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안 좋으니까 코치는 더 많은 주문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점점 더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혼란스러운 연습과 저조한 경기 결과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다.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지는 감각을 찾았다고 느낀 건 입단하고 1년 반 정도 지나서였다. 그 감각이 고등학교까지 야구를 하며 자연스럽게 습득한 감각과 같은 것인지, 어둠 속에서 헤맨 끝에 새로운 감각에 이르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머릿속에서는 입단 첫해의 기억이 쏙 빠져있다. 은퇴를 하고 여러 일들에 필요할 것 같아서 나의 경력을 연도별로 정리한 적이 있다. 정리를 하면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기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처음 최우수 구원투수상을 손에 쥔 때가 실제로는 프로 입단 5년차 시즌인데, 나는 그때까지 4년차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서 입단 첫해의 기억이 통째로 없어졌던 것이다. 기억이 그렇게 통째로 사라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2년차부터 조금씩 던질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는 기억이 나는데, 첫해의 일은 지금도 거의 생각이 나지 않는다.
- 코치의 간섭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나의 신인 시절
1장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은 코칭이 아니다 -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