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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씽 - 스타트업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벤 호로위츠 지음, 안진환 옮김 / 36.5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경영지침서가 난립하는 시절이다. 곳곳에서 이 책의 저자는 경영의 구루이며, 경영의 이 이 책을 내놓았노라고 목청껏 외쳐댄다. 효율성은 경영학의 모토인데, 정작 독자의 소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아껴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경영서는 보이지 않으니 이게 어찌된 일일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거칠게 분류하자면 소위 경영에 참고할만한 서적의 종류를 둘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학문적인 소위 전공서적이나 교과서에 가까운 책이다. 이런 책은 참고문헌의 정리가 꼼꼼하고, 많은 양의 지식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독서의 본래 목적에 잘 부합하기는 하지만 독서에 드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실무 응용에 있어서는 막막한 감이 있다. 또다른 하나는 소위 교양 내지는 실용 경영서라 부를 수 있는 책이다. 문체가 쉽고 내용이 적어 순식간에 읽어내릴 수 있지만, 내용이 두서가 없는 경우가 많거나 저자의 이야기가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갈 때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새로나온 하드 씽은 실용 경영서의 범주에 드는 것 같다.

 

하드 씽의 저자는 벤 호로위츠라는 성공한 기업가인 동시에 블로거라고 한다. 인기리에 작성하였던 블로그의 글들을 가공하여 하나의 서적으로 내는 것은 이미 국내에서도 흔한 방식이 되었기에 새로울 것이 없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인터넷 세상에서의 승자일 뿐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도 승리한 투자자의 부류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런 본인의 경험을 책으로 만들기 전에 그는 이미 서문에서 성공적인 위기극복의 공식은 없다는 표현을 2페이지 사이에 무려 7번이나 사용한다. 저자의 약력과 서문의 분위기가 이 정도라면 대충 책의 성격은 바로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경영서를 자주 읽는 효율적인 독자라면 본인의 취향에 따라 이 시점에서 책을 더 읽을지, 접을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기는 하다.

 

일단 실용서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은 단시간에 통독이 가능해야 한다. 실용서의 독자는 독서에 장시간 투자하기 보다는, 신속하게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을 검색하려는 목적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이 책을 살펴본다면 즉시 확실한 합격점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이기도 하다. 책의 P.143페이지를 보면 이런 내용이 보인다.

<“고객 이탈률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용자 기반을 대상으로 이메일 마케팅에 주력하면 고객들이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아하, 사람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저버리고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그들에게 스팸 메일을 충분히 발송하지 않아서 그런 거군. 거 말 되네. 염병할, 말이 되긴 뭐가 돼. 도대체 이런 거짓말들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비속어 사용을 불사하면서까지 단도직입적인 메시지의 전달을 시도한다. 독자의 반응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부정적인 반응을 한 독자라도 관련 내용은 분명히 머릿속에 남을테니까.

 

문학서가 아닌 책의 문체도 하나의 특징으로 본다면, 이 책의 장점은 거기서도 찾을 수 있을 듯 싶다. 보통의 경영학 입문서가 요약된 내용을 아주 단조로운문체로 전달하기 때문에 많은 도표와 사례 제시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느낌을 준다면 이 책은 거의 전체가 대화체 내지는 강의에 가까운 문체이기 때문에 별다른 도표나 삽화 등이 없어도 눈을 뗄 틈이 없다. 아직 원서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번역서가 이런 종류의 문체로 집필되었다면 이를 제대로 분위기를 살려 번역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은 조금만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알만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한국어판이 훌륭한 가독성을 갖는 것은 번역자인 안진환에게 그 공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번역서는 대체로 번역자를 먼저 살펴야 책의 가독성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책은 이미 번역의 질과 관련된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아도 됨을 보여준다.

 

경영 관련서에서 다양한 사례의 예시는 기본적인 편집 전략이다. 그런데, 여타 교양서 수준의 책을 들여다보면 주제와 관련성이 떨어지거나, 또는 저자가 그런 연결고리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독자에게는 사례가 나열식으로 배치된 것으로 보이게 되어 이해를 돕기 위해 배치되었던 내용들에 의해 오히려 집중력이 저하된다. 이 책에서 제시된 사례들은 순전히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것들이 많고, 약간은 난잡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지만 각각의 사례들이 저자가 무엇을 위해서 예를 들었는지 여부를 분명히 알 수 있게 내용상의 연결점이 드러나 있어 독자가 읽는 중에 내용에서 유리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일은 없다. 또한, 각각의 사례들 자체가 피상적이지 않고, 마치 악전고투를 거쳐 살아남은 전쟁 용사의 경험담같은 조언으로 가득하다. 이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편집상의 단점은 어느 정도 용서가 되지 않을까?

 

저자는 본인의 사례를 자랑삼아 늘어놓는 것으로 책의 내용을 모두 채우지는 않는다. 책의 전반부가 주로 저자의 경험과 관련된 내용 위주였다면, 후반부는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어 수업 요약과 같은 업무의 지침이 제시된다. 이를테면 책의 191페이지는 업무의 적임자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와 관련된 챕터이다. 여기서 저자가 제시한 내용은 정확히 3가지 단계이다. 첫 번째는 원하는 인재상을 명확히 정할 것, 두 번째는 적임자 판단을 위한 프로세스를 실행할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책임자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것. 이와 관련된 사이사이의 내용에 갖가지 조언 자신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깨닫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해당 직책을 맡아 보는 것이다.. 등과 같은 과 매뉴얼에 가까운 실무 방법론이 매우 세심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런 장점은 이후 책의 다른 부분에서 설명하는 성공적인 직원 피드백의 비결이나 ‘CEO가 갖추어야 할 점등과 같은 중요 주제에 대한 설명에서도 비슷하게 발휘되고 있다. 이를 통하여 독자는 숙련자의 경험을 11 지도를 통해 사사받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된다.

 

분명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한계는 한계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먼저 이 책은 어찌되었든 Blog에 올린 글을 재정리한 책이다. 물론 서적을 출간하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 글의 수정과 편집에 공을 들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지적 엄밀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글들이다. 특히 Keyword에 해당하는 중요 사례에서 보다 넓은 범위의 신뢰도 부여를 위한 statistical data를 인용한다던지, 선행연구 논문과 본인의 언급을 비교한다던지 하는 스칼라쉽은 이 책에서 찾으면 안되는 것들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reference의 체계적 제시같은 것도 없다. 이런 한계점 때문에 높은 가독성과 함께 명쾌한 결론 및 방향성을 보여주는 경영전략 지침서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에 따라서는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는 그저그런 자기자랑일 뿐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는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순전히 자기 생각만으로 한 이야기임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책의 내용 속에는 몇가지 reference가 언급되며, 그들 중에는 경영과 관련된 권위있는 저작들도 눈에 띈다. 다만, 저자가 가장 자주 인용하는 서적의 저자는 앤디 그루브인데, 저자의 개인적 평가 이외에 아무런 객관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인용은 blog의 메시지일때는 허용이 되는 것이겠지만, 출판물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좀더 성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깔끔하게 잘 정리된 또 한권의 경영 교양서이다. 가독성, 내용의 명료성, 실용성 모두를 만족시키며 번역의 질 또한 우수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이 책을 구입하여 읽겠다고 한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실용서로써의 약점도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는 책이기 때문에 내용을 금과옥조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말도 꼭 덧붙이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이 책이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때는 스스로가 경영의 이론/실무에 관하여 최소한의 지식이 확립된 유경험자가 참고를 하는 경우일 듯 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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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5 1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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