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데스크한 인간의 광기를 그리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ㅣ 미스터리 박스 1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6월

이름도 생소한 횡메르카토르 지도란게 뭔가 했더니 지도를 그리는데 이런 도법이 있단다.

일단 제목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고 나니 도대체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알수 없는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은 첫장을 열자마자 바로 아..호러구나 하는걸 알수 있었다.

호러 그것도 상당히 그로데스크한 내용의 전개를 좋아하지않는 나지만 그래도 다행인것은 장편으로 이야기가 죽 연결되는 게 아닌 8편의 단편으로 되어있어 못 견딜만 하면 끝나고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길 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는 단순히 인체 절단이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니라 마치 인간을 인간이 아닌 실험도구인것처럼 아무런 감정없이 자르고 절단하고 훼손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에게 학대를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양아버지와 그런 일련의 모든것을 알면서도 아무도 도와주지않고 오히려 따돌리는 엄마를 포함한 이웃과 친구들 모두가 그저 파멸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사람을 죽인 사건현장마다 찾아다니며 부적처럼 살인마를 부르는 `소녀의 기도`나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의 사람들이 알고보면 잔인하기 그지없고 그 속에서 살아가던 소년에게 내제되어 있던 폭력성이 자신보다 힘없고 약한 노인에게서 발현되는 과정을 그린 `니코틴과 소년-거지와 노파`

인간이길 포기한 채 조직에서 처리해야할 인간사체를 먹어서 처리하는 코끼리같은 사나이와 그 사나이의 모든것을 관리하던 남자가 끝내는 자신의 욕망때문에 스스로 코끼리 사나이가 되는 이야기를 건조하게 그려낸 `Ω의 성찬`

연쇄살인마주인에게 주인이 필요로 하는 한적하고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않으며 용의선상에 오르지않게 사체를 묻을수 있는 장소를 교묘하게 알려주는 지도의 이야기가 담긴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에서는 인간의 피부로 지도그림을 그리는 미친 살인마도 등장하고 있다.

정상적인 인간은 한 사람도 등장하지않고 인간의 광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다른 호러나 살인사건을 다룬 책보다 더 잔인하거나 인간성을 파괴할만한 내용은 아님에도 그 뒷맛이 개운하지않다.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인간성을 배제한 듯한 내용이 대부분일뿐 아니라 인간이 아닌 마치 무생물처럼 다루고 있는 주체 역시 다른 외계 종족이거나 이형의 것이 아닌 인간이라는 점 때문인지 아님 인체를 자르거나 절단하고 혹은 마구 훼손하는 장면에 전혀 감정이라곤 한 점도 싣지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쇄살인마가 나오거나 잔혹안 살인이 나오는 크라임 스릴러보다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그럼에도 끝까지 다 읽은건 중간중간 색다른 맛이 나는 단편이 있어 씁쓸한 맛을 중화시키고 있어서였다.

그냥 색다른 단편을 읽었다는 데 만족하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