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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는 즉 하부 지옥을 둘러싸고 있는 스틱스 늪에 이러러 플

레기아스의 배에 올라탄다. 스틱스 늪 속에서는 분노의 죄인들인

벌 받고 있는데 그들 중에서 단테는 필리포 아르젠티를 만난다. 두 시인은

늪을 건넜으나 하부 지옥을 지키는 악마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계속 이어서 말하건대 높다란 탑의

발치에 이르기 훌씬 이전에 우리의

눈은 탑의 꼭대기를 향하고 있는데

거기에 있는 두 불꽃 때문이었으며

다른 불꽃이 신호에 응답하였기에

거기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나는 모든 지성의 바다이신 스승님께

말했다. 저건 무슨 뜻입니까? 저 불은

무엇에 응답하고 또 누가 저렇게 합니까?

그분은 나에게 늪의 안개가 가리지

않는다면 저 더러운 물결 위에서

시위를 떠난 화살이 아무리 빠르게

허공을 달린다. 해도 내가 거기서 본

작은 배처럼 빠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 배는 물 위로 우리를 향해 왔는데

사공 혼자 이끌고 있었으면 사공 혼자

외쳤다. 이제 왔구나! 사악한 영혼아

플레기아스 쓸데없는 소리 지르는 구나

내 주인께서 말했다. 이번에 네가 할 일은

우리가 저 늪을 건너게 해주는 것 뿐이었다.

마치 자신에게 가해진 속임수를

듣고, 후회하는 사람처럼

플레기아스는 분노에 사로 잡혀 있었다.

 

나의 스승께서는 배 안으로 내려가

나를 자기 곁으로 돌아오게 하셨다.

내가 탔을 때에야 배는 무거워 보였다.

 

스승과 내가 배에 올라타자 낡은

 

뱃머리는 다른 영혼을 실었을 때보다.

더욱 깊이 물살을 가르면 나아갔다.

우리가 죽은 늪을 달리는 동안 진흙을

뒤집어쓴 영혼이 앞에 나타나

말했다. 때 이르게 오는 그대는 누구인가?

그는 보다시피 나는 울고 있는자요.

나는 그에게 저주 받은 영혼이여

눈물과 고통 속에 여기 남아있으라

 

아무리 더러워도 나는 너를 알겠구나!

그러자 그는 배를 두 손으로 잡으러 했고

눈치를 챈 스승께서는 그를 밀치며

말씀하셨다. 다른 개들과 꺼져라

그리고 스승님은 팔로 내 목을 감싸고

얼굴에 입맞추며 오! 불의를 경멸하는 자여

너를 잉태한 여인은 축복받을지어다.

 

저자는 세상에서 오만한 자였는데

그를 기억할 만한 덕성이 없으니 저렇게

그의 그림자는 여기에서 분노한단다.

저 위에서는 위대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여기에서 진흙처럼 돼지에 있으면서

커다란 수치를 남길 자가 얼마나 많은지

나는 스승이시여 우리가 이 호수를

나가기 전에 저놈이 이 늪 속에

곤두박질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 분은 나에게 저 언덕이 보이기 전에

너는 그런 욕망은 충족 될 것이니

네가 잠시 즐기는 것도 괜찮으리라

 

그리고 곧이어 진흙투성이 무리가

그를 잡아 찢었으니, 그에 대한 나는

지금도 하느님게 감사하고 찬양한다.

필리포 아르젠티에게 모두들

소리쳤고, 그러자 그 격노한 피렌체

영혼은 이빨로 자기 몸을 물어 뜯었다.

거기서 우리는 그를 떠났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고통의 소리가 내 귀를

뒤흔들었기에 나는 뚫어지게 앞을 응시했다.

착한 스승님이 말하셨다. 아들아 이제

고통스런 영혼들과 악마들의 무리가 사는

디스 라는 이름의 도시에 가까이 왔다.

 

나는 스승이여 저 계곡 안에 있는

회교당 들이 분명히 눈에 보이는데

불 속에서 나온 듯 불그스레하군요.

스승께서는 나에게 보시다시피 나에게

저 안을 태우는 영원한 불이 여기

낮은 지옥을 저렇게 물들인단다.

 

그 황량한 영토를 둘러싸고 있는

깊은 엉덩이에 우리는 이르렀는데

성벽은 마치 쇠로 된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크게 한 바퀴 돈 다음

한 곳에 도착하였고 사공이 크게

외쳤다. 나가라 여기는 입구이다.

 

성문 위에는 하늘에서 떨어진 자들이

엄청나게 많이 보였는데, 그들은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죽지도 않으면서

죽은 자들의 왕국으로 가는 자가 누구냐?

그러자 현명하신 스승께서는 그들에게

은밀하게 말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셨다.

 

그러자 그들은 분노를 약간 거둔 다음

말했다. 그대 혼자 오라. 겁 없이

이 왕국에 들어온 저자는 떠나라

만약 길을 안다면 그 무서운 길로

혼자서 돌아가라 그 어두운 길을

인내한 그대는 여기에 머물 테니까l

독자여, 생각해보시라 그 저주 받은

말에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나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오 사랑하는 길잡이시여, 당신은

일곱 번도 나를 안심시키고

제게 닥친 위험에서 구해주셨으니

이렇게 지친 저를 떠나지 마십시오!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거절 되었다면

왔던 길로 어서 돌아가십시다.

나를 그곳으로 안내한 주인께서는

두려워 마라 우리의 길은 그 분께서

주셨으니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리라

여기서 기다려라. 지친 영혼은

좋은 희망을 먹고 위안을 삼는 법, 내가

너를 이 낮은 세계에 남겨 두지 않으리라.

 

그런 다음 상냥한 아버지는 떠나셨고

나는 의혹 속에 혼자 남아 있었으니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싸움질하였다.

스승님이 그들을 들을 수

없었으나 오래 머무르지 않으셨고

 

그들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적들은 스승의 눈앞에서

성문을 닫았고, 밖에서 그분은

나를 향하여 느린 걸음을 옯기셨다.

 

눈은 땅바닥을 향하였고 눈썹은

당당함도 없이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다.

누가 나에게 이 고통의 집을 거부했는가?

그러고는 나에게 내가 화를 낸다고

당황하지마라, 저 안에서 아무리

막아도 나는 이 싸움에서 이길 것이다.

 

저들의 오만함은 새로운 일이 아니니

전에도 더 밖의 문에서 그랬는데

지금 그 문은 아직도 열려 있단다.

너는 문 위의 죽은 글씨를 보았겠지.

지금 거기에서 아무 호이 없이 원들을

거쳐 가파른 길을 내려오는 분이 계셨으니

그 분에 이해 이 도시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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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강의 - 서양 고전 읽기의 典範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단테 그가 말하는 지옥과 연옥과 현세의 관계
밤에 대해 그리고 그의 종교관에 대한 내용

형제여 오른다 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문에 있는 신의 천사가 내게죄의 정죄(淨罪)를 허락지 않으니,
죽는 날까지 죄를 회개하지 않은 벌.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 세월은살았던 세월과 같도다.


은총 안에 살아가는 사람의 기도가도와준다면 짧아지겠으나, 다른 기도는 하늘에서 들어주지 않으리.


연옥에서는 (신의) 은총 안에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마음으로 올리는 기도가 우리를 도와준다면 그 영혼은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하늘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연옥에 있는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는 사고방식은 교리적으로는 이미 존재했지만, 

단테가 이처럼 문장으로 명료하게 나타냄으로써 중세말엽부터 교회의 관습으로 넓게 뿌리내렸다.

 현세에 사는 사람이 진정으로 올리는 기도가 있으면 연옥의 영혼은 그만큼 구원에 가까워질 수있다. 천국에 있는 혼이 신에게 기도를 올리면 효과는 보다 크다. 

여기에서 각별히 언급해 두고 싶은 구절은 연옥의 정화 여행의 특색을 잘 표현한 제3곡의 마지막 행, 
나폴리 왕 만프레디의 말이다.
- P340

살아 있는 자의 기도로 빨리 나아간다.
이 행은 그 앞의 명시를 받는 대명사가 많아서 1행으로 번역하기 힘들었는데, 직역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현세에 사는 사람의 기도로발걸음을 크게 내딛으므로‘ 가 된다.

그렇다면 기도란 본래 무엇인가. orazione는 기도를 가리키는데근원이 된 라틴 어 oratio와 비슷하며 동시에 이는 대화‘ 를 의미한다.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은 신과 이야기‘ 를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연옥에서 고통받는 영혼을 위해 신앙이 더 깊은 사람이 기도하면,
그 기도가 신에게 받아들여져 연옥에 있는 영혼이 산을 오르는 일이 그만큼 쉬워진다. 

이러한 연유로 연옥에 있는 영혼의 구제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옥원조자매회(陳援助姉妹會)‘라는 수도회도 생겨났다. 

그리스도교가 아직까지 세간의 이해를 얻지 못한 일본에서는 명칭이 변경되었지만, 일찍이 종교적인 이름을 가진 수도회가 성립한 것도 신학적인 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다. 외국에는 이 명칭을 그 - P341

킨다. 연옥편에서는 Cato라는 라틴 이름으로도, Catone라는 이탈리아이름으로도 성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지옥편의 일곱 번째 계곡, 자살한자들이 모여 있는 부분에서 언급했지만(지. 14.15), 베르길리우스의『아이네이스」 (6 · 434-439, 8 · 670)에서 그의 자살은 자유를 추구하고의를 위한 것이었다고 칭찬하고 있으며, 단테도 『향연』 4권 28장 말미162행에서 고귀하고 우아한 덕(nobilita)이 카토에게서 극치에 달했다.


고 찬미했다. 또한 『제왕론』에서도 2권 5장 134행 이하에서 불명예로살아가기보다는 자유를 위해 죽음을 택한 사람으로서 카토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러므로 현재 상식으로는 쉰 안팎의 그를 옹(翁, veglio)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위엄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그가 자살했지만 자살한 자들이 가는 지옥의 일곱 번째 계곡에 떨어지지 않고 연옥의 파수꾼이 된 까닭은 그가 자유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은 연옥의 산을 오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옥에 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베르질리오가 카토에게 단테를 지나가게 해 달라고요청할 때 단테에 대해 그가 찾아와 자유를 청하나니, 무릇 그 지극한소중함은 그것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자만이 아는도다 (Libertà vacercando, che si cara,/come sa chi per lei vita rifiuta)‘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사수했던 분이라면 아시겠지요)(연 · 1.71-72)라고 한 말은 유명하다. 

이렇게 연옥에서는 자유를 추구할 수 있으므로 그곳은 자유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인간적 행위의 장이 된다.
- P342

니다. 영영 돌아올 길 없는 곳, 캄캄한 어둠만이 덮인 곳으로 갑니다.
그믐밤 같은 어둠이 깔리고 깜깜한 가운데 온통 뒤죽박죽이 된 곳, 칠흑 같은 흑암만이 빛의 구실을 하는 곳으로 갑니다" 라는 표현이 있다.

또 구약성서 시편 139장 8절에는 "하늘에 올라가도 거기에 계시고 지하에 가서 자리 깔고 누워도 거기에도 계시며" 라는 구절이 있다. 인간은 유대교 시대부터 절대적인 지옥과는 달리 은총을 내리시는 신이 늘 함께 계시는 장소를 사후세계의 하나로 여겨 왔다. 

연옥과 지옥의 구별은 그다지 확실치 않았고 명부 맨 밑바닥에 지옥 같은 장소가 있으며명부 조금 위쪽에 연옥 같은 곳이 있다고 여겼던 시기도 있다. 그러나단테가 생각하기에 연옥은 북반구 지하에 있는 지옥의 지구 중심부를통과해 반대편으로 나온 곳에 있으므로 남반구에 있다.


연옥의 의미

그렇다면 연옥과 같은 장소는 왜 생각해 냈을까.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자유를 추구했던 지사(志士) 카토(제1곡), 게으른 자이긴 했으나나쁜 의도는 없었던 벨라좌(제4곡) 외에도 지옥에 보내기에는 죄가 가벼운 사람들이 있다.
그 이유 중 한 예를 제5곡에서 노래한다. 


단테는 베르질리오를 따라걷다가 야코포 델 카세로와 본콘테 다 몬테펠트로, 피아 등과 같은, 분쟁의 와중에 죽어 간 사람들의 혼과 마주친다. 지금 우리가 이들에 관해 일일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그 옛날 횡사로 죽은 자들이니, 그리하여 임종에 이를 때까지 죄인이었으나, 그때 하늘의 빛이 우리를 깨우치시어 - P343

스스로 뉘우치고 용서하였노라,
 신은 즉 그를 뵙고자 하는 소망으로 
우리 마음을 격려하시니 
그와 화해한 몸으로 세상을 나섰도다 (연·5, 52 57 야마카와)

횡사‘란 뜻을 채 이루지 못하고 전쟁에서 죽었거나 첩자나 배신자때문에 죄 없이 살해당한 것을 뜻한다. 권력자가 제멋대로 법을 휘두르던 시대에는 왕이 명령을 내려 죽이는 일도 흔히 있었다. 정직 결백하고 왕에게 바른 말을 간한 사람이 갑자기 살해당하기도 한다. 

그들이설령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졌다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살해당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죽음에 대한 채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따라서 마지막고해나 기도도 올릴 수 없고, 게다가 상대를 원망한 채로 죽어 갔을지도 모르니 그런 의미에서는 온전한 신앙을 성취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지옥에 가야만 하는가. 그리스도교는 이렇게 죽은 사람들을 어떻게 처우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겼다. 죽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었다 해도 죽는 순간 신앙을 가진 자로서 적합한 행동을 하지 못했으면 지옥에 가야만 하는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의견을말했지만 그로 인해 부정한 자들에게 살해당한 사람이 지옥에 가도 괜찮을까.
이런 문제의식이 바로 13세기 이후 연옥이 급격하게 일반화된 원인이기도 하고, 또한 단테가 시 속에서 그 구조를 분명히 밝히려 한 커다란 동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본다면 연옥편 제4곡과 제5곡은 단테가 연옥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를 사례를 들어 명확히 밝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후세계에는 지옥과 천국 외에 연옥이 있으며, 지옥에 떨어질 만큼 악하지 않고 천국에 갈 만큼은 훌륭하지 않은 사람들, 요컨대 그런 의미에서 mediocrita (중간자, 보통사람)인,
대부분 그러한 무리에 속할 우리에게도 사후에 직면하게 될 장소로 열 - P344

려 있다는 사실이 단테가 주는 일종의 안도감일 것이다. 그는 세간을중간자의 세계라고 보았을 것이다.


밤의 평가와 연옥

그런데 일반적으로 낮은 노동의 시간, 밤은 휴식의 시간 이라는 사고가 있다. 낮에는 여러 가지 것들을 보고 듣는다. 

밤은 『만요슈』에 ‘질흑 같은 밤‘ 이라고 나와 있듯이 매우 어둡다. 캄캄한 밤에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을 떠올릴 수 있다. 밤에 단순한 자연 상태에서 자신의 주위를 정화하면 주위의 아름다운 사람, 편리한 도구, 예술 작품, 자기가하고 싶은 일의 소재 같은 가시적 대상은 모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자기 마음만 남게 되므로 밤이야말로 기도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수도원에서는 세속을 끊어 내는 그러한 밤 시간을 중시했다.


밤이 신과 만나는 시간이라는 생각은 중세 신앙서 속에서 많이 발견되며, 기도수도회 예를 들면 베네딕트회나 시토회(트라피스트회)에서는밤에도 시종(時鐘)에 맞춰 몇 번이고 일어나서 성당으로 향하고 기원을 노래한다. 밤 아홉 시경 그날의 마지막 기도를 올리면 방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든다. 

한밤중인 자정에 일어나 모두 함께 40분 정도 시편을 낭송하는 기도를 행한다. 다시 잠들었다가 새벽 세 시쯤 일어나 기도한다. 카르투지오회는 이를 혼자서 행한다. 밤은 기도의 시간이다.


그러나 밤은 한편으로 다른 사람의 눈도 없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로부터 벗어나 있으므로 나쁜 일을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검은 옷을입은 악마는 밤에 슬그머니 찾아온다. 대부분의 죄는 밤에 일어난다.

따라서 밤은 신이 부여해 주신 시간이긴 하나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13세기 신학적 문제의 하나였다.
- P345

아직 연옥성에 들어가지 못하고 연옥 들판에 있던 베르질리오와 단테는 성을 향해 가던 도중 우연히 마주친 소르델로(Sortells)에게 지름길을 묻는다. 그러자 소르델로는 ‘위로 오르는 일은 밤에는 할 수 없으니 (ed andar sul di notte non si puete;) (연 · 7.44)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문답은 이어진다.


그것은 어인 연유요, 밤에 오르고자 하는 이는 다른 이에게 방해를 받기 때문이오, 아니면 힘이 미치지 않아 스스로 오르지 못함이오.
착한 소르델로가 손가락으로 땅을 그으며 이르기를, 보시오, 그대는 해가 진 후에는 이 금 하나도 넘기 어려우리허나 오르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밤의 어둠뿐이니, 그 어둠이 힘을 앗아 의지를 가로막으리
 (연 · 7. 49-57 야마카와)


이 세상의 밤은 신에게 다가가는 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죄로 기우는 때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연옥에서는 밤의 어둠이 사람의 힘을빼앗아 의지를 약화시킨다. 따라서 연옥에서는 밤에 움직이면 안 된다.
우리는 하루 종일 온갖 일들에 마음을 빼앗겨 신을 생각할 수 없다.


밤에야말로 신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밤은 아름다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므로 밤에야말로 사색의 능력이 커지고 사색의 의지도 강해진다. 그러한 시간엔 우리의 마음도 천국을 향한 방향으로 조금은 가까워진다.

 그러나 동시에 밤에는 나쁜 마음이 일거나 사악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현세를 사는 우리의 마음에는 양극성이 있다. 그에 비해 연옥의 밤은 부정성 하나로 결정되어 있으며 그것은 죽음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단테의 지옥과 연옥은 모두 현세 자체를 깊게 생각하게 하는 것들로 - P346

가득 차 있다. 지옥편에서는 이 세상에서 절망하면 그것이 곧 지옥임을 배웠는데, 밤이 가지는 양면성 중에서 밤의 어둠 속에서 자신의 의지가약해지고 능력도 빼앗길 때는 살아 있으되 연옥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읽어 나가면 지옥이나 연옥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문학의 의미를 통절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곡』은 현세를 사는사람들에게 현세와는 다른 세계를 현세의 현실 행위와 관련시켜 생생하게 묘사해 줌으로써 어느새 현세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 깊은 질문을던지게 하는 책이다. 이는 신앙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만인에게 열린 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의 본질에 관하여

자, 그렇게 본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단테가 종교를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알 수 있다. 단테는 ‘종교란 무엇인가 라고 직접적으로 묻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넌지시 일러준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종교에는 세 가지 특색이 있다. 첫째로 종교는두 개의 세계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세와 그것을 지배하는 초월적인 세계로 나누는 것이다. 초월적 세계에는 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초월자가 존재한다.

e vidi uscir dell‘ alto e scender giùedue angeli con due spade affocate, (Purg. VII, 25-26)
보라 천상에서 땅으로 내려
선두 천사는 불의 검을 가졌다.
- P347

따라서 현세의 살아 있는 하느님이나 산 부처에게 기도하면 성취할수 있다는 생각은 종교의 본래적인 의미에서 벗어난 것이다. 종교에서이 두 세계를 이어 주는 존재는 이를테면 천상적 존재, 초월적 존재여야만 한다. 

천사는 천상적 존재자의 사자에 불과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불의 검은 계율을 어기는 자를 벌하거나 추방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로, 종교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후세계를 생각한다. 그것은 일견전적으로 형식적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장례식을 떠올려보면 어떤 종교든 고별사가 있어서 돌아가신 분의 은혜를 추모한다. 

이렇듯 종교는 죽은 자를 매개로 사후세계와 일종의 연관성을 가진다. 신화의 사후세계는 지하의 저승뿐이지만 종교는 천상과 낙원도 가지고있다. 

단테 생각에 사후는 종교적 도덕 혹은 신에 대한 도덕에 따라 삼분되어 있다. 성스러운 행위를 한 사람은 천국으로, 신을 모독한 악한자는 지옥으로 가지만,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중간자이므로 사후에는소 카토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처럼 정죄를 위한 수련의 장이 마련되는데, 그곳이 바로 연옥이다.


Correte al monte a spogliarvi lo scoglio,
ch‘esser non lascia a voi Dio manifesto, (Purg. 11. 122-123)

산으로 치달려 허물을 벗으라그리하지 않으면 신은 나타나지 않으리


셋째로, 종교는 기원을 동반한다. 그것은 병에 걸렸을 때 의사에게
"병을 고쳐 주십시오" 라고 부탁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의사에게는 "좋은 약과 좋은 수술로 낫게 해 주십시오" 라고 현실적인 사람의 - P348

힘에 소망하는 것이지만, 신이나 부처에게 기도할 때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기도한다. 평상시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자신이 반드시 도와야할 사람을 위해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디 내생명을 대신 가져가시고 저 사람을 구해 주십시오" 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신에게 기원한다. 이는 침묵과 비밀 속에서 자주 행하는 기원이다.


또한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통절한 기도인 경우도 있다. 종교에는 영속적으로 또는 순간적으로 이런 절대적인 기원을 환기시키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신의 은총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마지막 비원(悲願)이 담겨 있는 경우가 있다. 그중 한 예는 단테가 알고지내던 재판관 니노 비스콘티(Nino Visconti)가 한 말이다. 이것도 내번역으로 소개하겠다.


Vieni a veder che Dio per grazia volse.
là dove alli ‘nnocenti si risponde (Purg. VIII. 66-72)신의 은총을 보러 오라죄 없는 자에게는 하늘이 응하시니.


이상 세 가지가 종교의 본질이다. 이를 관통하는 것은 세상은 하나가 아니며 현실에 살아 있는 세계와 이를 초월하는 또 하나의 세계가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현세에는 지극히 훌륭하게 살았던 사람이지만, 다른 하나의 세계인 초월적 세계를 마음에 두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그 문제는 다음과 같이 논의된다.
- P349

단테의 종교관

앞에서 서술한 세 가지 특색을 가진 종교는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단테의 종교관을 살펴보기로 하자. 강의 텍스트로 늘야마카와 선생의 번역을 펼쳐 보는데, 이 부분은 내가 경애하던 선배노가미 소이치 선생의 번역을 먼저 펼쳐 보자.


그리하여 내가 제5원으로 빠져나오자,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땅에 엎드려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내 영혼이 속진에 처박혔으니 
그들이 몹시도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소리를 들었으나,
그 말의 의미는 거의 알 수 없었다. 
(연·19·70-75 노가미)

제5원에 이르렀을 때, 나는 보았나니 여기에 무리가 있어, 그들이 모두 땅에 고개 숙여 엎드려 흐느끼더라내 영혼이 속진에 처박혔으니, 나는 그들이 이같이 말하는 소리를 듣기는 하였으되, 그 말은 거의 이해하기 힘들고 그 탄식은 깊고 깊더라 (연·19·70-75 야마카와)연옥의 제5권역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그중에는 1276년교황으로 선출된 하드리아누스 5세(Adoriano V)도 있다. 그들은 땅 위에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울고 있다. 내 영혼이 속진에 처박혔으니‘ 는 불가타 판 시편의 라틴어 Adhaesit pavimento aniina mea에 방점(이 번역서에서는 볼드체로 표기 - 옮긴이)을 찍은 것은 그 부분이 이탈번역이다.(번역 - P350


그들은 극악한 죄를 범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내 영혼이 속진에 처박혔으니‘ 곧 내 영혼이 땅, 먼지, 지상의 세상사에 집착했었다며 땅 위에 엎드려 흐느낀다. 생전에 종교적인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현세의 이익에 집착하며 살아 온 사람들이다. 내 번역을 시도해 본다.


Si come l‘occhio nostro non s‘aderse
in alto, fisso alle cose terrene,
così giustizia qui a terra il merse. 
(Purg. XIX 118-120)

생전에 우리의 눈이 땅에만 박혀하늘을 우러르지 못한 탓으로, 눈을정의가 여기에서도 땅으로 내리누른다.
신분은 종교상 최고 자리에 있었더라도 지상의 권위나 정치, 재물에만 눈길을 주며 기본적으로 속세적, 물질적인 삶을 산다면 영혼은 먼지에 처박혀 있는 것과 다름없으며, 그것은 곧 비종교적인 삶이다. 

물론비종교적이지만 윤리적으로는 훌륭하게 사는 사람도 많지만, 신을 믿는 눈으로 보면 그것만으로는 결코 충분치 못하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것은 초월적인 신이므로 땅에 연연하지 말고 하늘을 우러러야 하며, 우리에게는 사후세계가 있으니 허망하게 쇠해 갈 것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그리고 기도가 필요하다. 

이들 시구에서 종교에 관한 단테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왜 오늘날에도 때에 따라 전례적인 행사들을 따르는 걸까.
새해가 되면 참배를 하러 간다. 절이나 교회로 말씀을 들으러 가는 사 - P351

람도 있다. 친척이나 친한 사람이 사망했을 때는 장례식을 치른다. 혹시 그것을 단순한 이 세상의 의무라고만 여기며, 장례식에 가지 않으면 그 사람을 애도하지 않는 것이니 참석하자‘, ‘그 단체 회장이 돌아가셨다니 앞으로의 교제를 생각해서 얼굴을 내밀자‘ 라는 마음으로 장례식에 참석한다면, Adhaesit pavimento anima mea와 마찬가지로 종교성과는 동떨어진 사교적인 기회로 전례를 이용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이는 땅에 엎드려 용서를 구걸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례의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나 자신의 죽음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저 사람에게는 정말로 신세를 많이 졌다. 부디 천국에 가길바란다‘ 라고 한순간

만이라도 진지하게 기원한다면 그 사람은 그 순간만큼은 대지로부터 벗어난다. 전례가 가지는 종교적 분위기는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는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단테가 말하는 땅에 처박혀 있는 데에서 인간의 영혼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하는 일이다.


- P352

 예로부터 사람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하늘 에 헌상물을 올리며 엄숙한 의식을 행했다. 정해진 제복(祭服)을 입고 정해진 말을 모두 함께거나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며 기도한다. 그러는 와중에 인간의 마음은 차차 위로 향해 간다. 마음을 위로 올리는 일이 가능하다.


혼을 위로 올리려면 지상의 것이 아닌 것들을 생각한다.
지상에 없는 것을 생각하는 데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예를 들어자신이 거쳐 온 운명을 되돌아보면 인생은 설계대로 살아진 게 아니라,


전혀 함께할 가능성이 없을 듯한 사람과 연결되거나 천재지변과 전쟁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힘을 훨씬 능가하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은총이나 구원을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상의 것에 얽매이지 않고, 눈을 높이들어 위를 바라보는 태도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일 것이다. 전례는 사람에게 그렇게 할 것을 권한다.


단테라는 서양의 시인과 종교에 대해 논하면서 한자 설명부터 시작하는 것은 순서가 반대일지도 모르겠으나, 전례‘ 란 이탈리아 어로는liturgia 이고 라틴 어도 같으며, 그리스어 autovoria (leitourgia)에서 유래한다. 

말뜻은 ‘봉사(service)‘ 이다. 전례가 없는 종교는 없으며 종교란 신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우리의 눈 지상의 것에만 기울어, 높이 들어 볼 수 없었던 것과 같이, 정의는 여기에서 이를 땅에 잠기게 하노라 (연·19,118-120 야마카와)눈을 들어 위를 바라보게 할 만한 것은 연옥에는 없다. 전례는 현세에만 있다. 

현세에는 땅으로 향하려는 눈을 분위기로써 순간적으로나마 위로 향하게 하는 종교 의식이 있다. 이처럼 생각해 보면 전례는 현 최고의 보물이 아닐까 그것은 연옥에도 지옥에도 없다 설령 그곳에 종교가 있다고 해도 전래는 두 군데 모두 없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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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제7

 

4원에서 단테는 재물의 악마 플루토를 본다. 이곳에는 재물의 죄인들,

하자면 낭비나 반대로 인색함이 죄를 지은 영혼들이 맞부딪치며 서로를

모욕한다. 베레길리우스는 재물을 다스리는 행운의 여신에 대해 설명하면서

5원으로 간다. 그곳에는 분노의 죄인들이 스틱스 늪에서 흙탕물 속에 잠

겨 벌받고 있다.



 

파페 사탄, 파페 사탄 알레페!

거친 목소리로 플루토가 소리쳤다.

그러자 모든 것을 아는 친절한 스승님은

나를 위안하셨다. 두려움에 몸을 해치지

마라, 저놈이 아무리 강해도 바위 길을

내려가는 우리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분노에 찬 그놈 얼굴을 향해

말하셨다. 닥쳐라, 저주 받은 늑대여

네 분노로 너의 몸을 불태워라.

 

이유 없이 이 어두운 곳을 가는 것이

아니라, 미가엘이 오만한 폭력을

처벌했던 높은 곳에서 원하신다.

 

그러자 마치 돛대가 부러지듯 바람이

부풀었던 돛대들이 휘감겨 떨어지듯이

그 잔인한 맹수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넷째 원으로 내려가

우주의 모든 죄악을 담고 있는

고통스러운 기슭으로 더 내려갔다.

 

, 하느님의 정의여! 내가 본 수많은

고통과 형벌은 누가 쌓았습니까?

왜 우리의 죄는 우리를 파멸합니까?

 

마치 카리디 바다 위에서 파도가

마주치는 파도와 함께 부서지듯, 이곳

영혼들은 맴돌며 서로 부딪치고 있었다.

나는 다른 곳보다 많은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들의 이쪽과 저쪽에서 크게 울부짖으며

가슴으로 무거운 짐을 굴리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맞부딪치면서 그 자리에서

각자 몸을 돌려 돌아보며 소리쳤다.

왜 갖고 있어 왜 또 낭비해

그렇게 더러운 가락을 소리치면서

그들은 한쪽 편에서 다른 쪽으로

어두운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어며

그러다 자기 반원의 중간에 이르며

각자 몸을 돌려 맞은편을 향했다.

나는 찢어지는 듯한 가슴으로 말했다.

 

스승님, 이들이 누구인지 말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 왼쪽에 있는 삭발한

자들은 모두 성직자들이었는지요?

그분은 나에게 이자들은 모두

첫 번째 삶에서 정신의 눈이 멀어

절도 있는 소리를 하지 못하였단다.

 

정반대의 죄로 서로 나늰

원의 두 지점에 이르면 저들은

분명한 목소리로 저렇게 짖어댄다.

 

이쪽에 머리에 털이 없는 자들은

성직자로 교황과 추기경들이었는데

지나칠 정도로 탐욕을 부렸지.

 

나는 스승이시여 이자들 중에서

그런 죄로 더렵혀진 몇몇 영혼들을

제가 분명 알아볼 수 있겠군요.

 

그러자 그분은 헛된 생각을 하는구나.

저들은 무분별한 생활로 더러워져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단다.

그들은 영원히 서로를 충돌할 것이며

무덤에서 이들은 움켜진 손으로

저들은 잘린 머리카락으로 일어서리라

인색함과 방탕함으로 인해 저들은

아름다운 세상을 잃고, 저렇게 싸우니,

그게 어떤 것인지 꾸밈없이 말해 주마.

 

아들아, 행운에게 맡겨진 재화 때문에

인류는 그토록 아귀다툼을 하는데

그 짧은 순간의 기만을 보아라.

 

달의 하늘 아래 있고 예전에 있었던

그 모든 황금은, 이 피곤한 영혼들 중

누구도 편히 쉬게 하지 못 할 것이다.

 

내가 말했다. 스승님 더 말해 주십시오.

말씀하시는 그 행운이 무엇이기에

그렇게 세상의 재화를 손에 갖고 있나요?

 

스승님은 나에게 오,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무지가 얼마나 너희들을 헤치는지!

이제 내 말을 명심 하도록 하라.

 

모든 것을 가진 지혜를 가진 분은

하늘들을 만드시고 인도하는 자를

배치하시여 세상 온 사방이 빛나도록

빛을 동일하게 나눠 주셨는데

마찬가지로 세상의 영광들에 대해서도

다스리고 인도하는 자를 배치하셨지.

 

그녀는 헛된 재화를 이 민족에서

저 민족으로, 이 핏줄에서 저 핏줄로 옮겨

인간의 지혜가 막을 수 없도록 하셨다.

그래서 풀 속에서 숨겨진 뱀처럼

그녀의 판단에 따라 한 민족이

지배하면 다른 민족은 시들게 된다.

 

너희들의 지식은 그녀에게 맞설 수가

없으니, 그녀는 미리 예견하고 판단하여하지만

다른 신들처럼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녀가 옮기는 작업은 쉴 새가

없이 필요에 따라 재 빨리 바꾸고

따라서 종종 운명이 바뀌는 자가 있지.

그런데 그녀를 찬양해야 할 자들이

오히려 부당하게 욕하고 비난하며

그녀에게 심한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그녀는 행복하게도 그런 말을

듣지 않고, 다른 최초 창조물들과 함께

 

즐겁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며 즐긴다.

 

이제 더 큰 고통으로 내려가 보자

내가 출발했을 때 떠오른 별들이 이미

스러졌으니 이미 오래 머무를 수가 없구나!

 

우리는 원을 가로질러 맞은편 기슭의

어느 샘물로 갔는데 부글부글 끓는

넘치면서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그 물은 아주 새카만 색깔이었고

우리는 시커먼 물결을 바라보면서

매우 거칠고 험한 길을 내려갔다.

그 시커먼 시냇물은 거무스레하고

사악한 기슭의 발치에 이르자

스틱스 라는 이름의 늪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바라보던 나는 늪 속에서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벌거벗은 채

온 통 진흙을 덮어 쓴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손뿐만 아니라 머리와

가슴과 발로 서로를 때리며 이빨로

물어뜯어며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훌륭한 스승님이 말씀하셨다. 아들아,

보아라, 분노에 사로잡힌, 영혼들을

또한 분명 네가 알아야 하는데

어디를 바라보아도 내 눈이 말해 주듯

이 물 밑에는 한숨짓는 사람들이 있어서

수면에 부글부글 거품이 일고 있단다.

진흙 속에서 저자들은 말한단다. 햇살

아래 달콤한 대기 속에서는 마음속에

게으른 연기를 가졌기 슬펐는데

이제는 검은 진흙 속에서 슬프구나

 

분명한 말로 말할 수 없으니 그런

탄식은 목구멍 속에서 꾸르륵거린다.

그렇게 진흙 속에 잠긴 자들을 보며

우리는 마른 절벽과 늪 사이를 따라

더러운 늪의 주위를 빙 돌았으며

마침내 어느 탑의 발치에 이르렀다.


분노에 사로 잡히고 그것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생활이 더러워지고 종종 운명이 바뀌게 된다.

그래서 가슴에는 고통을 받게 된다.

정신의 눈이 멀어 절도 있는 소비를 하지 못한다.”

스승들은 그 더렵혀진 영혼들을 분명 알아본다.

물질에 유혹당하면 자신의 영혼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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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제5곡



단테는 제2원으로 내려가 지옥의 재판관 미노스를 본다. 제2원은 음란함과

애욕의 죄인들의 벌받고 있는데, 그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섭게 취몰

아치는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벌을 받는다. 그들 중에서 프란체스카와 파올

로의 영원이 단테에게 자신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제1원에서 제2원으로 내려갔는데

그곳은 더 좁은 지역을 감싸고 있었지만

더욱 커진 고통에 사로잡혀 있었다.

거기에 미노스가 무섭게 으르렁거리며

입구에서 죄들을 조사하고 판단하여

자신의 꼬리가 감기는 대로 보냈다.



말하자면 사악하게 태어난 영혼이

자기 앞에 와서 모든 것을 고백하면

그의 죄를 심판하는 자는 그에게

지옥의 어느 곳이 적합한지 보고

아래로 떨어뜨리고 싶은 곳의

숫자만큼 자신의 꼬리를 휘감았다.


그 앞에는 언제나 수많은 영혼들이

순서대로 각자의 심판을 받으면서

말하고 들은 다음 아래로 떨어졌다.

외 이 고통의 장소로 오는 그대여

나를 보더니 미노스는 하고 있던

그런 자기 임무를 내던지고 말했다.



누구를 믿고 어떻게 들어오는가

입구가 넓다고 속지는 마라

그러자 안내자는 왜 소리치는가

숙명적인 그의 길을 방해하지마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그렇게 원했으니 더 이상 묻지 마라



이제 고통의 소리들이 나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으니 나는 수많은

통곡이 뒤흔드는 곳에 이르러 있었다.

나는 모든 빛이 침묵하고 있으며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가 맞바람과

싸우듯이 울부짖는 곳에 와 있었다.



잠시도 쉬지 않은 태풍은

난폭하게 영혼들을 몰아붙이며

뒤집고 흔들면서 괴롭히고 있었다.

영혼들은 폐허 앞에 도달하자

비명과 탄식과 한숨을 토해내면서

거기서 하느님의 덕성을 저주 하였다.



나는 깨달았다. 열정에 사로 잡혀

이성을 잃었던 육체의 죄인들이

그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추운 계절에 수많은 찌르레기들이

크고 빽빽한 무리를 지어 날아가듯이

그렇게 그 바람은 사악한 영혼들을

이리저리, 위로 아래로 휘몰았으니

휴식은 말할 것도 없고, 고통이

줄어들 어떤 희망의 위안도 없었다.


마치 구루미들이 구슬피 노래하며

길게 늘어서서 허공을 날아가듯이

태풍에 휩쓸린 그림자들이 울부짖으며

고통스럽게 끌려 다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스승님 검은 바람이 저렇게

벌을 주고 있는 자들은 누구인가요?


그분이 대답했다. 네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저들의 첫 번째 여자는

수많은 백성들의 황후였단다.


애욕의 죄 때문에 저렇게 망가졌고

자기 행위에 대한 비난을 없애려고

법류로써 음탕함을 정당화시켰지

책에 나오는 그녀는 세미라미스

니노스의 아내였고 그의 뒤를 이어

지금 술탄이 다스리는 땅을 차지했지

다른 여자는 사랑에 빠져 자결했는데

시카이오스의 유골을 배신하였단다.



그 뒤에 음란한 클레오파트라가 있다.

보아라, 헬레네를 그녀 때문에

지겹던 시절이 지났다. 끝에는

사랑 때문에 싸웠던 위대한 아킬레우스를

보아라 파리스 트리스탄 스승님은

사랑 때문에 삶을 마친 많은 영혼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름을 댔다.


옛날 여인들과 기사들의 이름을

스승에게서 듣고 측은한 마음에

나는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나는 말을 꺼냈다. 시인이여 저기

바람결에 가볍게 걸어가듯 함께 가는

두 영혼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분은 우리 가까이 오면 보리라

그들을 이끄는 사랑의 이름으로

부탁하면 그들은 이리로 올 것이다.

바람이 그들을 우리 쪽으로 밀었을 때

나는 말했다. 오! 괴로운 영혼들이여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와서 말하시오.



마치 욕망에 이끌린 비둘기들이

활짝 편 날개로 허공을 맴돌다가

아늑한 보금자리로 날아오듯이

그들은 디도가 있는 무리에서 벗어나

사악한 대기를 가로질러 우리에게 왔으니

애정 어린 외침이 그렇게 강렬하였다.



오, 자비롭고 넉넉한 산, 사람이여

이 어두운 대기 속을 지나가면서

세상을 피로 물들인 우리를 찾는군요.

우주의 왕께서 우리의 친구라면

우리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그대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리다.

그대가 말하고 또 듣고 싶은 것을

지금처럼 바람이 잔잔한 동안에

우리는 듣고 그대에게 말하리다.



내가 태어난 땅은 포 강이 자신의

지류들과 함께 흘려 내려와 평화를

얻는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지요.



상냥한 마음에 재빨린 불타는 사랑으로

이 사람은 빼앗긴 내 아름다운 육체를

사랑했으니 그것이 아직 나를 괴롭힙니다.

헛된 사랑을 용납하지 않는 사랑으로

나는 멋진 이 사람에게 사로잡혔으니

그대가 보듯, 아직 나를 사로잡고 있소


"시인이여 저기

바람결에 가볍게 걸어가듯 함께 가는

두 영혼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육체를 욕망으로 사랑하면 사랑은 불타는 재가 되어 버린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육체적인 욕망으로 나를 가두게 되었는가.?

이성를 잃은 육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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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의무에서 벗어나 기다리던 자유로운 때를 꿈꾸고 그 시간이 오면 본업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하곤 한다. 자투리 시간에는책을 쓰거나 연구를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변명을 하면서, (…)세월이 흘러서 마침내 기다리던 자유를 얻었다. 고대했던 그 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때쯤이면 더 이상 자신이원하던 일을 하지 못하게끔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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