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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위한 슬기로운 와인생활 - 외국 술이지만 우리 술처럼 편안하게
이지선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1년 8월
평점 :
“와인은 먼저, 많이 마셔봐야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든, 어떤 술이든, 일단 맛을 많이 봐야 한다. 난 평소 다양한 맥주를 즐겨 마시고 맛을 비교하고는 한다. 이제 어느 정도 맥주에 대한 호불호는 정했다. 그런데 와인은 아직도 어렵다. 일단 다양한 명칭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또한 와인은 가격대 차이가 아주 크다. 몇 천 원짜리 와인부터 수십, 수백 만 원에 달하는 와인까지 다양하다. 경험상 10만 원 이상의 와인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따름이다.
이 책이 눈길을 끈 것은 한국형 와인클래스라는 부제 때문이다. 보통 와인은 고기를 먹을 때 마시게 되는데, 한국형 와인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의 뒷날개(이른바 표3)를 보면 한국 음식과 와인의 조합이 있다.
예를 들어서 불고기 + 칠레 시라, 순대 + 이탈리아 산지오베제, 떡볶이 + 독일 스위트 리슬링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머릿속에 갖고 있던 와인의 이미지와 다르게 느껴졌다. 좀 더 친숙한 기분이다. 더군다나 순대와 와인의 조합이라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그만큼 와인은 이미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다. 편의점에 가도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와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도 편의점에서 6천 원대 레드 와인을 발견했는데, 뛰어난 맛과 풍미에 깜짝 놀랐다. 그만큼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을 때가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와인에 대한 기본 상식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저자는 프랑스어문학을 전공했는데,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와인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특히 프랑스 센 강변에 앉아서 와인 한 병을 벌컥거리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본격적으로 와인 공부에 입문해서 지금은 와인 전문가가 되었다. 이제 이 책을 통해서 누구나 쉽게 와인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책은 Part1, 2로 나뉘어있고, 총 9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Part1에서는 와인을 고르는 법과 매너를 다루고, Part2에서는 와인스타일, 와인레이블을 알려준다.
사실 와인을 고를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부분이 바로 가격대다. 비싼 와인은 부담이 되고, 어차피 혼자 마실 술이라면 굳이 무리하게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데일리 와인은 보통 편하게 마시는 와인을 일컫는 것이고, 엔트리급 와인은 한 생산자가 생산하는 여러 와인 중에서 가장 값싸고 접근성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편하게 즐기는 데일리급 와인은 1~3만 원대면 충분하다. 보통 신세계(미국, 호주, 칠레) 와인들의 가격이 더 저렴한 편이며 칠레와 호주 와인이 가성비가 좋다.” - p27
저자는 와인을 고르는 순서로 우선 포도 품종 정하기, 다음으로 와인 산지, 가격대, 직원의 추천 등을 이야기한다.
우선 포도 품종은 가장 흔한 것이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쉬라즈이고, 이탈리아의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아르헨티나의 말벡, 스페인의 템프라니요 등 나라마다 대표 품종이 있다. 화이트는 달콤한 모스카토와 리슬링이 입문용으로 적격이라고 말한다.
와인산지는 이른바 구세계라는 유럽과 신세계라는 미국, 호주, 칠레 등으로 나뉜다. 구세계 와인은 섬세한 아로마, 독특한 향신료, 가벼운 바디감, 선명한 타닌과 드라이한 느낌이 난다. 반면 신세계 와인은 선명한 과일 향이 강하고, 바닐라나 캐러멜 같이 달콤한 향이 느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이렇게 설명을 들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해석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원에게 와인을 추천받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그냥 ‘드라이’한 와인을 달라고 하면, 너무 막연한 표현 방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말하라고 권유한다. 예를 들어서 이런 식이다.
“호주 쉬라즈 와인으로 3만 원대 이하로 추천해주세요.”
물론 이 방식도 어렵다면, 적어도 단 것은 별로다, 또는 드라이한 것이 좋다는 표현 정도는 해야 한다. 아니면 마음에 들었던 와인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 혼자 마시는 와인은 부담 없이 고르겠지만, 어려운 것은 선물용 와인이다. 이때는 마트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와인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와인이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어서 대통령이 마시는 와인, ‘덕혼 골든아이 피노누아’는 2009년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백악관 취임 오찬으로 사용되었다. 일명 오바마 와인이다.
이외에 승승장구를 빌어주는 응원와인, 예를 들어서 샤토 베이슈벨의 레이블에는 큰 돛이 달린 배가 그려져 있다. 이외에도 황금빛 해가 그려진 이탈리아 산 ‘루체’와 ‘루첸터’도 좋은 의미를 상징한다.
무엇보다 자녀가 태어난 해에 생산된 와인은 의미가 있다. 문득 2010년산 와인을 사서 나중에 기념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저자가 추천하는 다양한 와인과 음식의 조합이 흥미롭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록해둔 와인도 많고, 무엇보다 와인 레이블을 읽는 방법이 유용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와인을 설명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나저나 BTS의 정국이 추천한 이탈리아산 ‘비고르’라는 와인은 한번쯤 마셔보고 싶다. 가격도 2~3만 원으로 합리적이라고 한다.
와인 초보자나 와인을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한 줄 요약 : 와인을 선택하는 방법, 기본 지식과 매너를 알려준다.
- 한 줄 픽업 : 그릴에 구운 고기와 레드 와인은 언제나 옳다.
- 생각과 실행 : 와인은 이제 대중화되었다. 나에게 맞는 와인을 찾는 것도 즐거움이다. 물론 적당한 음주가 수반되어야 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