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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언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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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 예상과 딱 맞아떨어지기는 어렵다. 댄 주래프스키의 『음식의 언어』도 그렇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4월의 주목신간으로 추천한 책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그 책은 아니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가? (모르겠다. 아무튼 이것은 아니다;;)

 

사실 ‘언어’에 함정이 있었다. 주래프스키의 언어는 우리의 언어가 아니다. 고추장의 기원을 따라가는 여정은 재미있겠지만, turkey(칠면조)의 기원을 찾아 멜리아그리스 갈로파보 갈로파보라든가 토틀린, 후엑솔로틀, 몰레 포블라노 데 과홀로테, 갈로파보, 갈린 드 튀르키, 뿔 댕드, 기니파울, 피칸 등등의 언어 여행을 하자면 멀미가 난다. 솔직히 말하면 얼른 내리고 싶었다.

 

물론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가령 1장 <메뉴 고르기 : 메뉴판 앞에서 당황하지 않는 네 가지 방법>. 당황하지 않기 보다는 속지 않는 방법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고급식당과 대중식당, 비싼 음식과 싼 음식은 메뉴판의 어휘에서부터 차이가 확연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주 값비싼 레스토랑은 값싼 레스토랑에 비해 음식의 출처를 거론하는 횟수가 15배나 많다. “더티걸 농장 로마노 빈 덴 푸라” “허브를 넣고 로스트한 엘리전 필즈 농장 양고기” 같은 식이다. 의외인 것은 싼 레스토랑일수록 요리의 가짓수가 많고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고급 레스토랑은 메뉴도 건방지다. 주방장 추천이나 주방장 선택 혹은 정식 메뉴가 대부분이다. 따지지 말고 주는 대로 먹으라는 것이다. 품질은 레스토랑 이름과 비싼 가격이 보증 한다는 걸까?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체인의 빽빽한 메뉴와 시답잖은 선택지들은 결국 싸구려 품질을 감추기 위한 포장?

 

또 다른 것은 요리에 대한 설명이 길면 길수록 음식 값이 높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어떤 음식을 묘사하는데 평균길이 보다 글자 하나가 늘어날수록 18센트가 비싸진단다. “다섯 가지 향신료를 넣은 오리 : 이국적인 다섯 가지 향신료를 넣고, 뼈를 바르고, 톡 쏘는 식초와 함께 낸 어린 오리” 이 정도면 식당 주인은 얼마를 더 받겠다는 뜻일까?

 

세 번째 주의해야 할 사항은 형용사다. 여기서 형용사의 기능은 사실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한 인상을 주입하는 것이다. 신선한, 풍부한, 짜릿한, 다채로운, 맛있는, 부드러운, 잘 익은, 바삭바삭한 따위의 표현들이다. 이런 공허한 형용사들을 많이 사용하는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일까, 값싼 레스토랑일까? 답은 중간 가격대의 레스토랑이다. TGI 프라이데이, 캘리포니아 피자 치킨, 치즈케이크 팩토리.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TGI 프라이데이밖에 없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이런 종류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그렇다는 말이겠다. 그 이유는 뭘까? 불안하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의심할까봐 불안하고, 소비자가 의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불안하고, 스스로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하다. “손님은 이게 덜 익었을까봐 걱정이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여기서 제가, 다 익었다고 장담합니다.” 식당이라면 당연히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굳이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자백이 아닐까?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먹어보면 그들의 불안이 이해가 간다.;;

 

「언어학자 마크 리버먼은 우리가 이런 과잉언급을 ‘지위불안’의 징후로 여긴다고 주장한다. 값비싼 레스토랑은 절대 잘 익은 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잘 익어야 하는 음식은 당연히 잘 익었으리라고, 또 모든 식재료가 당연히 신선하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중간 가격대의 레스토랑은 그곳이 충분히 근사한 곳이 아니어서 손님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봐 걱정한다. 그래서 거듭 확신시키려고 애쓰는 것이다. 변명이 너무 많다. p44」

 

마지막은 가격이 진짜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맛있는, 신선한과 같은 형용사만큼이나 주의해야 할 것은 ‘진짜, 진정한’ 이다. 진짜 휘핑크림, 진짜 게, 진짜 치즈를 보장하는 것은 ‘진짜’라는 단어가 아니라 오히려 가격이다. 진짜 식당은 변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메뉴판의 진실을 삶에서 발견할 때도 있다. 누군가 “걱정마라, 나만 믿어라”를 되풀이할 때 오히려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 거기엔 무언가 걱정하고 의심할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걱정할까봐 두려워한다는 것은 나도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빠만 믿어! 라는 놈치고 믿을만한 놈이 얼마나 될까? 포테이토칩이 ‘저지방’ ‘콜레스테롤 제로’를 외친다고 건강식품이 되지는 않는다.

 

ps: 가장 인상적인 것은 케첩의 기원이 중국의 ‘생선 젓갈’ 이라는 사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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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쥐의 독서일기 2015-05-1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낚인 느낌이긴하지만.. 오호 그랬구만.. 하는 글이에요.ㅎㅎ

말리 2015-05-19 15:46   좋아요 0 | URL
ㅎㅎ;; 넘 자극적이었나요?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