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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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침없는 하이킥이라니!!

레미본야스키는 아마 전생에 공생원 마나님이었을지도 몰라.. 껄껄 웃으며 책을 덮었다.

 

신명난다는 말.

어깨나 몸 일부가 저절로 들썩인다는 동작의 형태로 기억하던 말이 글을 읽는 중에 느껴지는 리듬의 형태로도 그려진다는 걸 알았다.

책의 신명은 주인공인 우리 공생원 마나님에서 기인하긴 하지만 마나님 옆자리에 앉은 대책없이 찌질하고 소심하기 짝이없는 공생원의

추임새도 한 몫한다. 덧붙여 마나님 주변에 포진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나름의 성깔들은 제각각의 나발로 고저를 맞추고,

히야~싶은 (지금은 가고 없는 할매들이나 주로 썼을 법한)입에 감기는 비유와 당길 때와 풀어 줄 때를 아는 문장의 감칠맛! 

'돌풍이 괴성을 지르며 골목을 쏘다녔다'는 표현, '해학이 질펀히 눌러앉아 책장을 마구 넘겼다'로 바꾸어 본다.^^

 

바느질이나 자수보다 울타리 수선이나 텃밭 가꾸는 데 혁혁한 능력이 있는 마나님과 이렇다 할 집안도 돈도 직업도 없는 마흔다섯 한량

공생원 사이의 스무세해 만에 한 임신이 발단이다.

스물세해 동안 아이가 없었다면 시대상으로 봤을 땐, 칠거지악으로 분류되어 시앗을 봐도 열둘은 봤거나, 당장 고 백 홈!을 하달 받아도 깨깽했었어야 했겠지만, 기골 장대하고 늠름하기까지한 마나님께는 그 세월은 임신으로 가기 위한 인내의 세월이었지 주눅의 시간은

아니었듯 싶다.

마나님이 홀몸이 아님을 아는 순간부터 공생원 이 양반 즉시 삼신할미께 감사의 꽃다발을 던지고 열 달 내내 버선발이 닳도록 귀하신

몸을 읊어도 쉬원찮을 판인데 뜻밖에도 반응은 냉~하다.

이유인 즉,

아이 없음이 공생원의 문제라고 의원의 진단이 있었던 바, 임신하지 못하는 아내를 내칠 수 없었던 것도, 임신한 아내를 기꺼워 할 수

없었던 것도 모두 이때문이라!

임신한 아내의 배를 두두리는 대신 '끄응~' 신음소리와 함께 조용하고 옹졸하게  제 살 파먹기식 마나님 주변 남정네들에 대한 추리가

시작되는데...

 

쓰는 내내 노는 마음이었다는 작가의 마음은 읽는 독자에게로 그대로 옮아와 생각하기에 따라선 무척 아슬아슬한 상황임에도

가슴을 졸여가며 읽어야 하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

질펀하게 앉아 즐기는 마당놀이처럼 이야기가 주는 해학과 리듬에 놀다보면 시간의 흐름따라 판은 정리가 되어가고 인물들은 제각각의

표정과 몸짓으로 작품과 어울리는 위치에 서 있다. 우린 원래 각개로 활동하던 콤비네이션이었어! 짠~ 브이를 그리며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들이라니!!^^

상식으로 알아야 하거나 알아두면 좋은 시대적 용어와 풍경들이 제법 등장해 꽁생원의 잔혹한(?)추리만 쫒던 나같은 독자는

'제발 전문 용어일랑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사전이나 참고서 쪽으로 돌려주시고'하는 볼멘소리가 나와야 정상인데, 읽어

가면서도 눈에 걸려 행간이 덜컥거리지 않음은 작가의 역량이란 말 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할머니들 고쟁이 가랑이에서 찾아 낸 듯한 넘치지 않는 비유와 묘사의 문장에 밑줄 그을 연필을 자주 찾아야 했다는게 혹에 티라면

흠이랄까..^^;;

 

개인적 취향이지만, N.G 장면이나 뒷 얘기를 모아 보여주는 성룡영화같은 엔딩을 무척 좋아한다.

거침없는 하이킥에서 끝났어도 좋았으련만,끝내 몰라도 상관없을 이야기의 할애.

개인적 성향까지 고려해주신 작가의 친절에(논란의 여지가 있는 병역특혜와도 같은^^;;) 가산점을 투하한다.^^

별 반 점 추가!!

 

칠순이 가까운 엄마에게 읽어보시라 건네는 책은 많지 않다.

경박하고 날려서 싫다, 어둡고 비려서 싫다, 케케묵고 새로울게 없더라..유달리 책 까탈이 심한 엄마께 언제까지나 셰익스피어나

읽으시라고 할 수도 없고..

엄마에게 사드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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