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짜 나를 찾아라 (양장)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2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날은, 나의 섣달 그믐날은, 나의 마지막 날은 아무도 기약할 수가 없습니다….언젠가는 반드시 그날이 와요. 내 섣달 그믐날이 온다니까요."
섣달 그믐날은 음력 12월의 마지막 날을 의미하는 말로, 이 글에서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죽음을 상징하고 있다. 법정 스님은 우리가 이러한 한계를 자각할 때, 인생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끝이 있음을 알 때, 우리가 해야 할 본질적인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채우는 삶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각은 현재의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하며, 불필요한 집착에서 벗어나 맑고 향기로운 삶의 본질을 찾는 여정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삶은 미래가 아닙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이에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합니다."
호젓한 산길을 차로 지나가면 흙먼지만 일뿐이니, 속도에 취하지 말고 시 한편을 느리게 읽듯이 고무신 신고 천천히 걸어야 주변의 풍경도 마음에 스밀 수 있다고 말한다. 흙을 밟으며, 하늘을 볼 때 하얀 구름이 연꽃처럼 피어 있는 것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천천히 걷고 자연을 느끼면서 고요히 내면을 돌아볼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함을 법정 스님은 강조한다. 이러한 여유와 성찰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삶의 본질적 의미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을 돌며 법정 스님이 펼친 강연을 책으로 엮어 낸 것으로 '지금, 여기, 공존, 사랑'의 가치를 말한다.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그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이라고 한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인지 물어야 하는데, 우리는 물질적 풍요만 쫓느라 바빠서 정작 내면이 충만해지는 일은 소홀히 하게 된다. 그것이 인간의 삶을 소외시키는 공허 속으로 밀어 넣는 원인이 된다. 법정 스님은 이러한 공허함에서 벗어나 진정한 충만함을 찾기 위해 우리 모두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불필요한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것들에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
"나는 너로 인해 내가 되고 또한 우리가 되는 것입니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에 있습니다. 만남을 통해 눈이 뜨이고,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사람인 나는 개별 존재 '나'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나'라고 말할 때, 그것은 '나와 너'의 나이거나, '나와 그것'의 나임을 법정 스님은 깊이 통찰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존재가 본질적으로 관계 속에서 형성되며, 타인과의 만남과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완전한 자아를 이룰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은 고립된 개인의 내면 탐색을 넘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사르트르는 인생을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 권으로 엮여진 단아한 말씀은 우리가 그 삶과 죽음의 선택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진짜 나를 찾아라』는 20~30년 전의 가르침이지만, 그의 말씀이 아직도 유효한 것은 과거보다 우리 삶의 방향과 질이 결코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유한함을 자각하고, 현재에 충실하며, 불필요한 소유에서 벗어나 이웃과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이 책은, 혼탁한 시대 속에서 우리가 흐름에 휩쓸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닻과 같다. 또는 단단한 바위 밑을 고요하고 묵묵하게 흘러가는 맑은 시냇물 같기도 하다. 분열과 혐오의 말들로 얼룩진 세상에서 스님의 말씀은 피로한 마음에 치유와 위로의 말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