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 끊어진 하늘길과 계란맨의 비밀 너머학교 고전교실 1
조현범 지음, 김진화 그림 / 너머학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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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는 고려 충렬 왕때 고승 일연이 지은 책으로  우리민족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주체성을 가지고 우리 한민족을 바라본 우리나라 최초 의  역사서이다."

삼국유사를 제대로 읽기도 전에 백과사전식  깔끔하고 완벽한 정의를 시험대비용으로 먼저 주입을 시켜 버린 탓이었는지, 삼국유사 속에 들어있는  내용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던 학창시절이었다.

그 출처가 삼국유사라는 건 몰랐지만, 책 속의 얘기들은 어디선가 한 번씩 다 들어본 듯한 내용이었고, 호랑이 담배피는 시절 이야기는 어릴적에나 재미있지 머리가 커질 무렵에 들은 계란맨들의 이야기는 터무니없고 신빙성도 없어 굳이 찾아 읽고 싶어지는 내용도 아니었다.

다만, 우리에겐 삼국사기를 적은 김부식과  삼국유사를 적은 일연이 헷갈리지 않기만을... 알에서 태어났든 사람의 몸에서 태어났든 너무 많은 업적을 이루어서 학습에 관심없고 기억력도 좋지못한 내게 외울거리를 많이 남기지 않았으면..하는 게(한심하지만, 솔직한) 그때의 내 바람이었다. --;

 

슬픈 건,

나만 그랬다면 좋았는데 내 아이가 그때의 나와 똑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책 읽을 시간도 없고, 책 내용에도 관심이 없다는 거...ㅠㅠ

누굴 탓하랴마는 나는 '바담풍'을 읊어도 자식은 '바람풍' 똑바로 읊어주길 바라는 게 또 어미 마음인지라  코앞에 디밀어 회유도 해보고 윽박질러 억지로 읽히는 재찍을 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목부터 발랄한 이 책, 끊어진 하늘길과 계란맨의 비밀!!

삼국유사 본디의 색깔을 갖고 있으되 뭔가 구태의연하지 않고 호기심을 자아내게 해 뭐지? 싶은 마음으로 슬쩍 책을 넘겨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책을 쓴 저자도 서두에 밝혔듯, 호박속에 갇힌 모기의 피에서 공룡 유전자를 채취해 공룡을 복원시킨 영화처럼,  기존의 신화에 내 상상력을 덧 입혀 이야기들을 재조립해 보는 '쥐라기 삼국유사'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난히 알에서 태어난 시조들이 많은 우리 역사의 인물들을 계란맨으로 호칭을 바꾸어 친근하게 만들어 그들이 알에서 태어나야 했던 이유와 과학적인 사실과 감동을 주는 신화사이에서의 생각해 볼 거리들, 신화를 통해 우리가 배우고 견제해야 할 자세, 앞뒤가 맞지 않은 부분의 신화속에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응용해 다시 한번 신화를 재 창조해 보는 묘미, 비열하고 교활한 영웅들이지만 배워야할 처세술과 굳이 선과악의 이분법으로 생각하지 말고 삶을 흥미진진하게 활력을 넣어주는 존재로 유도케 하는 말랑말랑한 해석들이 책을 딱딱한 역사서가 아닌 새로운 시각의 재미난 이야기책으로 읽히게 했다.



책 중간 중간에 첨부된 사진들은 소개된 이야기들을 구체적인 이해로 다가오게 하고  참고로 읽어보면 사고의 폭이 확대되는 짧은 메세지들도 책의 내용을 훑어가는데서 그치지 않고 다각적인 시선과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모색할 수있는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삼국유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었나? 싶을 만큼 삼국유사 본래의 내용에도 충실했음도 두 말 할 것없지만, 그저 책의 내용을 전달하려 함이 아니라 ' 너라면 어떻게 했겠니?'를 수시로 물어주어 능동적인 책읽기로 이끌어 준 점에 점수를 배가한다!!

 

채찍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읽어가던 아이는 어느새 정말? 헐.. 설마!! 이런 종류의 감탄사가 이어지며 천천히 책속으로 빠져 들었었다.

전래동화에서 나온 얘긴 줄 알았던 내용들이 삼국유사에 씌여진 얘기였었다니.. 뜻밖이고, 삼국유사가 무슨왕이 무슨 나라를 세워 어떤 제도로 다스렸고 어떻게 쓰러졌다는 딱딱한 역사서인 줄로만 알았다고  이제서야 오해를 푼다!!^^;;

(헐,,,싶지만, 이해한다! 내 딸이 아니던가?ㅠㅠ)



삼국유사의 고정관념을 깬 재미있는 책이다.

책을 읽어 본 것으로 충분하고 재밌어 해주니 이 보다 기쁜일이 없지만, 조금만 욕심을 내서 읽는다면 요새 한참 너도나도 열을 올리고 있는 논술대비용 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기존 사상을 토대로 한 이야기에서 사고의 확장을 꾀한 내 의견의 첨부가 논술의 한 부분을 채운다면 이 책이 아이를 도울 것이다라고 책을 싫어하는 아이를 둔 엄마의 확실한 느낌으로 말해줄 수있다!

 

하늘길을 마음대로 오르내리고 그림속 개가 짖고, 바닷속 용이 미인을 가로채 가는 세상..

마시면 늙지 않는 샘물처럼 신화 속 이야기는 늘 매력적이고 혹하게 된다.

세상 살기 좋아졌고 날마다 흥미롭다고 말하지만, 정말 재밌는 일들은 옛날에 다 일어나 버린 것 같다.

그래서, 좀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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