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스르자 포포비치.매슈 밀러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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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비폭력으로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방법에 관한 책. 세르비아의 독재자 밀로셰비치를 끌어내린 오트포르!’라는 이름의 단체를 이끈 리더였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전 세계에서 벌어진 비폭력 투쟁의 성과 등을 조합해 일종의 실천적 사회이론서를 썼다.

 

      저자는 독재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는 사람들의 두려움이며,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웃음이라고 지적한다. 그냥 웃자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웃음거리로 만들어서, 그에게 씌워진 아우라를 벗겨내자는 것. 나아가 그 권력자를 지탱하는 기둥들을 하나씩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독재자의 자금줄이 되는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도록 다양한 수단을 쓰라는 것이다. 총알을 사는 데도 돈이 들 수밖에 없으니까.

 

     탄압을 계속 자행하는 경우 탄압하는 사람들을 궁지에 몰 수 있는 전략을 고안해야 한다. 시민을 때리는 경찰은 그것이 즐거워서가 아니라 그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돌아가면 한 가정의 가장이고,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편안히 살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일이 나머지 역할들가장이나 이웃집 아저씨 에 부정적 영향을 일으키도록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지나치게 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계속 투쟁하겠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조금씩 얻어내면서 작은 승리들을 맛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최종적인 목표를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천안문 광장의 학생들은 이것을 몰랐고, 결국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더 많은 사람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하다. 적전 분열은 무엇보다 치명적이다. 우리 편을 통합시킬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소수만 참여할 수 있는 구호나 브랜드가 아니라, 다수를 함께 세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오큐파이 운동은 시골이나 중소도시에 사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브랜드나 구호가 아니었다. 그것이 실패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2. 감상평 。。。。。。。

 

     몇 개 월 만에 연인원 천 만 명이 모여 비폭력 시위를 했고, 그 가운데 결국 독재자의 딸이자 아버지를 닮아가려고 했던 대통력은 탄핵심판대에 올랐다. 시민들은 모여서 함께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고, 공연을 보며 즐겼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쿨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변 사람들의 호감을 샀고, 일부 극단적인 수구세력들이나 사리분별이 안 되는 구제불능의 부류들을 제외하고는 시민 대다수가 이 운동에 심정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시위의 현장에서 국정농단을 일으킨 권력자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한 때 그가 휘두르던 권력의 무기들을 두려워하던 이들은 이제 떳떳이 나와서 그들에게 항의하게 되었다.

 

      우리 중 누군가는 이 책을 본 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앞선 다큐멘터리를 봤던가) 책에 나온 다양한 전략들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현실화 된 내용들이지 않은가. 물론 우리는 아직 그 부패한 권력자와 부역자들을 최종적으로 끌어내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 것은 아니니 해피엔딩을 선언하기에는 좀 이르긴 하지만, 그래도 권력을 손에 넣고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던 악당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았나 싶다.(진짜 최종보스 같은 놈들은 버티고 있긴 하지만, 벌써 겁을 집어 먹고 숨은 놈들도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책 속에서도 지적되고 있었던 치명적인 문제가 우리 안에 여전히 불씨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바로 내부 분열. 세르비아의 독재자 밀로셰비치가 물러간 후 시행된 선거에서 당연히 야권이 이길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고 한다. 왜냐면 이름도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열여섯 개의 정당으로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 그런데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들이 몇 차례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최악의 발걸음을 계속 내딛고 있는 것 같다. 몇 달 후 우리는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될까.

 

 

      사례 중심의 글은 수월하게 읽힌다. 그렇다고 내가 해봤으니 다 될 거야 하는 식으로 나서지도 않으니까. 무엇보다 저자는 직접 위험을 감수해 본 사람이고, 일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책에서 저자가 하고 있는 도전은 자칫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쉽게 읽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쓴 책은 아니라는 말.

 

      마틴 루터 킹이 말했던 비폭력 군대라는 개념이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떠올랐다.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는 법이다. 이 소중한 진리를 우리의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리의 부패한 권력자를 끌어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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