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우리 사회는 한 개인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개인은 사회에 무조건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개인으로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하지만 사회성으로 평가 받는다. 집단 생활을 잘 적응하느냐 잘 적응하지 못하느냐가 결국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인간관계라는 건 참 어려운 과제다.  

정혜신의 당신은 옳다란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공감이란 키워드에 대한 오해를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감이란 것이 상대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듣는 것이라고 한다. 

정확하게 듣기 위해선 먼저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학문적으로 배우든 인생 경험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든 인간 이해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인간을 이해한다고 해도 쉽게 다른 사람의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옳다란 이야기 속에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기에 그렇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게 된 것은 바로 정서적인 내편이었다. 

사람들은 때때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필요한 건 이성적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 하는 정서적인 이야기다. 이런 정서적인 내 편이 없다고 느끼면 사람은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정서적인 공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감을 한다고 하지만 타인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긴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상대 존재를 인정하고자 노력이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상대를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우린 좀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 적정심리학인지 잘 모르지만 책을 통해 한 가지 배운 사실이 있다면 타인의 이야기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이것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다른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존재로서 인정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낀다면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누구나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옳다는 것은 그 발걸음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별 다섯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책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차 달인 교과서 - 자동차 정비편

내 차 달인 교과서 : 자동차 정비 편 - 카센터에 가지않고 내 차 고치기 ㅣ 내 차 달인 교과서
탈것 R&D 발전소 지음, (사)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감수 / 골든벨 / 2018년 9월

면허를 따고 한동안 책상 속에 두었다. 일명 장롱 면허다. 그러다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운전이 익숙하다. 자동차를 가지고 배달 일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차를 대신 주차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내 차를 가지고 있다. 비록 남들처럼 좋은 차는 아니지만 여기저기 여행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차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차가 이상이 있을 땐 본네트를 열어보기만 할 뿐 무엇이 이상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고 봐야 한다. 

 

집 주변의 카센타 사장님이 친절하셔서 이것저것 물어본 적이 있다.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이고 하면서 물어볼 때마다 사장님은 친절하게 알려 주셨다. 그러면서 차에 어딘가 문제가 있다면 이곳에 오곤 했다.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차에 대해 조금은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내 차 달인 교과서는 그런 나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책이다. 이 책은 자동차 정비 편이지만 기본적인 차의 구조까지도 설명해 준다. 특히 칼라로 되어 있고 그림이 있어 이해하기가 좋다. 글로만 설명되어 있다면 실제로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불편함이 없어 좋다. 특히 일반적으로 고장이 잘 나는 부분 같은 경우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 주었다. 이 책 하나 만으로도 아주 든든하다. 

 

물론 자동차라는 것이 아주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전문가의 교육을 받지 않는 이상 다 알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기에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자가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가 본다면 이 책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 사람에 따라 차에 대한 지식이 다르기에 그럴 것이다. 차를 오래 사용하고 싶으면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차가 고장났을 때 혼자 정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어느 곳에 고장이 있는지 알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으리라.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차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것저것 조금씩 알고 있는 독자보다는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아주 쪼금 밖에 모르는 독자들이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연애의 기억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사람의 이야기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연애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라도 흥미롭다. 영화 같은 이야기, 소설 같은 이야기 이런 이야기의 핵심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어쩌면 우린 현실에서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 그런 이야기에 열광하는 건 사랑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줄리언 반스의 연애의 기억이란 소설은 이런 사랑이 가능할까 싶다. 열아홉 살과 마흔여덟 살의 사랑이야기. 테니스 복식 파트너를 하며 호감을 키워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자체는 이상한 것이 아니지만 이 사랑이 사실 불륜이라고 해야 하나? 어찌 되었든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랑이야기이다. 

남자의 첫사랑. 이 첫사랑의 대상이 남편이 있는 여자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에서 보자면 이 사랑은 절대로 이루어져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으로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그는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다. 소설은 사랑이야기지만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난 과연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소설은 인칭의 변화도 있고 과거의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어 누구가의 은밀한 삶의 내력으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그만큼 소설의 구성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때론 혼란스럽기도 하다. 소설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혼란스럽게 그렸지만 결국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잃어보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이 일종의 유효기간이 있다. 유효기간이 다다르면 헤어진다. 인간에게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지 모르겠지만 소설 역시 유효기간이 다 된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기도 한다. 

소설이 허구적 이야기라고 해도 마치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이유는 진실한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이렇다. 사랑의 유효기간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묘한 여운이 남는다.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 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 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 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며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 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우린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다. 인간의 삶은 그 이야기 있다. 어쩌면 소설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헌법에 대한 이야기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김제동의 팬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강연과 책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그의 의견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살고 나는 나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산다. 그와 난 생김새가 다른 만큼이나 생각도 다를 수 있다. 처음엔 그가 헌법 독후감이란 책을 썼다고 하길래 사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헌법을 꼼꼼하게 읽은 건지 아니면 그동안 내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만 받아들여 그런지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유구한...... 대한국민" 이건 정말 충격이었다. 대한민국과 대한국민. 이렇게 글자만 바뀌었는데 왜 우리는 그동안 이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까. 

이것만이 아니다. 권력과 권한. 그러고 보면 대통령 권한 대행은 말 그대로 권한이다. 거기엔 권력이 없다. 헌법 1조 2항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오기에 그렇다. 어릴 때 부터 '억울하면 출세하라' '남자는 권력을 잡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건 국민이지만 그동안 권력을 위임 받은 사람들은 그 권력을 마음대로 썼다. 국민이란 존재는 완전히 무시한 채 말이다. 

결국 권력이라고 이야기하는 모든 것은 권한일 뿐이다. 그런데 여전히 소수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 대통령 탄핵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권한 가진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국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행복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행복을 누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저녁이면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친구와 함께 보내고 싶은 시간에도 회사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여전히 야근을 하며 주5일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아직도 6일 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행복한 삶을 바라지만 그것을 꿈꾸기엔 현실이 너무나 각박하다. 우리에겐 언제쯤 행복이란 것이 존재할까?

우리가 그간 헌법을 몰라서였을까? 아니면 권한 가진 사람들이 그 권한을 마음대로 쓰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이제라도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을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렇게 쉽게 헌법을 접근하게 만들다니....... 참으로 놀랍다. 이것이 그가 가진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암튼 새삼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란 명제가 떠오른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헌법을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진다. 

영혼을 울리는 인생 강연

소울대학교 - 서울대 교수들의 영혼을 울리는 인생 강연
김대환 지음 / 꿈결 / 2018년 8월

영혼을 울리는 강연이라..... 사실 이런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한다. 그런데 한 젊은이가 서울대 교수들을 만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질문부터 시작하며 서울대학교 안에 소울대학교를 만들었다

SEOUL 이 단어 중 알파벳 E를 제외하면 soul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막상 알고 나면 별 것 아닌 쉬운 것인데도 그동안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소울대학교가 신선하다. 소울대학교에서 교수님들이 해주시는 강연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조목조목 이야기를 한다

서울대학교는 사실 전국에서 학교 공부를 잘 한다는 학생들이 가득한 곳이다. 나름 중고교 시절엔 성공한 그런 학생들이다. 얼마나 자부심이 가득하겠는가. 하지만 늘 자신만을 위해 공부한 학생들이 얼마나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살아갈지 모르지만 교수님들의 강연 속에는 사회에서 리더인 위치에 올라갈 학생들에게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며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 것을 강조하는 걸 보며 그래도 소울대학교는 뭔가 다르구나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을 경험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강연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깡을 키울 것을 강조한 교수님 역시 머리속에 남아 있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은 차이가 많다. 그렇기에 머리만 아는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아는 지식을 만들어야 한다 신영복 선생께서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 지식은 흘러가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깡은 무모하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하는 것인데 안정을 위하기 보다 안정적이지 못하지만 역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쳐 나가는 것도 좋은 인생이 아닐까 싶다.

소울대학교는 어느 특정 대학이 아니다. 열린 마음으로 강연을 글로 읽는다면 그 안에 인생의 좋은 지침들을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나름 이 시대 젊은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니 꼭 젊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실 잃었던 열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모든 세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살아가기 각박한 시대에 가슴 따스한 강연 하나 있으니까 이 책을 통해 꼭 듣고 가시라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 따스함을 나누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