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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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적외선과 자외선을 볼 수 없지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우주는 우리가 결코 인지하지 못하는 악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가득 차 있어. 그것들은 우리의 감각영역 밖에 있을 뿐 언제나 그곳에 실재하고 있어. 이제 이 기계의 글자들을 봐. 이 글자들을 새겨 넣기 전까지 우리는 그것을 읽지 못해. 그러나 우리는 전환된 빛을 보고, 전환된 소리를 듣고, 전환된 감각을 느끼면서 그 모든 것을 우리가 정말로 듣고 본다고 생각하지. 만약 세상에 이미 그렇게 많은 전환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인간의 지극히 좁은 감각영역을 위해 작동한다면, 왜 어떤 종류의 전환만이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질까?" - P56

"우리의 현실은 정말로 같을까? 그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진실의 대화일까?" - P57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에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 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중 어떤 현실에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 P57

"지금 이곳에는 서로 다른 현실의 결이 있고, 그것은 당신과 나 각자의 것이군요. 그리고 이제 이 이상한 기계를 거쳐 또 하나의 현실의 결이 생겨났군요.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기계를 통해서 모두 각자의 현실의 결을 보겠군요. 그렇기에 이 기계는, 단지 수많은 현실의 결 중 하나일뿐이겠군요. 그러니 이 기계가 유난히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저도 이 기계가 마음에 들어요."
데이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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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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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사실 쌍둥이도 형제도 아니란다. 동일한 존재의 다른 세계에 있는 판본이지." - P50

"나는 이쪽 세계에서 멜론을 팔고, 저 녀석은 그쪽 세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어느 세계에 있든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고,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지. 그리고 우리는 이 거리에서 종종 마주친단다. 또 다른 나를 만난 적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자주 마주치는 건 우리 둘이었지. 세상의 틈새로 가끔 끼어드는 불가의한 우연 같은 일이지." - P51

"하지만 이제는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단다. 나는 이렇게 매일 아침 수레를 끌고 시장에 나오는 일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일도 좋아하거든. 집에도 오래된 바이올린이 하나 있단다. 가끔은 내가 상인이 되는 대신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면 어떨까 상상하곤 했지."
"글쎄, 나도 형편없는 연주자가 되는 대신 물건을 팔았다면 지금쯤 어땠을까 싶었지."
그렇게 말하고 두 남자는 똑같은 목소리로 키득거렸다. 그들은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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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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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이버그는 아름답다는 말이 정말로 사이보그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인지, 리지는 확신이 없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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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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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두고 그 애는 말했어. ‘파하라, 내가 당신을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딱 한 번만요.‘ 나는 팔을 벌려 그 애를 안았어. 끝까지 안고 있었지. 비명을 참고 눈물을 참으며, 피부 표면을 칼로 베어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생각하면서. 의사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나를 그 애에게서 떼어냈을 때 나의 얼굴은 괴로움으로 마비되어 있었고 사트는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어. 그리고 그 애는 이미 십 분전 숨을 거둔 상태였지. 그때 나는 불행히도 나에게 고통은 곧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어."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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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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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읽은 SF의 장편 소설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모르고 기대조차 안했는데... 이제부터 김초엽 작가의 팬이 되기로 결심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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