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재봉사의 옷장 숲속 재봉사
최향랑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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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속 재봉사의 옷장>

표지만으로도 설렘가득한 봄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다. 향긋하고 고운 색을 입은 봄의 기운 가득한 책을 들고 기분좋은 떨림을 느껴본다. 그림책의 매력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즐겁고 좋은 마음으로 읽어내려 갈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한다.

최향랑 작가의 책은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전의 책들이 엄청 유명해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본 적이 있지않았을까 싶었다. <숲속 재봉사>, <숲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 <숲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 숲속 재봉사 시리즈의 신작이 바로 <숲속 재봉사의 옷장>이다.

자연에서 직접 모은 꽃잎, 씨앗, 열매 등의 재료와 색종이를 활용해서 계절의 풍경을 묘사해놓은 책의 페이지마다 새롭지만 익숙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숲속에 사는 옷 만들기를 좋아하는 재봉사가 산다.

그녀가 갖고있는 네 개의 옷장에는 계절에 맞는 재료와 옷이 들어있다. 입는 이의 몸에 꼭 맞춰 커지고 작아지는 신기한 옷들은 꼭 마법을 부리는 것만 같다.

봄에는 개구리, 곰, 담비, 오소리가 찾아오고 여름에는 두꺼비, 수달, 장지뱀, 어치가 반긴다. 패랭이 꽃잎으로 만든 원피스와 수레국화로 멋을 낸 모자, 물봉선화를 도르르 말아 만든 꼬깔모자와 수국 꽃잎을 겹겹이 풍성하게 만든 치마는 계절을 떠오르게 한다. 옷장을 열고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엿본 것도 같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계절을 즐기는 동물친구들은 내 아이의 표정이 되었다가, 어른이지만 여전히 어린 나 이기도 하다.

가을의 옷장에는 너구리, 고슴도치, 멧돼지가 찾아와 가을분위기 물씬 담은 옷을 나눠입는다.

겨울이 찾아오고 여우, 삵, 청설모, 토끼가 옷장 문을 열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옷을 찾아입는다. 아름다운 옷을 입고 고운 모습으로 첫눈 내리는 숲에서 눈사람을 만든다. 달빛 환한 밤에는 밤하늘을 함께 올려다보기도 하면서 한 계절과 하루가 저물어간다. 숲속 옷장은 봄을 기다리며 닫히고 동물친구들도 겨울잠에 빠져들며 책은 마무리된다.

비가 와서 꽃잎이 떨어지긴했어도 벚꽃잎 고운 봄이다. 꽃을 보고 있기만해도 마음이 옅어지는 기분이다. 어릴적에 봄을 이토록 기다렸던가 싶다. 요즘은 내가 맞을 봄이 내 생에 몇번째 봄일까 싶어 욕심을 내었다가 겁을 내기도 한다.

그림책 덕분에 일곱살 꼬맹이와 계절의 변화에 대해, 계절에 볼 수 있는 동물과 꽃들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엄마의 짧은 지식은 책 속 가득한 고급 정보에 슬쩍 묻어가기도 하면서.

고운 책, 애쓴 책, 행복해지는 책 잘 읽었습니다♡

책상 앞에 도란도란 마주 앉아 꽃잎으로 옷장 속 드레스를 만들어보고 싶은 날이다.

#숲속재봉사의옷장#최향랑#창비#숲속재봉사#그림책#독서#책추천#책육아#추천도서#서평단#책읽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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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쌓는 마음 마음의 지도
윤혜은 지음 / 오후의소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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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동안 일기를 쓴 사람.

사실 기간만 봐서는 일기를 쓴 것을 넘어 기록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완성된 책의 형태로만 보던 글을, 펼쳐진 채로 두꺼운 종이 상태의 교정지로 만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표지가 없고 편집이 덜 되긴 했어도 내가 아는 책의 형태로 된 가제본은 몇 번 마주한 적이 있었는데 교정지는 생소했다.

아직 책으로 만들어지기 전의 교정지를 두 손에 받아들고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양 여겨지던 알 수 없는 기분이 좋았다. 종이의 순서를 흐트러지지 않게 볼 자신이 없어서 아이들과 자주 가던 집 앞 문구사에 교정지를 들고 갔다. 이만한 종이를 집을 수 있는 크기의 튼튼하고 넓고. 깊은 집게를 살 수 있냐고 물으면서 내 표정은 사뭇 비장했을 것이다.

<매일을 쌓는 마음>은 어떤 순간이 한 번뿐이라고 생각하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저자가 쓴 책이다. 노력한 만큼 오지 않는 것에 대해 억울한 심정이 없는 사람. 일단 시도하면 무엇이든 남는다는 인과에 조금 더 감격하는 편이라는 사람.

스스로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관대한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대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이상하리만치 타인을 이유로 들던 사람들을. 오히려 나는 그 반대라 스스로한테 관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이 부럽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했던 것 같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하나에서 비롯된다고 했는데 저자가 자신의 성향을 덤덤하게 써 내려간 문장이 이상하게 좋았다. 그동안 정성을 쏟은 관계나, 일에 있어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힐난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p.11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난다. 내가 나의 기억들 속에서 안온하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제는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잘 기억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기록보다 기억하려는 노력에 더 시간을 쓰는 밤을 보내고 싶다. 기억의 부피를 내 안에서 키울 수 있도록.

단단하게 살아낸 십 년의 기록을 꺼내 읽어보는 느낌의 책.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마음에 품고 오래 노력하고 시간을 보낸 사람은 결국 원하는 것에 조금씩 닿고 있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나는 알았다.

2년 동안 두 편의 장편과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완성한 저자의 노력은 책이 되어 독자를 마주하게 된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하루를 기록하는 일에도 진심인 사람의 소설은 어떤 글일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이 들었다.

‘쌓는 마음은 기다리는 마음과 닮아있다.’라는 글을 보면서 나는 어떤 것을 쌓고 있는지, 닿아있는 마음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떠오르는 간절한 무언가를 오래 생각했다.

책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며 빚어낸 마음에 관해 쓴 단락은 최근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된 내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길지 않은 글을 쓸 때마다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문장으로 연결되는 것을 볼 때면 글은 결국 내 생각과 시간을 담는 이야기구나 싶다. 주변의 말에 휘둘리는 사람으로 살지 말고 내가 기준이 되어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을 자주 만난다. 글을 쓰는 사람의 첫발은 주제가 아닌 양이 되어야 한다는 어느 작가님의 말이 떠올랐다. 매일 주어진 양을 쓰다 보면 글을 쓰는 일에 자신감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

그리고 무엇이 되지 못하더라도,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삶도 꽤 근사할 거라는 기대가 들었다.

p.103

한 번씩 찾아오는, 특정 시절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걷다 보면 희미해졌다. 어떤 하루엔 그 모든 일을 통과하고 웃는 오늘을 맞이했구나, 하고 내가 건너온 시간의 길이를 체감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p.177

나는 몇 시간이고 가뿐히 걸을 수 있으며 햇볕을 충분히 쬐면 기분이 즉각적으로 좋아지고, 그런 순간엔 늘 혼자라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는 대신 내가 때때로 그 외로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

오늘은 봄맞이 혼자 산책 겸 호수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호수가 바다같이 느껴져서 멀리 있는 고향 바다와 아빠를 생각했다. 섬의 바다에서 어부의 하루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아빠의 오늘은 어떤 생선으로 채워졌을까. 몇 시간이고 가뿐히 걸을 체력은 없지만, 부실한 발목과 무게가 많은 몸을 탓하지는 않았다. 대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만한 것이 내겐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걸으니 호수가 예전처럼 멀고 넓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매일을 쌓는 마음으로 몇 시간이고 걷고 쓰는 사람이 써 내려간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마주할 수 있어 반가웠다. 차가운 공기가 볼에 스칠 때마다, 손끝을 아리게 만들 때마다 봄을 기다렸는데 오래 기다린 만큼 반가운 봄을 닮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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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초능력 찾기 저스트YA 7
이진 외 지음 / 책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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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숙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커가는 아이의 마음도 제대로 모르면서 내방식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나의 요즘은 매일이 반성이고.
청소년이 된 아이와의 간극을 좁혀보고자 봄부터 시작된 청소년 소설 읽기는 순항중인데 여전히 아이는 멀리있다.
초능력이라도 있으면 아이가 원하는걸 바로바로 알게돼서 마음이 가벼워지려나 싶다가도 결국 앞으로의 수많은 선택은 아이의 몫이다싶어 내려놓자 다짐하고 또 하는 날들이다.

초능력...
책<숨은 초능력 찾기>는 초능력을 가진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다. 동물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하는 아이, 손길이 닿은 타인의 미래를 보는 아이, 아픈 곳을 알아차리고 치유능력이 있는 아이.
책을 읽다가 초능력은 타인의 마음을 알고싶어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싶었다. 관심이 가는 상대에 대한 애정이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한 것 같았다.
내가 아끼는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아픈건 싫은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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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5"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지 뻔히 알면 숨 막힐 것 같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인생이 재밌는 거 아닐까?"

자주 가던 편의점에서 여느때처럼 도시락을 사먹고 난 후 손이 닿으면 상대의 미래가 스쳐지나가는 초능력을 얻게 된 소녀가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친구에게 진지하게 말하는 부분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이 통째로 담긴 것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 '너에 대해서라면 네 가슴이 알고 있는 법이야. 어떤 게 즐거운지로 결정해' 단 한줄의 문장을 아이에게도 읊조려주고 싶었다.
네가 살고싶은 삶을 살아라는 간절한 마음도 담아서.

청소년 소설은 내가 모르는 청소년들의 심리가 반영되어있어서
새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가 배우게 되기도한다.
물론 이런건 청소년 소설뿐만아니라 책을 읽으며 내가 배우게 되는 점이기도하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사는 삶, 아이도 어른도 모두 그렇게 잘 살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자주 책 속 주인공 아이들의 마음 곁에 가 앉았다. 오늘 기말고사 시험 첫날인 아이에게도 응원하는 엄마의 마음이 가닿으면 좋겠다.

#숨은초능력찾기#이진#하유지#탁경은#단요
#책폴#책읽는엄마#도서서평#도서리뷰#책리뷰#도서지원#책#북#서포터즈#서평단#청소년소설#북스타그램#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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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향하는 길 - 열두 밤의 책방 여행 걸어간다 살아간다 시리즈 6
김슬기 지음 / 책구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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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15년, 엄마로 산 지 13년, 올해 중학생이 된 큰아이는 이제 엄마의 도움 없이 자신의 일상을 산다.

누나와 여덟 살 터울이 나는 둘째는 여섯 살.

아직은 혼자 할 수 있는 것보다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많지만 요즘 부쩍 '혼자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내뱉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육아 중이고, 걱정 가득한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던 큰아이가 어느덧 자라 스스로 일어나 학교 가고 학원 다니고

쉬는 날에는 자기가 정한 규칙대로 보내는 하루가 내심 반갑다가도 건조하게 내뱉는 말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고

둘째 육아를 하면서 종종 우울감이 올라온다.

언제까지 나는 내가 아닌 엄마로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느 책에서 보니 '엄마의 역할'에는 끝이 없단다)

아이들이 예쁘고 수많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내게 와준 것이 고맙다.

하지만 추워진 날씨 탓에 코가 막히고 기침을 하면서 하룻밤에도 몇 번씩이나 깨서 울 때면 내 삶이 지난하다 싶어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결혼한 지 15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집에서 전업주부로 지내는 내 모습이 능력 없는 중년의 여자 같아서 속상할 때가 많다.

모든 것이 아이들 탓인 양 나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함만 가득 안고서.

책 <나로 향하는 길>은 엄마 10년 차에 떠나는 저자의 책방 여행기이다.

평소에 크고 작은 책방 검색을 자주 하는 편이고 궁금하면 찾아가 보기도 했는데 전국에 이렇게 책방이 많았던가 싶을 만큼 책 속에 나온 책방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었다.

작가가 책방 여행 가는 길에 읽은 책도 궁금해서 따로 메모해 두었다.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열차를 돌려 거꾸로 가야 할 것만 같았다. 휴대전화를 꺼내 다음 여행 날짜를 확인했다.

얼른 또 가고 싶다는 열망만이 솟구쳤다. 혼자 있고 싶지만 정작 혼자일 땐 가족들이 보고 싶고,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지만 정작 집에 갈 땐 다시 혼자만의 여행을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라니...

혼자만의 첫날밤 가득했던 것은 남편과 아이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이었다. 그 절절한 마음에 내가 계속 혼자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 마구 걱정을 했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열차를 타는 것만으로 그 걱정을 말끔히 해결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면 내가 좋아하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거나 멍을 때리거나 혼자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다가도 눈앞에서 안 보이면 걱정이 되곤 한다.

별다를 게 없어도 내 손으로 차린 한 끼의 밥과 부쩍 추워진 날씨에 마스크는 제대로 썼을지, 내 눈이 따라가지 않은 곳에서

다치지는 않을지 온갖 세상의 걱정과 고민이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마음이 편한 것이 좋은지 몸이 편한 것이 나은 것인지 좀처럼 알 수 없다는 듯이.

혼자 있는 시간을 꿈꾸지만 한 달에 한 번 혼자가 되어 떠나는 책방 여행은 외로움을 가져다주었다. 가보지 못한 곳, 누리지 못한 나만을 위한

시간이 부럽고 대리 힐링이 되면서도 홀가분한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외로움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열두 번의 책방 여행을 다니면서 그마저도 익숙해져가는 모습이 좋았다.

나를 위해 내어준 시간, 여행지에서 만난 책을 마주할 때면 나도 거기에 가닿은 것만 같았다. 어떤 기분으로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골랐을까

싶었다. 지금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시간 역시 내게 오롯이 내어주는 나만의 위로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저자도 차를 타고 가면 빠르게 갈 수 있는 거리를 일부러 걷거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세상이 정한 기준과 시간을 넘어

자신만의 계획과 방식으로 온전하는 누리는 시간이 보기 좋았고 생활 속 작은 것부터 비교했던 오래전의 나를 떠올렸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직장을 다니는 일도 모두 남과 비교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아이의 개월 수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 참고만 해도 좋았을 텐데

어리고 미숙한 엄마였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남들과 똑같이 하지 못하는 내가 바보 같았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지금은 나만의 속도대로 사는 것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저자처럼 1박2일 책방 여행은 아마 앞으로도 가지 못하겠지만 책 속에서 만난 또 다른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보거나 구입해서

읽어보는 것으로 힐링을 대체할 생각이다.

나를 달래 줄 나만의 방법으로 '나로 향하는 길'을 찾아야겠다.

오늘의 우리는 어제의 우리에서 왔다.

그래서 매번 말하고 다짐했다.

오늘에 집중하는 삶을 살자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보내자고.

나로 향하는 길


#나로향하는길

#김슬기

#책구름

#열두밤의책방여행

#걸어간다살아간다

#책읽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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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어루만지면 창비청소년문학 123
박영란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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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겪는 일들이 꿈같을 때가 있다.

다시는 꾸고싶지 않은 꿈 이기도 하고, 오래 두고 기억하고 싶은 꿈일 때도 있고.

살아오면서 대부분의 '꿈같은 순간'들은 전자였다.

꿈이라면 빨리 깨고 싶고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결심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득하고 서럽고 눈물이 나던 순간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에 기억에서 멀어져가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가 겪는 이런 경험이 '시공간을 넘나든다'는 표현과 맞닿는다면 이해하기가 괜찮을 것 같은데, 신의 영역같기도 하고

과학의 영역같기도 하고 상상의 영역같기도 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 마주했다.



책 <시공간을 어루만지면> 속의 인물들은 복잡하고 안타까운 삶의 경험을 마음에 담고 산다.

부부의 처음은 서로 같은 곳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되면서 가족이 해체된다.

부부가 흔들리는 순간들을 마주할때마다 더 많이 흔들렸던건 아직 어린 아이들이었다. 아빠의 부재, 엄마의 피로는 아이들의 마음에 슬픔을 남긴다.



남들과 똑같이 살면 된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다.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비슷한 평수의 아파트에 살아야하고 남들이 가는 곳으로 여행을 가고, 남들이 좋다는 음식을 먹으러 가고, 비슷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살면 그뿐이라 여기던 때가 있었다.

결론은 남들처럼 살기는 어렵다로 끝났지만 말이다.

남들과 똑같이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결혼하고 나이먹고 꽤 늦게 깨달았다. 깨닫고나니 마음에서 놓게 되는 부분도 있고 받아들인 점도 있다. 홀가분해지기도 했고 무겁기도 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안정이 찾아왔다.

책 속 가족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남들과 비슷해보이는 가정이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니 상처를 입은 부부가 있었고,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던 아이들이 있었다.

아버지의 부재로 엄마는 가장이 되어 직장을 찾았고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상한 집, 이상한 소리, 이상한 것이 가득한 곳에서 숨어살던 1층 가족들을 만나게 되고 서로의 상황에 대해 애써 궁금해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감정들과 마주한다.



책을 읽으면서 1층 가족들의 행복을 빌고 또 빌었다.

2층 가족들은 일상의 평온함을 찾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살짝 놓였고.

눈을 감고 소리를 떠올려 본다.

미세한 입자들이 마주치는 소리.

이른 아침 알싸한 공기 속에서 안개와 꽃향기가 서로 부딪는 소리.

멀리서 오는 종소리 같은, 가까이서 오는 쇳소리 같은.

소리가 나를 그곳으로 이끌어 준다.

처음 그 집에 발을 들이던 날, 그 순간으로.

시공간을 어루만지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꽃향기가 가득한 어떤 공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코로 느껴지던 싱그러움이 그랬고, 활자 속에 머금은 물기가 그랬고, 새의 소리인지 종소리인지 내 귀로 전해져 울리는 것 같았다.

우리가 마주하는 매 순간 삶의 장면들이 어쩌면 하나로 이어져 어느 것이 경계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시공간이기도 한 것 같아서 새로웠다.

오래전 기억에서 어린 내가 찾아오기도 하는 밤이면 어쩔 줄 몰라 울기만 했던 내가 떠오르기도 했다.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애틋한 마음에 대해 오래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이다.

#박영란
#시공간을어루만지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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