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참 예쁘다.
표지가 끌려서 내용은 보지도 않고 구매했었다
뭉툭한 손톱에 관리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을것 같은 손이다.
청량한 푸른 사과를 무심하게 깍고 있는 그 손에 끌려
책 전체의 청색에 끌려 구매했다..
표지에 끌려본 적 오랜만이다.
표지에 끌려 책 샀다가 실패한 적도 많은데
이 책은 다행이다.
내용도 좋고 재미있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느껴본 뿌듯함...


한 남자의, 한 집의, 한 마을의 가구처럼 느껴지는 회색같 았던 한 여자의 청량한 사랑이야기이다.
수녀원에서 고아로 그리고 상처한 상처가 많은 남자집의 하녀에서 그 남자의 아내로 선택받아 살던 한 여자가
수녀님이 말한 사랑과 다른 사랑을 존재를 깨닫는 삶의 이야기이다.
한폭의 색이 많이 빠진 수채화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색같던 엘리라는 여자의 삶에 색이 입혀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안 떠올릴수가 없다. 비슷한 내용이면서 비슷한 결말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좀 다르다면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는 나름 열정적인 사랑의 기억을 주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들은 눈치보고 두려워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의 확신도 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랑의 느낌이다.
그 어떤 약속도 하지 못하는 사랑. 그러나 그 마음은 느낄 수 있는 사랑. 따라나서지도 같이 가자고도 못하는 사랑.
서로의 과거에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사랑이지만 그들의 사랑에 그들이 선택한 삶에 그래~ 이런 것도 사랑일 수 밌어. 뜨거운 사랑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그래도 다른 사랑도 느끼고 타인에 의해 끌려왔던 삶을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던 이전의 삶과는 다른 -비록 같은 삶의 모습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선택에 의해 남은 엘리의 모습에서 예전의 회색이 아니라 책 표지의 청색의 삶을 살기로 한 그녀에게 공감이 가고 동정심과 책임감으로 남은 그녀에게 화가 나기 보다는 그래도 이 여자는 언젠가는 떠날 수 있겠구나..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느껴졌다..
다만 그것을 조금 미루었을 뿐...

읽으면서 참 심플하게 잘 썼다. 책을 읽으면서 참 곱다는 느낌을 받았다. 번역의 힘인가?

글 속에 감정의 무게가 많이 실리지 않았는데 그 감정들의 느낌들을 오롯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노장의 힘인가..
윌리엄 트레버라는 작가가 거의 처음이니 비교의 대상도 없으니...
딘편집 비온뒤 도 읽어봐야겠다..
이 노장의 글에 호기심이 생긴다.


책을 덮으면서 여주인공 엘리의 선택을 보면서 남자작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의 결말도 그렇고..
이와 비슷한 내용의 작품을 봤는데 여자작가였었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그녀는 떠났다.
남자와 함께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혼자서 자신의 삶을 살러 떠났었던것 같다.
길 가다 우연히 사랑했던 남자를 만났어도 그냥 스쳐지나갔었던것 같다..
그 누구와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여자..
그래서 내가 지금은 아니더라도 같이 살던 남자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이후 떠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남기로 한 선택도 그녀의 조그마한 변화이었기에..




-- 마을 사람들은 라스모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도 대부분 이곳에서 살았다. 마을을 뜨는 쪽은 젊은이었었다. 그들은 더블린이나 코크나 리머릭으로 잉글랜드로 어떤 이들은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다수가 다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 또한 과장이었다 (9p)

-- 그는 떠날 테고,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될 것이다. 지금 아침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가 있다는 사실인 것처럼. (185p)

-- 그는 사랑받는 느낌을 사랑했고, 다정함으로는 충분히 보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아, 우리 플로, 넌 왜 이렇게 엉망진창인 거니?˝ 이사벨라가 즐겨 하던 말, 사촌간의 애정을 담아 이탈리아어로도 영어로도 되풀이하던 말이었다. 그때는 그 말이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190p)

-- 그녀는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다는 사실을, 환상으로 시작된 것이 날이 갈수록 조금씩 현실처럼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엘리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하려 애썼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231p)

고요한 부엌에서, 엘리는 자신을 집으로 들인 이 남자의 비극은 거절당한 사랑보다 훨씬 끔찍하다는 서늘한 진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혼란 속에 한가닥 선명한 빛저럼 그녀를 찾아왔다. 확실했다. 이제는 너무 늦었다. 엘리가 깨달은 또 하나의 서늘한 진실은 그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사실을 말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이 겪어서는 안 되는 그런 고통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 (273p)

무엇을 기억하게 될지 너는 안다. 그는 생각에 잠긴다. 허술한 기억이 무엇을 간직하게 할 지 너는 안다. (2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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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2-0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어요.
저도 표지에 이끌려 눈독들인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야금야금^^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그런 내용이군요?
초반부를 읽고는 무슨 내용이지?하다가 지금 딱 중반부,엘리가 사랑임을 깨달았다는 대목을 읽었어요.
안그래도 약간 그런 내용으로 전개되려나?싶었는데 음.......
끝까지 읽어봐야겠군요.
잘 읽고 갑니다^^

지금행복하자 2017-02-09 14:31   좋아요 1 | URL
전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보다 더 좋았어요~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요? 단순한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엔 좀 더 층이 쌓인 느낌.. 문체의 차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니데이 2017-02-0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의 파란 사과가 예뻐서 읽고 싶었던 기억이 나요. 그치만 아직까지 읽지 않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지금행복하자님, 즐거운 오후,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지금행복하자 2017-02-09 20:11   좋아요 1 | URL
표지에 끌려 구입한 사람들이 좀 있을 듯해요~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따뜻한 밤 되세요~^^

단발머리 2017-02-0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지만 느낌을 풀어내는게 힘들어 리뷰 안 썼는데 지금 행복하자님 리뷰 읽으니 그 때 생각도 나고 무척 좋네요. ㅎㅎㅎ 전 현대문학 단편집 <윌리엄 트레버> 에서 한 작품 읽었는데요. (부끄럽네요ㅠ)
<페기 미한의 죽음> 넘 좋았어요~~
하트가 뿅뿅~~ ❤️ 뿅뿅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7-02-10 09:44   좋아요 0 | URL
하트 뿅뿅 날리실 정도로 좋으셨나봐요~ 저도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니 번역된것이 별로 없더군요~ 안타까웠어요..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신 그 책도 찜 해놓습니다~^^

서니데이 2017-02-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날씨가 따뜻해요.
지금행복하자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지금행복하자 2017-02-17 09:57   좋아요 1 | URL
답글이 늦었어요~ 오늘은 날이 좀 추워요~ 제가 추운건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몸이 적응을 못하나봐요~ 잠이 너무 와요~ ㅎㅎ
오늘..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