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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칼만 - 격정의 차르다슈
칼만 (Emmerich Kalman) 작곡 / DG (도이치 그라모폰)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현대 대중음악 중 미국 대중음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과 헐리우드 영화음악을 가요에 옮기면서 어메리컨 스탠다드 팝으로 발전한 것이 시작임을 다른 오페레타에 대한 리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전 세계 현대 대중음악은 그렇게 발전한 미국 대중음악을 1960년대부터 역수입하기 시작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음도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그런 설명을 하면서 리뷰한 오페레타 영상물들은 대개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엽 작품들이었다.
하여 현대 대중음악의 흐름이 어떠했는지 직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줄 수도 있기는 했지만 그 오페레타 영상물 자체가 곧 현대 대중음악 자체는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 바로 존재 자체가 곧 대중음악인 영상물이 하나 확보되었다.
제목인 '차르다슈 공주'는 제목부터 쇼 히로인의 주인공에 흔히 붙는 별명 자체가 제목으로 쓰인 것 만으로도 지독하게 현대 대중문화답다.
이 오페레타는 칼만의 대표적인 성공작인데, 대본은 20세기 초엽 오스트리아의 히트 대본작가 레오 슈타인(Leo Stein: 1861-1921)이 담당했으니, 흥행의 성공이란 우선 무엇부터 담보되어야 하는가를 잘 설명해준다.
제작된 시대 배경과 내용도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헐리우드식 스토리다.
초연은 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11월 19일 비엔나의 요한 슈트라우스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애초에 제작 동기 자체가 1차 대전으로 시절이 어려울 때 민심을 위로해줄 내용이면 시절이 어려울 때 오히려 흥행이 성공한다는 조언에 따른 결과였다.
자연히 이 오페레타는 오스트리아는 물론, 독일, 헝가리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러시아에서도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줄거리도 음악도 높은 대중성 때문에 영화로 각색하기 딱 알맞았는데, 이미 히트친 화제작이고 보니 영화로도 여러번 제작되었으니, 히트친 무대 작품이 곧 영상물로 만들어지는 수순에 대해서도 원조격이 되는 작품이다.
실로 현대 대중문화의 히트작을 만드는 비결이 알고 싶으면, 공연히 어려운 학문적인 대중문화 서적이나 경영학 서적 따위는 집어 치우고 본 DVD 한번 사보면 장땡이라 하겠다.
엠머리히 칼만(Emmerich Kálmán: 1881-1953)은 20세기 전반기에 프란츠 레하르와 함께 비엔나 오페레타의 백은시대를 주도했던 작곡가였다.
칼만 처음에는 고상한 작품들을 작곡했으나 후에 캬바레 노래들을 작곡하더니 아예 오페레타로 방향을 바꾸었다.
작곡가의 밥상 자체가 대중문화에서 나온 인생이었던 셈인데, 그의 다른 오페레타 작품들의 제목만 살펴봐도 그가 얼마나 현대 대중음악과 대중문화 전반의 원조격 되는 인물인지 알게 해준다.
Die Zirkusprinzessin(서커스 공주),
Die Herzogin von Chicago(시카고의 대공녀),
Arizona Lady(아리조나 레이디),
Das Veilchen vom Montmarte(몽마르트의 오랑캐꽃)
재미있는 사실은 본 DVD 차르다슈 공주부터 그렇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쇼비즈니스 종사자들의 무대 뒷이야기르 소재로 한다는 사실인데, 최근까지도 그렇지만 쇼비즈니스의 백스테이지 이야기는 그 자체가 한 때 영화소재로 대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에 배출된 유명 배우들 중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이름들만 살펴봐도 거의 그 시대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마릴린 먼로는 대부분 쇼비즈니스의 백스테이지 이야기르 소재로 만든 뮤지컬 풍의 영화로 오늘날 알려진 이미지를 각인시켰음을 고려해보면, 차르다슈 공주를 위시한 칼만의 오페레타들은 헐리우드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그 전성기의 설계도 쯤 되었다고 여김이 차라리 더 정확하다.
본 영상물이 지닌 미덕도 그와 관련이 깊은데, 다름 아니라 주연을 맡은 안나 모포와 르네 콜로 때문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현대 대중문화가 발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주인공이 바로 르네 콜로의 조부친였던 발터 콜로, 부친이었던 빌리 콜로였다.
여기에 르네 콜로 자신도 포함된다.
2명 모두 각자의 전성기가 또한 195 ~ 60년대였으니, 구미 대중문화의 중심지가 미국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때에 등장하여 그 시대를 호흡하던 인물들이다.
이건 배역 자체가 이모 저모로 절묘하기까지 하다.
실제 평가로도 차르다슈 공주인 실바 역으로는 지금까지 안나 모포가 가장 평가도 높다.
상대역인 에드윈 역도 르네 콜로만한 사람이 없다는 평가다.
이 쯤 되면 현대 대중음악이 완성된 형태를 들려주기 시작하던 시절에 그 음악을 함께 해온 인물들이 출연한 영상물은 아얘 역사의 증인들이 직접 시범보여주는 셈이다.
특히 안나모포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미녀라고 치더라도 소피아 로렌보다도 더 팜므파탈이었던, 지나 롤로브리지다를 연상케 하는 인상으로 인해 세계 성악계에서 유래가 드문, 팜므파탈 소프라노였다.
그런 그녀가 미니 스커트입고 나오 춤추는 장면에서는 왜 안나가 실바역을 맡아야 했는지, 그 결과 본 영상물이 차르다슈 공주의 영상화에서 가장 성공작으로 평가받는지 알게 되는 것도 좀 재미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