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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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모두 여덟 편의 중단편 소설들을 모은 작품집. 최근 개봉했던 영화 컨택트의 원작인 네 인생의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신의 영역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이 탑을 쌓아 올라가던 어떤 사람들이 만난 충격적인 세계의 실상을 다룬 바빌론의 탑’, 약물의 도움으로 일반인들이 이룰 수 없는 초고도화 된 지성을 갖게 된 사람에 관한 이야기 이해’,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적 원리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발견을 한 어떤 수학자의 고뇌(‘영으로 나누면’), 물건에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특정한 속성을 갖게 만들 수 있는 어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일흔두 글자’), 인간을 초월해버린 메타인간들(아마 인공지능)이 생산해 낸 과학기술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세를 다룬 인류 과학의 진화’, 상시로 출연하는 천사들과 그들이 일으키는 기적과 재앙에 관한 지옥은 신의 부재’, 그리고 사람의 얼굴에서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하는 능력을 제한시키는 장치를 의무화할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양측의 주장을 인터뷰식으로 다룬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가 있다.

 

 

2. 감상평 。。。。。。。

 

     ​재미있다. 작가는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한 두 개의 설정이 다른, 하지만 또 그 세계 안에서는 나름 합리적인 논리에 따라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어 냈고, 우선 이런 설정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올라가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는 탑과 그 탑의 중간에서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선하지 않은가? 점토로 인형을 만들고 거기에 그에 맞는 이름을 적어 넣으면 움직이기 시작하는 세계나, 천사들이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세상도 그렇고.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작가다보니, 작품들 전반에 걸쳐서 이런 소재들이 자주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은 작품을 훨씬 더 그럴싸하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 그가 과학 소설(Science Fiction)를 전문 영역으로 선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던 듯. 언뜻 이게 뭔 소리야 싶으면서도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뭔가 재미있게 시작하지만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끝난다는 느낌이 든다. 앞서 언급한 영화(컨택트)를 보면서도 좀 후반부에 급하게 마무리 짓는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건 원작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물론 영화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감독의 각색으로 어색해진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다분히 중단편이라는 형식상의 한계 때문에 생기는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들어가 보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일종의 허무주의혹은 ()목적성에 관한 신봉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건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루이스가 외계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깨닫게 된 면에서 잘 드러나는데, 비단 그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자주 보인다. 하늘의 창을 깨뜨리고 그 위로 올라간 채굴자가 마주한 상황, 수학의 궁극에 놓여 있는 모순적 진실을 발견한 학자가 느낀 감정, 인간을 초월한 기술적 발전을 보는 관점 등등

 

     ​개인적으로는 이런 면 때문에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스토리를 넘어서, 깊은 감흥까지 이르지는 못했던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 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 때문이니까. 틀렸다기 보다는 다른 거다.

 

 

     ​하지만 역시 기발함은 높이 살 수밖에 없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서 느꼈던 짜릿함을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었다. 이 작가가 좀 더 긴 작품들을 썼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베르나르가 최근 몇 년 동안 질질 늘여 쓴 책들을 보면서 워낙에 실망을 했던지라 차라리 이렇게 길지는 않아도 임팩트 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써 주는 게 더 나을지도.. 곧 두 번째 단편집이 출간된다던데, 그것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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