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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컨셉의 법칙 - 세계적 히트상품 속 정교한 컨셉의 비밀 17
김근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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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제출할 기획안을 작성해야 하는 직장인이 가장 괴로워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기획안을 기획하는 단계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남들의 생각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두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모순적이다. 이런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는 체계적인 방법을 대학에서 배운 적은 없는 것 같고, 선배나 동기들에게 물어봐도 별 뾰족한 수도 없다는 대답 뿐이다. 이럴 때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면 한번쯤 집어들어볼만한 책이 이번에 출간된 끌리는 컨셉의 법칙이 아닌가 싶다. 책의 서문에서부터 컨셉을 개발해야 하는 기업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로 컨셉의 법칙과 사례를 다루는 교양서임을 밝히고 있다. 본서에서는 마케팅 상황에서 동기는 구매동기이고 인식은 소비자 인식이고 행동은 구매행동이며 컨셉은 사야 할 이유일 구매동기를 자극하여 구매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밝힌 서문의 내용은 바로 이러한 책 자체의 개념정의에 충실하다.

 

컨셉 크리에이터라는 선행 저서의 저자이며, concept이 마케팅에서의 중요 요소임을 강조하며 김근배 교수의 강의답게, 목차를 살펴보면 오직 컨셉이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교양서 수준의 경영서적은 흔히 다양한 사례를 나열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가운데 결론을 도출하는 편집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실제로 읽다보면 방향성을 잃은 사례의 나열에 피로감이 생기거나, 책의 내용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가 강조하는 하나의 focus에 따른 밀도있는 내용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어 효율적인 독서가 가능하다. 또한, 각각의 법칙에 대한 강의 내용 다음에 ‘concept cafe’라는 항목을 따로 제시하여 보다 심도있는 개념 설명을 재차 진행하여 이해의 깊이를 도모하는 편집은 기타 경영서와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서적의 내용 중 한 부분의 예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네 번째 컨셉 법칙은 키워드를 강조하는 챕터인데, 이 챕터는 김춘수 시인의 저 유명한 시로 도입부 설명이 시작된다. 이런 경영서답지 않은 독특한 도입만으로도 이미 관련 주제에 대한 활발한 연상이 이루어지고, 집중도는 배가된다. 이후 하나의 keyword로 컨셉을 언어화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과, 유한킴벌리의 성공적인 여성용품인 화이트(브랜드명)’ 의 마케팅 사례가 등장한다. 이에 이어지는 concept cafe에서 저자는 우리는 언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대로 현실을 인식한다.”는 철학자 훔볼트의 말을 인용하여 앞의 내용에 인문학적 기반을 부여한다. keyword라는 개념과 그와 관련된 경영사례의 내용만으로는 매우 전형적인 전개지만 이에 따르는 철학적 개념을 원용하는 추가 설명은 경영서를 펴든 독자가 예상하기 힘든 것이다. 꾸준히 다량의 독서와 연구를 거듭한 강단의 학자만이 시도할 수 있는 지적 월경은 독자에게 품위와 흥미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자극적 경험으로 다가온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여러 종류의 자극을 통하여 직관적 이해에 도달하는 것은 부가적 이점이라고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인문학을 마케팅에 적용할 경우 기존의 마케팅 이론에서 설명하는 것보다 더 이해하기 쉽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왔다.”는 의견을 피력하여 책의 성격을 규정하여 두었다.

 

입문서, 교양서의 타이틀을 단 책에서 흔히 참고문헌 서지정보를 누락하고는 하는 실수를 이 책에서는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도 매우 평가할만한 점이다. 덕분에 책의 설명에서 제시되는 여러 선행연구나 깊이있는 개념과 관련된 추가 독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를테면 켄트 나카모토 교수가 ‘meaningless diferentiation’ 전략을 처음 제시한 1996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의 논문이나, 피터 골드의 선두주자 시장 점유율 관련 2003년 논문 등의 경우 추가적인 자료검색을 해볼 가치가 있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내용들이다. 그러나 경영학 비전공자로써는 저자가 간단한 연구의 요약 제시에 그치고 그에 따른 성실한 참고문헌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다면, 추가적인 논문 확인 등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서적에 인용된 각종 인문학적 개념과 관련된 참고서적도 매우 잘 정리되어 있어, 과연 이 유명한 인문학자가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남겼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특히 이런 장점은 저자의 서적에 가해질 수 있는 비판을 방어하는데에도 유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서적의 내용중 大學財取則民散, 財散則民取구절을 기업과 고객의 관계로 바꾸어 마케팅 격언으로 치환한 설명이나, 칸트의 감각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감각은 맹목적이다.”라는 말을 마케팅의 스토리텔링에 대입하는 부분 등은 독자에 따라서는 고전의 견강부회식 인용이라는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어보인다. 이와 같이 어느정도 전개상으로 무리가 있어보이는 내용을 접하더라도 그들이 저자의 식견을 의심할만한 것이라기보다,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고전의 구절을 실용적으로 응용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저자의 지적 성실성이 책 곳곳에서 엿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독자라면 전혀 무관해보이는 고전의 구절조차도 마케팅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재료로 응용하는 책의 서술 방식자체를 발상의 전환을 위한 재료로 사용할 여지도 있어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사업 전반을 기획하는 관리자 수준의 직장인으로부터 이제 막 직장에 입사하는 신입사원 수준의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의 실무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양질의 입문서 겸 컨셉 사례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와 개념들에 익숙해진 직장인이라면 적어도 마른걸레를 짜내듯 아이디어를 생산해야 하는 오늘밤 재털이에 꽂히는 담배 꽁초의 양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담배 가격은 배로 올랐지만 월급은 오르지 않는 오늘의 이 팍팍한 현실에서  독서가 정말로 나에게 그런 기여를 해줄 수 있다면 다른 어떤 경영서적보다도 경제적인책이 아니겠는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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