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n의 세계 - 30대 한국 여성이 몸으로 겪는 언스펙터클 분투기
박문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n의 세계 - 박문영

상냥한 사람들이 매사에 미안해하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사람들이 입을 닫는 여기서 나는 또 어떤 호신술을 익혀야 할까. p.80

20대에서 30대로
미혼에서 기혼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하여 온 몸으로 겪는
고양이 '골골'의 언스펙터클 생태일지.

3n살의 내가 3n살의 저자가 쓴 에세이를 읽으며 그 속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했다.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들에 공감하다가 아직은 경험하지 못한 그래서 다행이라 말할 수 있는걸까? 싶은 문장들의 끝에 가만 서있으면서.

유쾌한 에피소드와 귀여운 일러스트에 빵빵 터졌다가도 어느 순간 묵직하게 다가오는 글들에 이 책을 마냥 재밌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3n년을 살아온 내게 깊은 울림을 주는 그리고 3n년을 살아온 (한국 여성들이 몸으로 겪는 분투기라고 써있지만 꼭 여성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울리는 이야기.

새벽에 책을 읽다가 눈물이 핑ㅡ돈 엄마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20대 학생들에게 본인의 엄마가 되기 전의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을 묻는 통계 결과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밝고 환해 보이던 그들 대부분이 결혼을 하지 말라고, 자길 낳지 말라고 썼기 때문이다.
"미래에 나는 없어도 되니까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제발 결혼하지마." p187-188

아마도 나는 자식에게 "엄마 인생을 살지 그랬어."라는 말을 듣는 미래가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은 삶을 살게해준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하는 자식이 되어야겠다고 이 책을 읽은 새벽에 다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조스 레터 -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주주 서한에서 밝힌 일과 성공의 14가지 원칙
스티브 앤더슨 지음, 한정훈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명히 말하지만 실패는 무능이나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다. 아마존은 '무능'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마존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서비스를 시도할 때 실패를 예상하고 이를 감내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p.66

저는 아마존이 세계에서 실패하기에 가장 좋은 직장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실험을 합니다.) 실패와 발명은 불가분의 쌍둥이입니다. 발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실험해야 하고, 성공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다면 그건 실험이 아닙니다. p.83

거의 모든 회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 회사들이 아마존처럼 발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의욕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그 이유는 조직의 모든 곳에서 발명과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업문화와 기업 구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p.89

아마존 리더십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 역시 고객 집착이다. 아마존에서 리더의 최우선 과제는 고객에게 집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존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들이 그런 리더가 되기를 기대한다. p.100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1997년부터 22년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베조스 레터'라 불리는 이 편지는 아마존의 실패과 성공, 베조스의 경영철학과 아마존의 성장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 스티브 앤더슨은 베조스의 레터를 분석하여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14가지 원칙을 이 책에 담았다.

서른 살에 아마존닷컴을 창업해 가장 빠르게 매충 1,000억 달러를 달성한 베조스의 14가지 전략은 무엇일까?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베조스의 전략은 경영할 계획이 1도 없는 내게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읽을수록 초반에 느낀 마음과 달리 그의 전략은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라 흥미로웠다. (읽기만 해도 뭔가 레벨업이 되는 기분)

베조스의 14가지 원칙 중 가장 흥미로웠던 원칙은 '고객에게 집착하라' 였다. 아마존을 이용하는 고객은 아니지만 아마존이 고객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기업이라는 걸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고객을 더욱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들. 신규고객을 위한 이벤트는 다양하지만 기존고객들을 위핸 혜택이 많이 부족해서 아쉬웠던 경험이 많았는데 고객이 동영상을 감상하면서 몇 번의 멈춤이 있었다는 걸 미리 알고 환불해주는 에피소드를 읽으며 고객을 생각하는 아마존의 서비스에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 1등 부자인 제프 베조스가 말하는 최고의 지침서.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경영을 하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저....사장님....뭐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동전은 오래됐는지 초록색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초록색 녹을 문질러 닦아내자 동전의 한 면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반대 면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누구도 양쪽 다 글자가 새겨져 있는 동전을 본 적이 없었다. p.153

 

중국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
전 세계가 극찬한 현대 중국 문학의 거장이자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옌롄커가 직접 고른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된 단편집.

 

처음 읽은 옌롄커의 소설은 처절했다.
가뭄, 굶주림, 장애, 가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들은 분명 글자를 읽고 있음에도 눈 앞에 그 모습이 그려졌고 그들의 처절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네 편의 작품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그래서 더 가슴아팠던 작품은 표제작 <연월일> 이었다.

 

최악의 가뭄. 먹을 것이 사라져 사람들이 모두 마을을 떠나갈 때 홀로 남은 셴 할아버지와 제물로 바쳐진 후 태양 빛에 눈이 멀어버린 개 장님이.  할아버지는 가뭄 속에서 살아남은 한줄기 옥수수를 지키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타오르는 태양과 처절한 싸움을 시작한다.

 

꽤 오랫동안 연월일 단편을 읽었다. 셴 할아버지가 처절해질수록 가슴이 아파 책을 덮었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읽었을 때는 전보다 더 처절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마을로 돌아올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옥수수를 지키려 한다는 것, 마지막까지 자신의 옆에 있어준 장님이를 위한 할아버지의 사랑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밤에 책 읽다가 엉엉 울어버린 사람)

처음 만난 옌롄커의 작품은 마지막까지 처절했고 그래서 가슴 아프고 슬펐지만 그만큼 감동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도저 스타일' 여성이라면 앞에 장벽이 있어도 팍팍 부수면서 나아가겠지만, 나처럼 '자전거 스타일'인 사람은 도로에 있는 큰 돌, 작은 돌을 다 피하고, 큰 벽이 있으면 지나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서는 결혼도 자식도 피해야 했다. 이것이 내게는 베스트였다. p.151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들 하는데, 대체 그 당연함은 누가 만든 걸까. 아이를 갖고 싶지만 생기지 않는 부부도 있는데, 당연하다는 인식이 왠지 거북하다. 모두 세상이 만든 ‘당연함’인데 너무 신경쓴다. p.155

자기 인생은 자기밖에 선택할 수 없으니 남이 뭐라 하건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 좋다. 예스보다 '노'라고 말하기가 어렵지만,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 삶의 방식이 있는 게 당연하다. 자신감을 갖고 세상의 기준에 '노'라고 할 수 있는 인생도 좋다고 생각한다. p.156

뒤로 미루지 않으면 나중에 자신이 편해진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게 안 된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일을 의식적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p.192

<카모메 식당> 무레 요코가 욕망, 물건, 생활의 챕터마다 5가지 씩 총 15가지의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들에 관한 에세이.

비혼과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결혼'은 꼭 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부모님 세대의 '결혼'은 너무나 당연하고 하지 않으면 이상한 거였다.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60대 독신 여성작가의 '하지 않기'에 대한 에세이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결혼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 물론 '결혼'도 그녀의 '하지 않기'에 있었지만 그녀는 꼭 결혼을 해야만 하는 사회를 비판하지 않고 단 한마디로 끝냈다.

"나랑 안 맞아."

나에게 불편하고 안 맞는 것들은 과감하게 하지 않는다. 그것이 인기있는 물건이나 명품, 오히려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들도 제일 중요한 건 타인이 아닌 '나'였다. 정답이 '노'라는 걸 알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예스'라고 말하면 '노'라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말한다. 내가 생각한 정답은 '노'라고.

다가오는 2020년 그녀의 '하지 않기' 중 두 개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녀는 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특기인 '뒤로 미루기' 지금 하기 싫어서 뒤로 미루어도 어차피 나중에 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 움직이는 게 참 귀찮다. 2020년에는 적어도 지금 할 일은 당장 해결하자고 결심했다. (제발 좀) 그리고 내 기준에 맞지 않는 건 당당하게 '노'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투에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를 위한 주문을 외워줄게.
너는 무지무지 행운이 넘치는 사람.
네게는 무지무지 좋은 날들만 이어지기를. p.47

모두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은 마음은 이기적인 욕심이라는 것을. 그 어떤 모습이든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p.61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토끼옷을 꺼내 입어.
남들의 눈에는 매일 똑같아 보여도, 때로는 보호막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매력을 더해주기도 하는 내 편 같은 존재야. p.93

내 기억이 늘 옳은 건 아니더라. 원하는 대로 기억하고 싶어서 마음이 기억을 조작할 때가 있어.그런데 왜 너한테 실수한 일들은 잊으려고 해도 자꾸 생각나는 걸까? p.129

카카오프렌즈의 사랑스러운 무지와 투에고 작가님의 특급 콜라보. 무지를 제일 좋아하는 내가 무지무지 기다린 무지의 에세이.

라이언의 등장으로 카카오프렌즈가 한창 열풍일 때도 카카오 캐릭터 중 '무지'를 제일 좋아했다. 그리고 우연히 카카오 캐릭터 정보를 읽게 되었는데 토끼라고 생각한 '무지'가 토끼옷을 입은 단무지라는 귀여운 사실을 알고 '무지'가 더 좋아졌다.

토끼옷을 입은 무지는 장난끼가 가득하다. 하지만 토끼옷은 벗은 순간 부끄럼쟁이가 된다.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무지는 알고보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무지처럼 장난끼가 가득하거나 고독하거나 힘든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토끼옷을 입고 사회라는 밖으로 나간다. 토끼옷이라는 보호막을 걸치고 밖이 원하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토끼옷을 벗은 순간 가장 편안한 나로 돌아온다.

그저 귀엽기만 했던 무지가 너무나 '나' 같아서, 우리들의 모습같아서 좋았고 무지를 가장 무지스럽게 표현한 투에고의 글도 참 좋았다. 오늘도 나는 퇴근 후 토끼옷을 벗고 내 방 침대 위에 누워 책과 함께 뒹굴거리려고 한다. 그 순간이 가장 편안하고 하루 중 힐링이 되는 순간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