 아저씨가 물어요. 혹시 코끼리를 키우시나요?
엄마는 놀라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럴 리가요!
아래층에서 신고가 들어와서요.
위층에서 코끼리를 키우는 것 같다고...
공룡이에요!
...
...

층간소음을 소재로 쓴 동시에서 윗집에 사는 꼬마가 티아로사우루스를 키운다는 대목은 참 놀라웠다. 본인의 발걸음이 크고 둔탁한 게 아니라 키우는 공룡때문이라니, 이런 상상력으로 동시를 쓰는거구나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 길지 않은 동시 한편씩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사춘기 큰아이는 동시보다는 릴스, 유치원생인 둘째는 동시도 재미있지만 그림이 웃기다며 따라 그린다.
동시집을 함께 읽으며 아이들의 눈으로 그들의 생각을 좇아 갈 수 있었다.

소설을 쓰는 작가가 쓴 동시집이라 기대했는데 역시나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의 필력에 감탄해본다.

#동시집#꼬매뱀을조심해#서평단#책읽는엄마#북#책#독서#아이와함께읽는동시집#상상#이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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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재봉사의 옷장 - 2024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숲속 재봉사
최향랑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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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속 재봉사의 옷장>

표지만으로도 설렘가득한 봄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다. 향긋하고 고운 색을 입은 봄의 기운 가득한 책을 들고 기분좋은 떨림을 느껴본다. 그림책의 매력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즐겁고 좋은 마음으로 읽어내려 갈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한다.

최향랑 작가의 책은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전의 책들이 엄청 유명해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본 적이 있지않았을까 싶었다. <숲속 재봉사>, <숲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 <숲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 숲속 재봉사 시리즈의 신작이 바로 <숲속 재봉사의 옷장>이다.

자연에서 직접 모은 꽃잎, 씨앗, 열매 등의 재료와 색종이를 활용해서 계절의 풍경을 묘사해놓은 책의 페이지마다 새롭지만 익숙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숲속에 사는 옷 만들기를 좋아하는 재봉사가 산다.

그녀가 갖고있는 네 개의 옷장에는 계절에 맞는 재료와 옷이 들어있다. 입는 이의 몸에 꼭 맞춰 커지고 작아지는 신기한 옷들은 꼭 마법을 부리는 것만 같다.

봄에는 개구리, 곰, 담비, 오소리가 찾아오고 여름에는 두꺼비, 수달, 장지뱀, 어치가 반긴다. 패랭이 꽃잎으로 만든 원피스와 수레국화로 멋을 낸 모자, 물봉선화를 도르르 말아 만든 꼬깔모자와 수국 꽃잎을 겹겹이 풍성하게 만든 치마는 계절을 떠오르게 한다. 옷장을 열고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엿본 것도 같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계절을 즐기는 동물친구들은 내 아이의 표정이 되었다가, 어른이지만 여전히 어린 나 이기도 하다.

가을의 옷장에는 너구리, 고슴도치, 멧돼지가 찾아와 가을분위기 물씬 담은 옷을 나눠입는다.

겨울이 찾아오고 여우, 삵, 청설모, 토끼가 옷장 문을 열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옷을 찾아입는다. 아름다운 옷을 입고 고운 모습으로 첫눈 내리는 숲에서 눈사람을 만든다. 달빛 환한 밤에는 밤하늘을 함께 올려다보기도 하면서 한 계절과 하루가 저물어간다. 숲속 옷장은 봄을 기다리며 닫히고 동물친구들도 겨울잠에 빠져들며 책은 마무리된다.

비가 와서 꽃잎이 떨어지긴했어도 벚꽃잎 고운 봄이다. 꽃을 보고 있기만해도 마음이 옅어지는 기분이다. 어릴적에 봄을 이토록 기다렸던가 싶다. 요즘은 내가 맞을 봄이 내 생에 몇번째 봄일까 싶어 욕심을 내었다가 겁을 내기도 한다.

그림책 덕분에 일곱살 꼬맹이와 계절의 변화에 대해, 계절에 볼 수 있는 동물과 꽃들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엄마의 짧은 지식은 책 속 가득한 고급 정보에 슬쩍 묻어가기도 하면서.

고운 책, 애쓴 책, 행복해지는 책 잘 읽었습니다♡

책상 앞에 도란도란 마주 앉아 꽃잎으로 옷장 속 드레스를 만들어보고 싶은 날이다.

#숲속재봉사의옷장#최향랑#창비#숲속재봉사#그림책#독서#책추천#책육아#추천도서#서평단#책읽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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