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인 까닭이다. 철학자들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지배력을 이성의 보편성에서 확인했다. 예를 들면, 근대 사상의 공간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카르트는 《방법서설》에서 이성의 보편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양식bon sens은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 것이다. 누구나 그것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므로, 다른 모든 일ㅇ니ㅣ 있어서는 만족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상으로 양식을 갖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 P162
AI가 인간이란 예술적 갈구 이상으로 종교적 갈구가 심한생물임을 알게 된다면? AI는 신을 발명해서 인간을 감동시킬(유혹할 것이다. AI 앞에서 단지 예술가가 살아남을까 걱정하는게 아니라 재래의 종교가 살아남을까 걱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도를 아십니까?" 하고 묻는 직업이 위협받게 되며, 이제 우리는 이런 정겹고도 짜증 나는 질문자가 없는 외로운거리를 걸어가야 할 것이다. 죽어가는 내게 기도를 해달라고 하면, 챗GPT가 신부님, 목사님, 스님보다 더 영혼의 위로가 될 말을 해줄 것 같다. 그러면 이미 그는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동반자이다. 내가 아는한 종교는 말씀의 종교이다. 그리고 챗GPT만큼 말 잘하는 자도 없다. 한 말씀만 하소서. 내 영혼이 곧 나으리다. - P169
고대인뿐 아니라 현대인도 산책을 통해 생각의 열매를 수확한다. 루소 Jean-Jacques Rousseau는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말한다. 매일 산책하며 보낸 여가 시간은 종종 유쾌한 명상으로채워지곤 했는데, 그 기억을 잃어버려 몹시 안타깝다. 이제 앞으로 떠오르는 명상들을 기록해두려 한다. (…) - P175
산책을 하면서 머리를 스쳐간 온갖 낯선 생각 또한 이종이들 속에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 것들을 머리에 떠오른 상태 그대로, 전날 떠오른 생각이다. 음 날의 생각과는 대개 별 상관이 없듯 그렇게 두서없이말하려 한다. 그러나 내 정신이 지금 내가 처한 이 이상한 상태로부터 매일 자양분을 얻어 만들어낸 감정과 생각을 통해, 나의 천성과 기질에 대한 인식이 늘 새롭게생겨날 것이다.‘ 산책은 유쾌한 명상, 두서없는 생각들을 만들어낸다. 머리에 떠오른 상태 그대로의 생각이 산책길에는 있다. 이 모든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산책은 책상 앞에 앉아 계획을세우고 하는 공부와는 전혀 다른 생각의 장煬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유의 체험을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산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녀는 산책에 대해 이렇게 쓴다. "걸을 때는 이런 수만 가지 흥분이 시속되지만, 내일이면 오래되고 죽어버린 구절을 쓰기 위해 앉아 있어야 하죠. (...) 나는 길으면서 계획을 세우겠어요." 울프는 산책길에서의 생각과 책상 앞에서의 생각을 구별한다. 산책길에서 생각은 불어오는바람처럼 자연스럽게 머리를 채우고, 길옆에 핀 꽃처럼 자연스럽게 마음을 기쁘게 한다. 그러나 책상 앞에 앉아 이 생각들을 정리할 때는 까다로운 글쓰기의 규범이 끼어들며, 산책 - P1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