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심리학
데이브 그로스먼 지음, 이동훈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오랜 군생활을 해왔던 저자는 흥미로운 통계로 시작한다. 전쟁에 나가 있는 군인들이 실제로 상대방을 향해 총을 발사하지 않는 비율이 꽤 높다는 것이다. 통상 20% 미만의 병사들만 상대를 향해 실제로 총을 쏘았다. 저자는 제법 많은 분량을 왜 병사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가 하는 요인들을 분석하고,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서술하는데 할애한다.

 

    결국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전장에서 병사들로 하여금 상대방에게 저항 없이 공격을 가하도록 할 수 있는지 그 사회/심리학적 조건을 연구하는 책인가보다 할 즈음, 거의 결말부에 이른 저자는 갑자기 시선을 바꿔 미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강력범죄라는 문제를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주요한 이유들로 미디어와 게임 각종 영상물 등을 통해 살인에 대해 지나치게 익숙해져가고 있기 때문(사실 이것들은 앞서 나왔던 사격비율을 올리기 위한 새로운 훈련프로그램과도 비슷하다)이며, 장기적으로 이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2. 감상평 。。。。。。。 

 

 

    저자는 전장에서 살해가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고,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도록 막는 요인들은 무엇이고,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또 어떤 것인지를 분석하는, 군사학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살해라는 극단적인 행동이 단지 전쟁터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그 강도가 좀 약해졌다 뿐이지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공격적 행동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다양한 차원에서 적용할 만한 부분들이 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군인들이 실제로 상대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드물다는 사실은 인상적이다. 전쟁을 일으킨 윗대가리들이 어떤 식으로 미쳐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전선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병사들의 차원에서는 아직 인간성이 완전히 닳아 없어지지 않았다는 말일 테니까. (하지만 이 부분도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시킨 결과 베트남전에선 90% 이상의 병사들이 실제로 발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다양한 거리는 이런 살해행위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상대방도 나와 같은 인간이란 점을 인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쉽게 살해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상대에게 모욕적인 별칭을 붙이는 건 그가 나와 똑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인식하도록 만들어 더 쉽게 공격하게 만드는 방법인데, 우리나라에서 자칭 보수진영에서 종종 사용하는 좌빨이니 좌좀이니 하는 딱지붙이기도 그런 예다. 상대의 인간성을 말살시킴으로써 그를 공격하는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려는 행동이다.(가련한 인간들..)

 

 

    저자는 진지하게 사람들이 영화나 텔레비전, 각종 미디어들을 통해 폭력적인 장면들에 반복적으로 쉽게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다. 영화 속 장면들처럼 상대를 향해 무차별적인 난사를 하고, 찌르고 베어 죽이는 일은 실제 전장에선 잘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사실 그런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연습하도록 하는 것이 실제 군대에서 병사들로 하여금 살해행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만드는 훈련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심지어 효과까지 증명되었다!!) 폭력적인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분명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영화들에도 액션이나 스릴러를 표방하면서 거의 슬래셔 무비에 가까운 장면들을 잔뜩 등장시키는 것이 거의 유행처럼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의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특히 젊은(그리고 어린) 세대들에게 좀 더 사람들을 쉽게 공격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치고 훈련시키고 있는 셈. 어차피 돈의 지배를 받고 있는 미디어의 속성 상 스스로 자제하고 정화할 리는 만무한데, 폭력성에 관해 지적을 할라치면 검열이니 뭐니 하며 펄쩍 뛴다. (뭐 다 같이 죽자는 거지)

 

 

    꽤나 충실하게 연구를 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종류의 사회학적 성격의 연구는 그 특성상 오랜 시간과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가 필요한 법인데, 꽤 묵직한 내용의 책을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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