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서 제일 끔찍한 게 뭔지 아니? 최악의 순간을 기준으로 평가받는다는 거야. 백만 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공원에서 아이가 그네에 머리를 맞았을 때 핸드폰을 들여다본 부모로 영원히 낙인이 찍히지. 며칠 동안 아이한테서 눈을 뗀 적이 없어도 문자 메시지 하나 확인한 순간 그동안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없던 일이 돼. 어렸을 때 그네에 머리를 맞지 않았다고 해서 상담을 받는 사람은 없잖아. 부모는 항상 실수에 의해 규정이 되지." - P45

어른이 되는 것이 끔찍한 이유는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고, 앞으로는 스스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 P74

물론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보이는 만큼 행복하다면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쏟아붓지 않을 것이다. 하루의 절반을 자기 사진을 찍는 데 바치는 사람의 하루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누구든 거름이 충분하면 자기 삶을 그럴듯하게 꾸밀 수 있다. - P94

불안에서 놓여날 길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했다. 아무리 멍청해 보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항상 잘해주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그들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지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되뇌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녀는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는 거의 모두가 같은 질문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잘하고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자부심을 선사하고 있을까? 나는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일까? 나는 일을 잘할까? 마음이 넓고 배려심이 있을까? 괜찮은 녀석일까?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지금까지 좋은 부모였을까? 나는 좋은 사람일까?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속으로는 그렇다.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물론 문제가 있다면 바보들 같은 경우에는, 그들이 바보라서 친절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나디아에게는 그것이 평생 씨름해야 하는 일생일대의 과업이고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다. - P156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진면모를 알고 싶다고 말하지만 진심으로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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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책이었어.

그랬다. 아무리 가치 없는 것들이어도 누군가에게 쓸모가 생기면 특별해질 수 있는 것이였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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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베스처럼 수줍음을 잘 타고, 말이 없고, 구석 자리에b앉아 있다 필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걸 너무 즐거워해서 오히려 누구에게서도 그 희생을 인정받지 못하는 소녀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화덕 위의 작은 귀뚜라미가 노래를 멈추고 나면, 따뜻한 햇살이 침묵과 응달을 남겨둔 채 모습을 감추고 나면, 그때서야 비로소 그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4. 무거운 짐 - P91

이처럼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내고, 감사하는 마음은 자존심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6, 베스, 미의 궁전을 발견하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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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한 10만 시간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지음, 정영문 옮김 / 해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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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받았다. 처음 되어본 거라 조금 어리둥절 하긴 했지만 아직 서점에 출간되기 전인 책을 받아서 읽는다는 게 좀 두근거렸다. 참고로 이 책은 2021년 5월 24일에 일반 서점에 출간된다.

책을 고를 때 늘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사는 편인데 이 책도 비슷했다. 책을 받아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했다. 배송이 시작되었다는 출판사의 메일을 받고 이틀 후 집에 책이 도착했다.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된 [인간들은 모르는 개들의 삶]의 개정판이다. 동일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책이 올해 5월에 개정판으로 나오는 것이다.

우선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제목만 보고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 이 책은 에세이일 것 같다.
2. 이 책에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듬뿍 들어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맞았다. 이 책은 에세이이다. 저자가 데리고 살았거나 돌봤던 개(허스키, 퍼그, 딩고)들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쓴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들의 삶에 개를 끼워 맞추어 살게 하지만 저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했다.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개들을 인간의 눈으로 관찰하고 같은 종인 늑대와 비교해보기도 했다.

두 번째는 틀렸다. 이 책은 거의 대부분 관찰자와 연구자 시점에서 쓴 책으로, 연구서적 아닌가 생각도 하게 한다. 하지만 이따금 저자의 감정이 들어간 문구들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여러 종의 개를 키웠는데, 이 책에서 관찰의 대상이 된 개의 대부분은 시베리안 허스키였다. 이 책에서 중간중간 늑대와 비교를 하는 문단들을 볼 수 있었는데, 늑대와 개는 같은 개과이면서 늑대에서 개가 분리되었다고 하고 아무래도 허스키와 늑대는 생김새도 비슷하니까. 이 책의 여러 군데에서 허스키들이 늑대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연구를 위해 개를 관찰한 것이 아니고 워낙 개를 사랑하다 보니 관찰을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분명 인간의 관점에서 개를 관찰하고 행동을 분석하기는 했지만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들을 섣불리 해석하려 하지 않고 물음표로 남겨두었다.

또한 개와 형성된 신뢰 관계 안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들만 관찰했고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절하지 않았는데, 이 대목에서 개들의 삶을 존중하는 저자의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저자가 외국인이어서인지 아니면 그냥 가치관이나 연구 목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sns에서 본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분들과는 달리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그들의 출산을 장려(?)하기도 하는 저자의 모습도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이라는 게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개들도 성적으로든 다른 의미에서든 서로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허스키인 미샤와 마리아의 사랑 이야기나, 퍼그인 바이올렛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한 편의 로맨스물을 읽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의 서두에 있는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추천의 말에 담겨 있는 내용 중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인간이 개를 반려동물로 삼은 것이 아니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늑대가 인간을 자신의 반려인으로 삼은 거라는 학설에 대한 내용이 그것이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처음 개가 가축화되었고 여러 대륙으로 전파되었다는 이야기를 [총,균,쇠]에서 읽었는데 실은 개가 우리를 선택한 거라니 너무 흥미로웠다! 이따금 SNS에서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집사로 간택당했다는 이야기를 보곤 하는데 2만 년 전 처음으로 사람을 집사로 간택한 늑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뭇 궁금해졌다.

SNS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반려동물이 저승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가끔 본다. 이 책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위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인데, 기독교적 서사가 들어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책에서 보길 바란다.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한 개에 대해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개는 귀엽고 충성스럽다는 것만 알았고 그 외에는 아는 게 없었으니까. 개를 키울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개의 행동 분석을 한 책이라는 점에서 예습 목적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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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한 10만 시간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지음, 정영문 옮김 / 해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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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했을까? 늑대와 개의 분화에 관한 연구에서 최근 흥미로운 반전이 등장했다. 우리가 개를 데려다 길들인 게 아니라 개가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다는 새로운 학설이 힘을 얻고 있다. 늑대들 가운데 특별히 붙임성이 좋은, 즉 공감 능력이 뛰어난 개체들이 먼저 인간이 사는 곳에 접근해 함께 살게 됐을 거라는 설이다. 우리가 개를 반려견으로 만든 게 아니라 개들이 우리를 반려인으로 삼은 것이다.

-추천의 말(최재천 교수) - P11

눈을 반짝이며 행복에 겨워하는, 힘이 넘치는 개 두 마리의 모습은 내가 보아온 그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웠다. 이런 장면이라면 언제까지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P92

성적인 의미에서건 다른 의미에서건 서로에게 충실한 낭만적인 사랑이 개에게는 적용될 수 없으며 그런 사랑을 하는 것은 인간에게 국한된다는 관념은 대중적인 편견일 뿐이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 P96

지위가 낮은 개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고 그것을 수용하는 한, 서열이 높은 개들에게 공격당할까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또 무리 가운데 서열이 높은 개들에게 도전하는 듯 보이면 배척당하지만, 자신의 낮은 서열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면 무리의 일원으로 보장받게 된다. 개들은 자신들의 사회가 질서있기를 원하며, 그러기 위해 사다리의 단처럼 무리를 나눈다. 그 한쪽에는 수컷들이, 다른 한쪽에는 암컷들이 있다. 구성원들이 그 위계질서를 기꺼이 수용하는 일부 개들의 사회에서는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를 좀처럼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이다. 누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 분쟁은 없어진다. - P109

개들은 사람의 태도에서 아주 사소한 변화까지도 감지할 수 있으며, 그들의 감정 이입 능력은 눈앞에 보이는 것을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P151

동물의 삶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는 늘 인간이 아닌 존재의 의식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가령 개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며, 소리는 어떻게 들리고, 냄새는 어떻게 맡아지는지 알고 싶었다. 개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개가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느끼는지 알고 싶었고, 또 개가 나를 보며 뭔가 자신과 다른 존재가 아닌 같은 존재로 보기를 원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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