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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긴수염고래는 무리를 지어 살지 않는다. 사람을 싫어하는 인간이 있는 것처럼 이 고래는 고래를 싫어하는 것 같다. 수줍음이 많고, 언제나 혼자서 다니며, 어둡고 외딴 바다에서 느닷없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그때 수직으로 곧게 뿜어 올리는 한 가닥의 물줄기는 거친 들판에 홀로 돋아난 키 큰 새싹처럼 고고해 보인다. 놀랄 만큼 힘차고 빠르게 헤엄치는 능력을 타고났기 땜누에, 현재로서는 어떤 인간의 추적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 고래는 추방당했지만 결코 정복되지 않는, 고래 종족의 카인 같다. 그 표시로서 해시계 바늘 같은 지느러미를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