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트랜지션, 베이비
토리 피터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5년 4월
평점 :

🌟 이 책은 비채 @drviche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디트랜지션, 베이비> - 진짜 ‘삶’ 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족의 정의를 다시 쓰는 용기
가족이라는 단어는 종종 피로 연결된 사람들만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가족이란 함께 상처를 껴안고 살아내려는 사람들의 조합이다.
트랜스 여성, 전직 트랜스 남성, 그리고 아이를 낳아줄 수 있는 여성이 서로를 마주본다.
어쩌면 모두가 부서진 조각들인데, 그 조각들이 맞춰져 하나의 작은 세계를 만든다.
혈연이 아니라 선택으로 만들어진 가족.
이 관계는 불완전하고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어설픈 행복이라도 붙잡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말이 어긋나고 마음이 찢겨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결국 가족은 출생의 결과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진짜 여성’ 이라는 신화를 깨트리는 서사
여성성이란 누가 정의하는 걸까.
생물학적 조건인가, 사회적 시선인가, 아니면 스스로의 정체성인가.
이 소설은 날카롭게 이 질문을 파고든다.
아이를 원하는 마음, 사랑받고 싶은 갈망, 삶을 꾸려나가고 싶은 소망이 과연 생물학적 여성만의 전유물일까.
트랜스 여성의 생체 시계는 인정받지 못하고, 아이를 원하는 트랜스 여성은 사회로부터 의심받는다.
그러나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당당하게 욕망하고 아파하고 사랑한다.
진짜 여성, 진짜 가족이라는 기준을 누구에게나 통과해야 할 시험처럼 들이대는 세상 속에서, 이들은 기준 자체를 해체하며 나아간다.
그리고 그 부서진 조각들 위에 자신만의 존재를 세운다.
💡혐오와 자기혐오를 껴안는 성장
에이미가 겪는 고통은 타인으로부터 시작했지만, 결국 자기 안의 혐오로 번진다.
외모, 정체성, 존재 그 자체를 향한 끝없는 의심.
다른 사람들의 조롱보다 더 잔인한 건 거울 속 자신을 향한 비난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자기혐오조차 부정하지 않는다.
부끄러움, 분노, 질투, 열등감까지 모두 한 몸처럼 껴안는다.
성장은 완벽하게 긍정적인 과정이 아니다.
울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고통스러운 반복이다.
이 이야기 속 인물들은 상처를 덮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처를 드러내고, 그 위에 뼈를 붙이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들의 흔들림은 아름답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진짜 같아서.
💡사랑은 결국 잃어버림을 전제로 한다
모든 사랑은 언젠가 끝난다.
그래서 더 절실하다.
트랜스 여성의 장례식 장면은 아름답고도 잔인하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자리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다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한다.
그 슬픔 속에서도 웃고, 기억하고, 사랑한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하다.
남은 이들은 추모라는 이름으로 다시 공동체를 만든다.
떠난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삶을 기억하며, 또다시 서로를 지탱한다.
결국 삶이란 끝없는 사랑과 상실의 반복이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존재를 증명한다.
📖서평 요약
삶은, 때때로 애초에 허락받지 못한 것들을 욕망하는 일이다.
가족을 꾸리고 싶은 마음, 엄마가 되고 싶은 소망, 자신을 사랑하고 싶은 갈망.
모두가 자연스럽게 누리는 듯 보이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 소설은 그 치열한 욕망과 상실, 그리고 복원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