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으며 입시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간간이 유쾌상쾌한 일들이 넘쳐났던 나의 여고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
또한 박하익이라는 작가를 내 마음속에도 새겨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생후 15개월된 딸의 몸종으로 살고 있고, 겉과 속이 다른 히스테릭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하익이라는 작가, 유머 코드가 통해서일까, 차기작도 기대되는 바이다.
"주인공이 1학년이니 3학년이 될 때까지는 캐릭터를 키워나가고 싶다.”는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연작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선암여고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선암여고 탐정단이 하나씩 파헤치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표현 과정에서 나오는 작가 특유의 재미난 어투는 간만에 책을 읽으며 실소를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우스운 얘기들이 나와서가 아니라 빵빵 터뜨려 주는 말장난과 딱 맞아떨어지는 재미있는 비유 표현의 어울림에서 오는 웃음 말이다.
주인공 채율은 가정 환경이 좋고 똑똑한데도 천재적인 쌍둥이 오빠와 늘 비교되는 열등 의식에 싸여 있다. 게다가 채율은 외고 입시에서 떨어져 어머니 오유진의 은사가 교장으로 있는 선암여고에 입학을 한다. 어느 날, 등교를 하던 중 우연히 무는 남자에게 당하게 된 채율은 미도, 하재, 성윤, 예희와 함께 선암여고 탐정단이 된다. 얼떨결에 탐정단에 들어가게 된 채율과 친구들에게 시험지 유출사건, 집단 따돌림 사건, 연쇄 자살 사건 등 무언가 미스터리한 과제가 잇따라 주어진다. 제각기 다른 개성이 넘치는 다섯 명의 탐정단은 현실적이고 무거운 문제들과 부딪치며 무언가 덜떨어지는 것 같지만 핵심을 콕 집는, 엉뚱하지만 나름 진지하게 각종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여고생들의 손목을 물고 입안에 사탕을 물려주고 사라지는 변태, 빗속을 뚫고 다가와 핸드폰에 달린 토끼 인형을 강탈해 간 사건, 서로가 상대를 지목해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아이들, 같은 학교에서 몇 년을 단위로 반복해서 벌어지는 연쇄 자살 등 기괴하고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상의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은 사교육, 낙태, 왕따, 자살 등 우리 사회의 교육이 갖고 있는 어두운 현실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어쩌면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여주며 현 세태의 비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늘 부모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채율은 선암여고 탐정단이라는 괴짜 그룹에 들어와 활동을 하며 17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게 되는데, 글의 처음에서 보였던 채율의 타의적인 태도가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흐뭇했다. 그리고 호기심 많은 미도의 채준에 대한 사차원적이지만 진심어린 마음과 순수한 사랑, 채율과 하라온의 알듯 모를 듯한 사랑 감정도 간질간질 마음을 들썩이게 했다.
방황하는 여고 시절을 보낸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했다는 각 에피소드들은 현재 입시 위주의 일률적인 학교 교육 속에서 마음이 병들어 가는 학생들의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주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교복과 단발 머리, 친구들의 재잘거림, 엉뚱발랄, 유쾌한 웃음들, 미스터리한 전설들이 난무했던 고교시절의 추억들이 기억 속에서 흩어진다. 그리고 그 속에 발랄한 표정으로 선암여고 자견관에 앉아 의뢰 사건의 파일들을 들춰보는 안경너머의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