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여러분, 올 여름방학에는 앞으로 생의 길목에서 두고두고 되새겨볼 한 권의 책을 만나는 것이 어떨까요. 책의 향기에 흠뻑 취했다가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 달리 보일 겁니다. 작가 화가 기업가 등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독특한 자기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열두 명의 어른들이 올여름 읽을 책을 골라주셨습니다. 한여름 밤의 꿈을 이들 책과 함께 더욱 풍성하게 가꿔보세요.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문학동네
“참혹한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가 어떻게 세상과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성장해 가는가를 대가적 솜씨로 적어내려간 작품. 에밀 아자르는 로맹 가리의 가명이며 이 작품으로 다시 공쿠르상을 수상하여, 일생에 그 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가 됐다. 성장소설의 고전이라고만 언급하기엔 너무 미안한, 그야말로 대단한 소설이다.”
(김영하)
■ 파브르 식물기
파브르 지음, 정석형 옮김, 두레
“나는 청소년들이 이 세계를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내 맘에 드는 사람과 내 맘에 들지 않는 사람으로 구별해서 이해하기보다는 우선 이 세계의 객관적 실체를 그 자체로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살아있는 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사실이 곧 이야기인 것이다. 파브르는 사실을,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어서 말해준다. 존재는 그 스스로 정당하다.”
(김훈)
■ 하이디
요한나 슈피리 지음, 한미의 옮김, 비룡소
“알프스의 소녀, 서커스의 소녀. 목장의 소녀…. 소녀 시리즈를 많이도 읽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힘을 주는 것, 목장의 소녀 가트리가 얼음물에 걸레를 빨고 마루청소를 하는 걸 보면서 어른들의 잔소리를 참을 수 있게 되었다. 꿋꿋이 참고 고난을 이겨내는 소녀들은 지금껏 내가 힘들 때마다 마음에 떠오르며 위안을 준다.”
(김점선)
■ 사람답게 아름답게
차병직 지음, 바다출판사
“저자 서문의 ‘행복한 인권 이야기’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이 널리 알려진 동서양의 고전 동화를 인권의 문제로 읽어내는 재미있고도 유익한 이야기의 모음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생활과 반대의 자유, 아동의 권리, 사회적 권리 등 청소년의 일상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인권 문제를 알기 쉽게 풀어 쓴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책이다.”
(안경환)
■ 먼나라 이웃나라9(우리나라 편)
“우리나라를 먼 나라처럼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 사람과 한국 문화에 대한 문화 비평서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자신의 의식구조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접하는 것은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하며, 변화의 첫걸음은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 견딜 수 없네
정현종 시집, 시와시학사
“마음을 비우고 온몸을 열어서 일상의 순간순간에 반응하는 원숙한 자재로움이 돋보인다. 나날의 삶은 어두운 회색빛을 거두고 더없는 경이와 은총의 지속이 된다. ‘시간을 견딜 수 없다’ 하면서도 친근한 말씨로 속삭이듯 토로하는 시로 쓴 행복론이다. 행복의 매혹적인 창구이다.”
(유종호)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로버트 맥기 지음, 고영범 등 옮김, 황금가지
“오늘의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형이상학이 아니라 스토리(이야기)가 아닌가. 아침부터 방송되는 TV 드라마의 스토리를 비롯해서 수많은 영화와 소설이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이 책은 할리우드 영화의 스토리가 어떤 것인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영화 지망생뿐만 아니라 문학 청년들도 읽어야 할 책이다.”
(유하)
■ 레드문
황미나 지음, 애니북스
“타인에 대한 애정과 자기 희생을 그린 동양풍의 SF만화. 흔히 등장하는 영웅주의와는 달리 주인공의 철저한 자기 희생으로 인해 구원되는 인류의 이야기로, 그 장대한 흐름 속에 유머러스한 연출이 어우러져 전혀 무겁지 않은 재미까지 선사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자신의 피를 뿌려 인류를 구원하고도 신격화조차 되지 못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타인애를 생각해 보는 것도 새로운 자기 발견일지 모른다.”
(이현세)
■ 석주명 평전
이병철 지음, 그물코
“단 한 줄의 논문을 쓰려고 나비 3만 마리를 만진 사람. 시간을 아끼려고 걸으면서 땅콩으로 점심을 때운 이. 그의 저서 ‘한국산 접류분포도’는 지금도 생물지리학의 세계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그는 또 최초로 제주도 방언을 연구한 에스페란토어 보급자였다. 남이 하지 않는 일을 10년간 하면 꼭 성공한다며 세월 속에 씨를 뿌리라던 사람, 석주명.”
(정민)
■ 메이팅 마인드
제프리 밀러 지음, 김명주 옮김, 소소
“이제 막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에게 성의 진화에는 뜨거운 가슴 그 이상의 것들이 담겨 있음을 알려준다. 선정적인 사진 못지않게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남을 웃기려는 유머, 남을 돕는 행위 등은 말할 나위도 없고 우리가 하는 고도의 지적 행위들이 모두 성과 관련하여 진화한다는 언뜻 당돌해 보이는 진화심리학 이론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최재천)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레
“참 따뜻하고 유쾌하고 슬픈 소설 한 편을 읽었다. 마치 중학교 1학년 때 알퐁스 도데의 ‘별’을 처음 읽었을 때의 긴 여운과도 비슷하다. 출세지향주의의 어른들에게 부대끼며, 컴퓨터와 입시 강박증으로 온 사춘기를 다 보내는 아이들에게 권한다. 절대적이고 영원한 숫자의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 간의 지속적이고 아름다운 관계만이 우리 삶의 희망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황주리)
■ 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국성 옮김, 예하
“끝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영화에서, 책에서,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라스트신 이후에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 가치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은 그 곳에서 출발한다. 교육과 관습과 제도가 무의미해진 곳에서. 물리학 교수 앨런 라이트맨은 이 책을 통해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할 수도 있는 서른 가지 세상’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 속에는 수천 개의 세계가 탄생한다.”
(황경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