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안 좋으니까 코치는 더 많은 주문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점점 더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혼란스러운 연습과 저조한 경기 결과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다.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지는 감각을 찾았다고 느낀 건 입단하고 1년 반 정도 지나서였다. 그 감각이 고등학교까지 야구를 하며 자연스럽게 습득한 감각과 같은 것인지, 어둠 속에서 헤맨 끝에 새로운 감각에 이르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머릿속에서는 입단 첫해의 기억이 쏙 빠져있다. 은퇴를 하고 여러 일들에 필요할 것 같아서 나의 경력을 연도별로 정리한 적이 있다. 정리를 하면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기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처음 최우수 구원투수상을 손에 쥔 때가 실제로는 프로 입단 5년차 시즌인데, 나는 그때까지 4년차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서 입단 첫해의 기억이 통째로 없어졌던 것이다. 기억이 그렇게 통째로 사라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2년차부터 조금씩 던질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는 기억이 나는데, 첫해의 일은 지금도 거의 생각이 나지 않는다.

- 코치의 간섭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나의 신인 시절

1장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은 코칭이 아니다 - P41

투구폼은 어릴 때부터 만들어온 움직임이다.
코치의 몇 마디 말로 쉽게 바꿀 수 없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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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자로의 삶을 따를 수도 있습니다. 안연의 삶을 인생 후반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공자의 뜻처럼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논어》에서 말하는 삶의 방식이나 태도를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게 최고의 삶일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타인의 삶을 따라도 좋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되지만 결정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준을 정해 놓고 사는 것과 무작정 살아가는 대로 사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준을 정해야 기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습니다. 항로를 정해야 항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열심히 가는 것에만 집중하면 목적지에 도달할 확률은 언제나 누구나 제로에 가깝습니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세상 그 누구도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부자도 힘들고 빈자도 힘듭니다. 육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이나 참기 어려운 건 비슷합니다. 노인도 힘들고 아이도 힘듭니다. 여자도 힘들고 남자도 힘듭니다.
반면 즐겁다고 생각하면 세상 그 누구도 즐겁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부자도 빈자도 노인도 아이도 여자도 남자도 삶이 즐겁습니다. 기준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정하는 데 있습니다. 인생 하프타임에 해결할 가장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입니다.

- 인생의 절반쯤에 인생 후반을 계획하라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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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떤 한 시절을 통과하고 있는 많은 삶들에 다음 날을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전해 주기를. ‘용기와 희망‘은 낡고 낡아도 결코 버릴 수 없는 ‘진짜‘인 말들이니까.

- 성우 수업을 받아 보았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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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기쁨은 이 순간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과 기쁨이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겨울에 눈이 내린다면, 그날은 행운의 날이다. 내일의 달리기 따위는 잊어버리고 떨어지는 눈이나 실컷 맞도록 하자.

- 로자는 지금 노란 까치밥나무 아래에 - P150

내가 사 온 보석바를 보더니 친구도 "어, 보석바가 아직도나오네"라며 반색했다. 사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만나는 친구였다. 둘이서 어렸을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 물론 보석바를 먹던 시절의 이야기도.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 혼자에겐 기억, 둘에겐 추억 - P161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던 그 일‘을 할 것이다.
이건 지금의 나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인생은 왜 이다지도 긴 것일까? 그 이유는 긴 인생의 눈으로 조망할 때에만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80살이 되어서 죽는 순간에 하느님이 다시 인생을 살도록 허락해서 지금의 나이로 돌아온다면 나는 과연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나라면 아마도....... 생각해 보니 그건 평생 소원이던 당구대와 탁구대가 생긴 이 마당에, 게다가 나와 마찬가지로 근처에서 소설을 쓰는 친구가 있어서 사람들이 없는 낮에 그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당구와 탁구를 치는 일이었다. 그래서 탁구를 친 뒤에 우리는 쉬지 않고 당구를 쳤다. 당구를 치면서 매일 여기 와서 당구를 치자고 서로 다짐했다. 인생을 선용하는 기술은 바로 거기에, 지금 이 순간 할 일을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으니까. 인생은 이다지도 기니까 지금 할 일은 꼭 지금 하고 지나가는게 좋겠다. 나중에는 또 그때 할 일이 있을 테니까.

- 평일 오후 4시의 탁구 시합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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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이유는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기 때문에 20대가 사는 세상은 아직 탄생한지 30년도 지나지 않은 세상이다. 지속 시간이 짧으니 삶에는 인과보다는 우연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60대가 사는 세계는 벌써 70년 가까이 지속된 세계다. 시간이 그 정도 지속되면 결과를 통해서 원인을 따져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담배를 피운다고 폐암에 걸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늙은이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수두룩하다. 그러니 두 세계가 다를 수밖에. 노인들의 행복은 거기서 비롯한다고 한다. 그들은 예측가능한 세계에 살기 때문에.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건 그런 예측 가능한 세계를 경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사람이 너무 좋은 게 콤플렉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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