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샤를 페팽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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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샤를 페팽은 1973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에서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대중에게 친근하고 쉽게 철학을 소개하며, 오늘날 프랑스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이자 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는 과거의 현존들, 과거와 마주하기, 과거와 나아가기 총 3부로 되어있다.


작가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난 삶(과거)을 돌아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를 이루는 것은 현재보다 과거의 지분이 더 크다고 한다.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 취향과 혐오, 꿈과 야망, 습관까지 모든 것이 우리의 과거에서 비롯되었고, 이 모든 것에 나의 과거가 존재한다. 현재를 살게 한 것은 과거의 나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샤를 페팽은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지라도 과거에 휘둘리거나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한다. 과거와 잘 지내면서 적절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과거 속에서 사는 삶이 아닌 과거와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신경과학은 베르그송의 직관을 확인해 주었을 뿐 아니라 분석을 더 밀고 나갔다.

그리하여 기억에는 두 종류가 아니라 다섯 종류가 있으며, 그중 세 가지는 주를 이루고 나머지 둘은 부차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서평]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샤를 페팽, p.27


우리의 기억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 않고 다중적이다.


기억의 주를 이루고 있는 세 가지는 일화 기억(자전적 기억, 추억 기억), 의미 기억(단어와 개념에 대한 기억), 절차기억(우리의 반응과 습관에 결부된 것)이 있다. 우리가 흔히 '기억'이라고 할 때는 이 세 가지를 가리키는 것이다. 과거에 들었던 수업을 떠올릴 때 이 세 기억은 동시에 관여하며, 세 기억은 장기기억으로 우리가 과거를 재작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부차적 기억에는 단기기억(작업기억과 감각기억)이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과거와 지속적이고 복잡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 관계는 다섯 가지 기억에 상응하여 다섯 가지 양상을 띄게 된다.


책에서는 다섯 가지 기억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기억'과 '추억'은 둘 다 지나간 일이고 경험을 돌이켜 생각하지만, 추억은 기억과 연관된 감정이 개입된다는 측면을 더 강조한 것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현재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단절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돌아보고, 마주하며, 과거를 버팀목 삼아 미래로 나아갈 힘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작가가 강조하고 있는점이다.


이 책을 읽으며, 현재의 내가 있기까지 나는 어떤 과거의 삶을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작가의 주장처럼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과거와 더불어 사는 삶이 내가 앞으로 살아나갈 미래를 환하게 밝혀준다면, 이 책은 내게 이런 질문을 남겼다.


'과연 과거와 적절한 거리는 얼마큼일까?'라는 질문을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되뇌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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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5 -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 지음 / 싱긋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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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이다.


세상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마케팅 전략가, 이노션의 싱크탱크 인사이트전략본부는 2025년의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는 소비자를 관찰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는 광고 회사야말로 트렌드 변화에 가장 민감한 조직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트렌드 도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친절한 트렌트 뒷담화 2025』는 그들이 발간한 다섯 번째 책이다.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놀이, 일상, 세상, 마케팅, 스페셜 리포트 5장에 걸쳐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앞으로 소비자들이 어떤 소비 형태를 갖춰갈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마케팅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단 하나의 이유였다. Z, MZ라 불리는 세대와 소통을 하고 싶어서였다. 사실 밈이 무엇인지? 연애 프로그램을 왜 보는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페스티벌들이 곳곳에서 열리는 것을 보면서 그 세대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어도 그 세대를 이해하고픈 마음이 있어서였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나는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외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청계천을 걷고 있었는데, 한 외국인이 손바닥만 한 지저분한 인형을 아주 정성스럽게 청계천 주변 조형물에 앉히고 청계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지나가는 나를 발견한 외국인은 내게 사진을 부탁했다. 나에게 카메라를 넘겨준 후 그는 자기의 어깨에 그 인형을 올리고, 아주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바라보는 포즈를 취했다. 마치 아주 정든 연인과 이곳에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깨끗하지도 않은 작은 인형과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 모습은 내게 참 낯설었었다. 그런데 요즘 그런 일들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의 2장에서 '하잖아도 괜찮아!' 애착템의 시대란 글을 읽고 나서야 나는 10년 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외국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애착 성향이 디지털 도어록의 시대에 키링을 부활하게 했고, 애착템을 위해서라면 솜 인형에도 경락 마사지를 받게 하는 등 최애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 지출쯤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요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 전 방송에서 50대의 혼자 사는 연예인이 애완돌을 키우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었다. 나는 방송이니까, 웃기기 위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세대들 중에는 애완돌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서로 선물을 해주기도 한다니….


책을 읽으며 요즘 세대와 트렌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나와는 다른 세대를 살아가는 그들의 문화와 트렌드에 대해 100% 공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대적 흐름이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5』는 마케팅 전문가들이 읽으면 좋겠지만, 나와 같이 요즘 세대와 트렌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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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말하기는 달라야 합니다 - 사람을 사로잡는 재치 있고 긍정적인 포용의 대화법
이호선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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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책날개에 있는 문구 때문이다.


오십이 되니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기 시작했다!

[출처] 『오십의 말하기는 달라야 합니다』 - 이호선, 오아시스


강력한 문구는 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오십? 호르몬의 영향일까? 어느 순간 말이 많아지는 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누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하지만, 상대방에게 꼰대의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작가 이호선은 스피치 전문가다. 대학 시절 축제를 시작으로 25년째 사람들 앞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행사 전문 MC라고 한다. 방송 출연도 했고, 현재는 MC 에이전시 및 스피치 아카데미 'helloMC'를 운영하고 있다.


25년 그의 노하우가 담긴 책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책은 관계가 술술 풀리는 대화의 비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소통의 말 습관,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말의 기술, 힘들이지 않고 삶을 원하는 것으로 채우는 말의 기술 총 4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1분 말하기 코칭이라는 부분이 있어,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고 있다.


50대 말하기의 핵심은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단어로 나타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말의 기술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진심 어린 태도로 대화에 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찾고, 리액션을 크게 하는 등 말하기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50대의 말하기는 '나다움'과 '시대의 흐름' 사이의 균형을 찾는 예술이라고 한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열린 생각과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중년에겐 젊은이가 갖지 못한 풍부한 인생 경험이 있다. 자신의 경험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듣기에 꼰대의 잔소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에 열린 생각과 자세를 가지고 타인과의 대화에 임한다면, 상대방은 중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책에는 상처 주는 말, 현명하게 대처하기, 갈등을 방지하는 대화법 등 53가지 말하기 기술이 나온다.


말하기 기술에 대해서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동안 내가 부족했던 게 이런 거구나!를 알 수 있었다. 타인이 별생각 없이 하는 말에 내가 상처를 받기도, 생각 없이 내뱉은 내 말이 상대방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되기도 하는 경험을 그동안 수도 없이 했다.


이 책을 통해 내 말하기 습관을 돌아볼 수 있었다. 50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나를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됐다.


타인과 대화를 할 때, 남의 말을 끊고 내 얘기만 끊임없이 한 적이 있는지? 그런 사람이 내가 아닌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말하기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다.


최근 누군가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본 적이 있나?


이 책은 나의 말하기 습관에 대해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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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위대한 자유 아포리즘 시리즈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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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오늘날에는 격언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니체의 위대한 자유』는 스트레스받는 사람들과 잘못된 에너지 소모로 약해진 사람들을 위해 니체가 남긴 말 중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가 선별해 엮은 책이다. 이 책을 홍성광이 옮겼다.


책은 8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내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글귀를 찾다 보면 지금 나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8개의 장 중에 이번에 내 눈에 가장 들어온 것은 4장의 '다른 사람의 힘에 의지하여 오르지 마라, 자신만의 참된 재능과 노력으로 위대함에 이를 수 있다.'와 7장의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워져라. 고난을 무릅쓰고도 자신의 경험과 열정만을 따라야 한다.'라는 부분이었다.


높이 올라가려면 자신의 다리를 사용하라!

다른 사람의 힘에 의지하여 오르지 말고,

다른 사람의 등이나 머리 위에 앉지 마라!

- 138


공로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돌아보면 자만하지 않는다.

- 150


우리가 자유로운 자연에 있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이 우리 자신에 대한

아무런 의견이 없기 때문이다.

- 266


352가지 아포리즘 중 가장 눈에 들어온 3개의 글을 위에 놓고 보니, 지금의 내 상태가 보였다.


팀 프로젝트에서 무임승차를 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며 힘을 내는 내가 그려졌다. 가끔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연을 찾기도 하는데, 그건 자연이 내게 아무런 의견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책을 보며 다시 느꼈다.


뒤에는 옮긴이 홍성광의 해설이 들어있는데, 해설과 책의 분량이 비등하다. 이런 종류의 책은 전문가의 생각이 궁금할 때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뒤의 해설 부분은 꽤 읽어볼만했다. 니체의 사상과 삶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


니체는 주인과 노예라는 단어는 외적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심리적인 차원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루에 2/3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은 누구든 노예라고 본다고 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과연 2/3을 자신을 위해 쓰는 몇이나 있을까?


나는 하루 16시간을 나를 위해 쓰고 있나?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를 위해 쓰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진리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나는 그동안 니체는 왜 자유롭지 못했을까? 왜 더 자유롭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니체의 노예에 대한 정의를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 느끼는 자유에 대한 갈망. 니체는 이 목마름 속에서 평생을 고뇌하며 살았던 것 같다.

『니체의 위대한 자유』는 책장에 꽂아두고, 삶이 팍팍해질 때 한 번씩 꺼내 아무장이나 펼쳐보며 생각 정리에 활용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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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밀 강령회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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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사라 페너는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캔자스주에서 자랐다. 캔자스 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금융업에 종사하던 사라는 엘리자베스 길버트 작가의 강연을 듣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데뷔작인 <넬라의 비밀 약방>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 40개국에 출판되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4년 8월 새 장편소설 <런던 비밀 강령회>가 출판되었다.


『런던 비밀 강령회』는 두 여성 영매가 19세기 런던의 연쇄 살인을 파헤치는 복수극이다. 이것은 1873년 2월 13일 ~ 2월 17일까지 단 4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로 배경은 런던이다.


"그래, 그거. 그 나뭇잎은 이미 죽었어. 썩었다고. 그런데도 흔적이 남아 있어. 맞지? 아직도 남아 있는 게 있다고. 아니면 그 나뭇잎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환상이라고 할 거야?" p.50

[출처] 『런던 비밀 강령회』 사라 페너, 하빌리스


레나와 에비는 관심사와 생각이 상당히 다른 자매다. 영매와 영혼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는 에비, 화석과 수석에 관심이 많은 레나. 레나는 눈으로 직접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건 모두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한다. 에비는 화석의 흔적이야말로 환상이 아닌 죽음 너무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했지만, 레나는 에비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에비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에비가 살해당하던 날 아침, 레나와 에비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에비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전하지 못했는데, 싸늘한 시신이 되어 나타난 에비. 레나는 에비가 어떻게 죽었는지 밝히고 싶었다.


레나는 에비의 스승이었던 영매 보델린 달레어를 찾아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매인 보델린은 몇 해 전 런던을 떠나 파리에 살고 있었다. 레나는 보델린의 조수가 되어, 강령회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유령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던 레나는 강령회를 다니며, 영혼의 존재에 대한 의심만 커져갔다.


어느 날 아침, 보델린에게 한 통의 편지가 전해진다. 런던 강령술 협회의 몰리가 보낸 것으로, 협회장이자 보델린의 친한 친구였던 볼크먼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였다. 볼크먼이 살해당한 채로 발견됐으니, 보델린이 직접 강령회를 열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였다.


보델린이 강령회를 열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였다. 영혼이 사망한 장소에서만 그 영혼을 불러낼 수 있는 것이었다. 보델린은 런던으로 갈 채비를 하며 레나에게 동행할 건지를 물었다. 레나는 함께 가기로 했고, 런던에 가는 김에 볼크먼의 강령회가 끝나고, 에비의 강령회도 열어 줄 것을 부탁했다.


보델린과 레나는 두 영혼의 강령회를 열기 위해 런던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몰리와 벡경감을 만났고, 볼크먼이 죽던 날의 행적을 더듬으며 보델린은 강령회 준비를 해나갔다. 그런데 볼크먼의 행적을 더듬다 보니 런던 강령술 협회의 부조리가 눈에 띄었다. 거기에 더해 몰리는 에비와 알던 사이였고, 에비는 여자는 참석할 수 없다는 강령회와 강연회에 여러 차례 참석한 것이 밝혀졌다.


뭔가 수상쩍은 낌새는 런던에 머무르는 동안 계속됐고, 볼크먼의 강령회가 열리는 날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 볼크먼의 강령회에 에비의 영혼도 함께 나타났고, 두 영혼의 강령회를 통해 살해당했던 날의 비밀이 밝혀진다. 인물들과의 관계와 이야기를 엮어가는 방식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마지막 레나의 복수가 통쾌함의 끝을 보여줬다. 하지만 복수는 복수를 낳는 법. 레나의 끝나지 않은 복수는 <런던 비밀 강령회 2>를 기대하게 했다.


<런던 비밀 강령회>는 등장인물이 한정적이어서 읽는 동안 인물 파악이 쉬웠고, 500쪽에 가까운 장편소설임에도 쉽게 금방 읽혔다. 여성의 활동에 특히나 금기가 많았던 19세기 유럽에서 두 여성 영매가 영혼을 불러들여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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