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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입니다 -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600억 자산가 이야기
박지형(크리스)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4월
평점 :
동기(動機)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계기.
동력(動力) 어떤 일을 발전시키고 밀고 나가는 힘.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이라는 시한부 삶 선고를 받는다면 어떤 생각부터 하게 될까.
정말 남은 시간이 얼마이건 간에, 그 남은 시간을 그래도 '살게' 할 동기는, 동력은 나에게 무엇일까.
2014년 봄, 위암 4기 복막 전이, 남은 시간 6개월이라는 진단을 받은 저자에게
살아야 하는 동기는 가족, 살게 한 동력은 긍정과 책임감이었다.
임신 중인 아이를 혼자 낳아 길러야 할 아내,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를 잃을 아이, 자식을 앞세울 부모님.
그들을 생각하면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고
이루고 싶었던 꿈, 대표를 믿고 열심히 따라주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그저 살아남기만 해서는 안 됐다. 살아남아, 잘 살아야 했다.
무한 긍정의 마음으로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으로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리고 2025년 봄, 희박한 생존 가능성을 뚫고 말기 암을 이겨 낸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존경스럽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좋아하지만, 열심히 따라 보려 하지만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반쯤은 의심한다.
한참 세상을 밉게 볼 때는 일도 사람도 몸도 마음도 힘들어 죽겠는데, 긍정이 밥 먹여주냐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사실, 긍정으로만 똘똘 뭉친 수기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나는 이랬으니 너도 이럴걸',에 잘 공감하지 못한다.
사람의 신체적·정신적 체력은 모두 다르고
-나는 삶에서 체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체력은 많은 것에 한계를 짓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모양과 깊이도 다르고, 가진 그릇의 여유 공간도 다르고, 공감과 낙관은 권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나는 이랬다',는 어쩌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그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을 때 자신이 원했던 남은 삶의 모습을 들려줄 뿐, 자신이 진짜 살아낸 시간들을 들려줄 뿐,
'내가 당신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전할 뿐 '당신도 당연히 나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누구보다 삶에 간절했다. 살아야 했고, 그와 별개로 정말로 살고 싶었다.
일이 좋아서, 성장의 목표를 이루려 몸을 돌보지 않고 달리느라
그야말로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살아서 죽어가고 있었지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 살고 싶어졌다.
자신의 죽음 후에 남겨질 사람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혼돈에 빠질 틈이 없었다.
'남은 사람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고 가자'.
아마 그동안에도 저런 마음으로 살았을 것이다. 몸이 병드는 것도 모른 채.
그 책임감에 가족들도 오히려 희망을 얻었을 거고, 회사 직원들도 곁에 남아 함께했을 것.
암 병동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대표를 두고 어떻게 떠날까.
진부하지만, 나는 사막에서 반 병 남은 물을 두고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아 있다'가 아니라
'이젠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 비관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게 이성적인 것이라 여기는.
그런데 아주 작은 수치라 해도 말기 암 환자의 생존확률이 0은 아님에 힘을 얻은
더없이 강한 사람이었던 저자의 지난 이야기에
나도 긍정의 힘을 더 믿어볼까,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프고 슬픈 투병 수기가 아니라 좋다.
병은 일상적인 것이고 우리 삶의 한 부분일 뿐
숨길 것도 그로 인해 위축될 것도 그 때문에 환자 대접해 주길 바랄 것도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멋지게 살아남아서,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가장 커다란 고통을 겪었지만,
자신에게 병은 아픔과 고통만 준 게 아니라 정서적 여유를 줬다,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전하는 이야기는
저자의 바람처럼 지금 고통 속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을 듯하다. 에세이 추천.
▶ 출판사(체인지업북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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