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카,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건, 인간이란 마치 자신의생활 전체를 직접 쓴 것 같은 책을 바로 옆에다 놓고도 모른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이전엔 몰랐던 모든 것을, 바로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생각하고 발견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이 빌려준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어떤 창작물은 읽고 또 읽고아무리 애를 써도 너무 교묘해서 알쏭달쏭할 뿐이었습니다. 예컨대 나는 아둔해서, 그러니까 천성이 아둔해서 너무 진지한 책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내가 직접쓴 것 같았어요. 이를테면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뒤집어 보여 준 듯, 모든 것을 자세하게 묘사해 놓았더군요. 정말 그랬습니다! 정말 나도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고, 왜 진작 이런 글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나도 이책에 쓰인 것과 똑같이 느껴 왔고, 이따금 그 가련한 삼손 브이린과 똑같은 처지에 있어 봤으니까요.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삼손 브이린들이, 그런 불쌍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 P109
음만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습니다. 바렌카, 이 악한 사람이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아세요? 말하기조차 창피합니다. 그 사람이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느냐고요? 내가 온순하고 조용하고 착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들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그런 나쁜 짓을 한 거지요. - P80
오, 나의 친구여! 불행은 전염병과 같습니다. 불행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전염되지 않도록 서로 피해야 합니다. 당신의 소박하고 고독한 - P122
내 명예도 실추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당신말고 아무도 모르니 실상 없었던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그럴 것 같지 않나요, 바렌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는 이런 사례를 분명히 경험한 적 있어요. 작년에 우리 직장에서 아크센티 오시포비치가 이런 식으로 표트르 페트로비치의 인격을 모독했는데, 그는 남몰래, 은밀하게 그랬습니다. 아크센티는 표트르를 경비실로 불러냈고, 나는 그모든 광경을 문틈으로 보았어요. 그는 그 상황을 잘 처리했고, 나 말고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므로 점잖게 처리한 셈이죠. 글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일이 있은 뒤, 표트르 페트로비치와 아크센티 오시포비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지냈습니다. 알다시피, 표트르 페트로비치는 자존심이 무척 강해서 누구에게도 이 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들은 스스럼없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한답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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