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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평점 :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다짜고짜 자기 앞에 앉은 전기작가에게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지는 이 사람은 최근 스티브 잡스를 능가하는 창조적 인물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이다. 에디슨과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낭만적 옛 시절이 지나가고, 저성장의 그늘과 기술한계에 대한 담론이 세상을 뒤덮는 요즘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이 보인 삶의 행적은 ‘미래의 설계자’라는 책의 부제에 충분히 부합한다.
금번에 출간된 일론 머스크의 전기는 지금까지 다른 유명 기업가들에 가려졌던 우리시대의 새로운 예언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생하게 조명한다. 책은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로부터, 로켓회사인 엑스 스페이스와 자동차 기업인 테슬라에 대한 도전을 거쳐 미래산업에 대한 전망을 풀어놓는 종장에 이르기까지 총 11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일론 머스크가 그의 재능을 처음 드러낸 때는 1984년이었다. 컴퓨터라는 용어의 개념조차 희미하던 시절 머스크는 이미 167줄의 명령어로 기동하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 발표하였다. 이미 ‘앙팡 테러블’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지만, 이것만으로는 단순히 IT 관련 여타의 유명인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 특이한 아이의 호기심은 컴퓨터 게임을 직접 만드는 것으로 만족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동서고금의 특별한 천재들이 다 그렇듯, 꽤나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학창시절을 마무리한 머스크는 Zip2라는 회사의 운영을 통해 커리어의 첫걸음을 보여준다. 1995년은 아직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앞으로 우리의 삶에서 어떤 무게를 갖게 될지 예측할 수 있었던 사람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다. 이 시점에 머스크는 web을 서핑하는 대중에게 사업체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면 그것이 매우 가치있는 광고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당시 머스크는 서비스 공급을 위한 코딩을 전적으로 혼자 담당하여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모습에서 이미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짐작이 단적으로 가능하다.
당시 일론의 주위에서 일하던 한 사람은 “일론의 사전에는 안된다라는 단어가 없고,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도 모두 그런 태도를 보이기를 기대하죠.” 라고 쓰고 있다. 머스크는 첫 회사운영을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그의 첫 성공에 대하여 작가는 실력과 운이 모두 뒷받침되었다고 적고 있지만, 상세하게 묘사된 그의 삶의 방식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언급하였던 virtu를 발휘하여 fortuna를 사로잡는 군주의 모습을 이미 보이고 있다. 이런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에게 운명이 장난을 칠 여지는 별로 없어보인다.
인생 초년생 시절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머스크는 이미 일반인과 다른 삶의 궤적을 걷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정도에서 그의 변화가 마무리되었다면, 그는 경영학 교과서의 혁신 모범사례 중 하나로 인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그의 행보는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비범함이 전주곡에 불과했음을 똑똑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민간회사에 의한 상업용 화물 로켓을 개발하는 시도를 생각했다는 점은 이 사람이 야망이 과도하게 큰 인간인지, 아니면 반쯤 미친 몽상가인제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한가지 시도도 범인의 그릇을 뛰어넘는데 그는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는 몽상적 시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앞일을 내다보는 선지자가 성공만을 거듭하는 영화적 스토리였다면, 이 책은 그대로 기업가를 모델로 한 성공소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의 머스크는 본인이 가진 야망의 그릇만큼의 실패와 불안과 고통을 한몸에 겪는다. 그래서 보통사람의 그릇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독자들은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머스크와 함께 일해왔던 워든이라는 엔지니어는 그를 ‘생각하는 규모가 남달리 큰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실패를 발판삼아 끊임없이 전진하는 이 사람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찬사는 없다.
프랑스 ‘누보 레알리즘’ 미술운동의 표어에는 ‘현실이 허구를 능가한다’는 표현이 있다. 머스크가 보여주는 불가능과 그 극복의 연속에 대한 묘사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진정 오늘의 현실을 사는 우리 옆에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평범한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여름 휴가를 함께하기에 걸맞는 SF 소설같은 책이다. 머스크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나는 화성에서 죽고 싶어요. 충돌해서가 아니라 이상적으로는 화성을 방문했다가 잠시 지구로 돌아오고 다시 화성에 갔을 때 나이가 일흔 정도 되었다면 그냥 그곳에 머물고 싶습니다. 물론 사업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죠.” 내가 살아서 이 이야기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싶다는 기대가 생겼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