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기쁨은 이 순간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과 기쁨이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겨울에 눈이 내린다면, 그날은 행운의 날이다. 내일의 달리기 따위는 잊어버리고 떨어지는 눈이나 실컷 맞도록 하자.
- 로자는 지금 노란 까치밥나무 아래에 - P150
내가 사 온 보석바를 보더니 친구도 "어, 보석바가 아직도나오네"라며 반색했다. 사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만나는 친구였다. 둘이서 어렸을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 물론 보석바를 먹던 시절의 이야기도.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 혼자에겐 기억, 둘에겐 추억 - P161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던 그 일‘을 할 것이다. 이건 지금의 나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인생은 왜 이다지도 긴 것일까? 그 이유는 긴 인생의 눈으로 조망할 때에만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80살이 되어서 죽는 순간에 하느님이 다시 인생을 살도록 허락해서 지금의 나이로 돌아온다면 나는 과연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나라면 아마도....... 생각해 보니 그건 평생 소원이던 당구대와 탁구대가 생긴 이 마당에, 게다가 나와 마찬가지로 근처에서 소설을 쓰는 친구가 있어서 사람들이 없는 낮에 그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당구와 탁구를 치는 일이었다. 그래서 탁구를 친 뒤에 우리는 쉬지 않고 당구를 쳤다. 당구를 치면서 매일 여기 와서 당구를 치자고 서로 다짐했다. 인생을 선용하는 기술은 바로 거기에, 지금 이 순간 할 일을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으니까. 인생은 이다지도 기니까 지금 할 일은 꼭 지금 하고 지나가는게 좋겠다. 나중에는 또 그때 할 일이 있을 테니까.
- 평일 오후 4시의 탁구 시합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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