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푸른빛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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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스스로를 소설 속 주인공이자 잉여인간이라는 뜻을 이름으로 가진 트로프만에 덧입혀 스스로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쓰고 있는  조르주 바타유의 하늘의 푸른빛은 작가의 전작인 눈 이야기에서 인간도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욕구를 가진 그저 그런 동물종의 하나일 뿐이라며 온갖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터부시하던 성에 대한 모든 것을 깨뜨리려던 것에 비해 좀 더 정치적이고 은유적이며 날카로운 조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럽 전역의 역사상 가장 혼돈기에 가까웠던 1930~40년대를 배경으로 전운이 감돌고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권익에 눈떳으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공존하며 모든 것들이 서로 충돌하던 시기에 남보다 많이 가진 부르주아로서 글을 쓰는 인텔리로서의 의무보다는 술과 향락에 물들고 사람들의 기대에 반하며 정치나 사상 따윈 담쌓고 살아가는  트로프만
그런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여자가 셋 있었다.
한 명은 자신과 같은 부르주아로서의 권리와 향락에 취해 온갖 기행을 일삼으며 맘껏 자유를 만끽하는 그의 사랑이자 뮤즈인 디르티
또 한 명은 사회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 열과 성의를 다하는 투사이지만 트로프만에겐 두려움을 주는 존재인 라자르
마지막 한 명은 역시 같은 부르주아로 태어나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노동자들의 권리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트로프 만에 반해 자신이 가진 걸 나눠줄 줄도 알고 그걸 가진 자의 의무라고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크세노
아내가 있음에도 이 세 명의 여인들과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트로프만은 사회 전체에 전운이 감돌고 있음에도 그저 즐거움을 주는 것에만 탐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의 권태로움에 빠져 술에 취하고 죽음에의 강력한 유혹을 느끼고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도 모든 인간들이 규정해놓은 규범들을 가볍게 넘나들고 있다.
죽은 자에게 강한 성적 자극을 받고 근친상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변태적인 행위에도 거림낌 없는... 그야말로 사회적 도덕적 모든 규범들의 억압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가진 자이자 인텔리로서 당연히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던 사회적 의무조차 던져버리고 맘껏 향락을 탐닉하지만 스스로가 떳떳하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 자신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는 라자르를 보는 것이 꺼려지고 두렵기까지 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또 다른 여자인 드세니의 사랑을 버거워해 친구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온갖 기행과 죽음에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하늘의 푸른빛처럼 평화롭고 자유로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총성이 울리는 한 밤 스페인의 호텔에서 마침내 사랑하던 여자 디르티와의 정사는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밖에서는 이념의 차이로 서로에게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는데 호화로운 호텔안에서 그들의 전쟁을 그저 관람하는 것처럼 바라보며 정사를 나누는 장면은 그래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듯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전 남의 전쟁일 뿐 자신들의 일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작가는 정치적 이념의 차이도 종교관의 차이도 심지어 죽음조차 받아들이며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하는게 아닐까 미뤄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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