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케이스스터디인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관찰의 힘, 분석의 기술
이노우에 다쓰히코 지음, 송경원 옮김, 채승병 감수 / 어크로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현대 사회에서 이제 학문의 방법론으로 양적 분석이나, 통계적 기법을 동원하지 않는 학문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실험실 과학 이외에도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접근을 강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적 방법론의 특징으로는 사실을 근거로 한 문제 파악, 정교한 이론을 활용한 문제 분석등을 들 수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는 잘 수집된 데이터이다. , 사실에 기초한 데이터를 다량 수집하고, 이 데이터들이 말하는 바를 바탕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사업 관리와 운영의 체계화를 목적으로 시작된 학문인 경영학의 경우에도 사실에 기반한 분석적 문제 해결은 더욱 요구되는 경향성은 비켜나가지 않는다. 때문에 최근의 경영관련 학술 연구들은 대부분 통계적 방법을 동원한 연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경영 실무의 현장은 예측이 어려운 변화무쌍함이 지배한다. 따라서, 데이터에 기반한 이론적 틀 밖에 있는 개별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를 검토해두는 것 또한 경영학에서는 아직껏 중요한 학문적 방법론이 될 수 밖에 없다.

 

책의 감수자는 서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경영학에서 케이스 스터디가 각별한 이유는 경영학이 실용학문이기 때문이며, 실용학문의 중요한 사명은 학계에서 발견, 정리한 통찰을 현장 사람들에게 고루 전파하는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이를 보면 경영 이외의 다른 중요 실용학문에서도 아주 비슷한 면을 발견해 올 수 있다. 경영과 전혀 동떨어져있지만, 마치 경영처럼 실무현장에서의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또다른 학문은 의학이다. 1980년대 이후 의학에서도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이라는 흐름을 바탕으로 엄격하게 수집된 다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해석한 연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또한 실용학문이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대면하는 모든 경우의 수에 이처럼 통계적으로 일관성을 갖춘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 그 비율이 축소되었지만 아직까지 중요한 의학 연구의 방법론으로 다뤄지는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것과 아주 유사한 증례 보고(case report)라는 연구 방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책은 비록 경영학을 주제로 다룬 서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실용학문 전공자에게 유용할 수 있어보인다.

 

중요한 의학 저널에서 증례 보고가 인정되는 경우는 기존에 정설로 인정되고 있는 의학적 지식을 반박할 수 있는 수준의 영향력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한다. 실용학문의 세계에서 이와 관련되어 항상 기억해 두어야 하는 용어가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블랙 스완은 유럽인들이 호주에서 처음 검은 백조를 발견하기 전까지 그 가능성을 부정했던 사실에서 유래한 은유적 표현임을 설명한다. 이런 블랙 스완은 확률적 무작위성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애초에 예측이나 대비가 불가능한 것이다. 경영 현장에서의 변화무쌍함이나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 상태의 다양성이 바로 이런 블랙 스완들이며, 이들에 대해 기존의 지식만으로 모두 잘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저자는 다시 한번 학자의 사며은 블랙스완을 발견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강하게 사례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 이 책에서 서술의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미국 경영학회지에 실린 양질의 사례 연구들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다. 사실, 어떤 학문 분야이든 잘 작성된 논문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 방법은 없다는 것은 모든 초학자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처음 공부하는 이들에게 모범적 사례를 알려주더라도 이것이 어떤 면에서 좋은 학문적 성과인지 알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련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 특유의 스칼라십을 동원하여 초학자들에게 그런 수고를 완벽하게 덜어주고 있다. 첫 챕터에서 다룬 지역교회 사례연구의 경우, 저자만큼의 내공을 지니지 않은 이들이 이 논문의 원문을 직접 읽어보았을때 운이 좋았구나정도의 반응이 아니라면 혁신이 중요한가 보구나정도 이상의 소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그러나 저자는 해당 사례연구의 진정한 장점으로써 데이터의 수집 및 처리 방법,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오류 방지법, 데이터의 적절한 선택 및 분석등을 날카롭게 요리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두가지를 얻을 수 있다. 예시가 된 연구가 어떤 진정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고 연구로 평가받는지에 대한 지견과 함께, 내가 사례 연구를 한다면 이러한 점에 주의하여 진행해야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그것이다. 목차와 이론적 틀의 제시를 통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그야말로 스스로 깨닫는 교육이 지면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경험하는 것은 실로 인상적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이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례분석이라는 연구 방법론을 동원할 여지가 있는 모든 분야의 학문 전공자들에게 이 책을 한번 이상 검토해볼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 언급한 처음의 사례 이외에도 이어지는 주옥같은 예시 논문에 대한 분석은, 학자가 연구를 위한 관찰을 진행할 때 최소한 어느 정도의 자세를 갖추고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완벽한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경영 논문이 소재가 된 책이지만 경영실무 관련자에 국한됨 없이 학문으로써의 사례연구를 검토하는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정도의 스칼라십이 드러나는 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일본의 학문적 깊이에 경의를 표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7-06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