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현암사 동양고전
오강남 옮기고 해설 / 현암사 / 199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윤리시간이나 세계사 시간에만 들어본 장자를 봤다. 장자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없고, 직접 읽어본 사람도 딱히 없다는데 내가 딱 그랬다. 노자와 장자의 도가사상은 의외로 오랬동안 동양사회에서 살아남아 왔는데 유교적 가르침이 실용과 윤리를 강조한다면 도가사상은 그의 반작용으로 내면적 초월과 자유 및 이 살기 힘든 현세에서 벗어나는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일반백성들이나 권력자들에게는 도교신앙의 변질된 육체의 장생불사에 대한 욕망이 한몫 했을 것이다.

 책에는 노자와 장자의 차이가 먼저 등장하는데 노자 도덕경이 주로 간략한 어록이나 시, 산문으로 구성한다면 장자는 주로 이야기 형식이다. 그리고 노자 도덕경이 정치지도자를 위한 지침서 성격이라면 장자는 도가적 삶에 관심을 둔다. 마지막으로 노자가 도를 주로 만물의 생성변화의 근원이나 귀착점으로 본다면 장자는 도를 무궁한 생성변화 그자체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뭔가 장자가 보다 자유로운 부분으로 진일보 한것 같은 느낌이다.

 저자는 장자는 체계적인 인식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깨움이 목적이라는데 그래서 책에서는 체계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렵고, 그래서 뭔가를 아는 것도 어려웠다.

 장자에게 있어서 참다운 인간상은 신인인데, 이 신인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망기와 망공, 망명인데 망기는 몸의 안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고, 망공은 공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요, 망명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 욕망을 발현하는 모든 통로를 막아내는 셈이다.

 장자는 내편과 외편으로 구성되는데 이 책은 주로 내편을 소개한다. 외편은 제자들이 썼다는 이야기도 있고, 마치 성경의 신약과 구약처럼 성격을 달리하는 부분이 많아서다. 주로 내편이 장자의 직접적 생각이 많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데 무수한 일화가 등장한다. 하나같이 뜬구름 잡은 신선놀음식 이야기인데 저자가 해석을 달아놓은 것을 보면 아 그렇구나 싶다.

 재밌게도 일화에는 장자와 의견을 자주 다투는 혜자가 많이 등장한다. 이경우는 장자와 혜자가 이야기하는 식이다. 그리고 의의로 공자와 그 제자도 같이 나온다. 공자를 많이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공자사상을 비판하고 넘어서려 했기 때문이란 말도 있지만 공자의 유가사상을 토대로 더욱 사상을 발전시켰기에 공자가 자주 등장한다는 설도 있다.

 하여튼 일화들의 주제는 모두 같다고 볼수 있는데 작은 미물이나 사물이 뭔가 거대한 것으로 변모한다던가, 내가 사실은 A라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A가 아니라던지, 아니면 A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A라던지 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쓸모없는 것이 사실은 더 큰 쓰임새가 있고, 쓰임새가 있는 것이 사실은 쓸모가 없다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이나 사물의 주측면보다는 인간인 오히려 바라보기 힘든 다른 면을 보고 그것을 깨달아가면서 우주만물의 이치를 깨닫고 그것과 하나가 되어 현세를 초월하자는게 주제인듯 하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래서 어쩌라고 그래도 우리는 현세를 살아가야하는 몸인데 그것을 마냥 모른체 하고 무관심하게 구는게 무책임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다 싶을때 쯤, 장자의 인간세 부분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처세법과 정치사회윤리에 관한 부분으로 결국 장자도 어느 정도 현세를 살아가는 인간의 고민도 다룬 셈이다. 장자는 사람이 처세를 함에 있어 우선 심제를 강조하는데 심제는 마음을 굶기는 것으로 자신의 세속적 마음을 비워 도와 하나가 된 상태를 말한다. 앞서 말한 망기와 망명, 망공을 실현한 상태랄까? 실제로 이런 상태에서 정치를 한다면 공명정대하지 않을까 싶다.

 장자는 윤리자체를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리 자체를 버리는 것도 아니다. 윤리가 지닌 한계성을 비판하면서도 오히려 그것을 핑계로 비윤리적인 것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것을 더욱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불립문자라고 해서 도가 사상이나 불교에서는 진정한 깨달음은 문자로는 한계가 있고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장자는 도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선 인의, 예악 같은 이치주의나 윤리지상주의 같은 구조를 버려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이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이런것들에서 벗어나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선 이런것들을 알고 통달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모르고 그 이상의 단계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사실 이런것에 관심이 없는 동물과 같다는 점에서 이런 지적을 그럴듯하다.

 전체적으로 책은 뭔가 알것 같은 면을 주면서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그런 느낌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럴수도 없었겠지만 뭔게 체계성도 부족하고 한 가지 주제로 꾸준히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 동어반복을 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장자니까, 그리고 우리는 속세에 메여 살면서도 벗어나길 희망하는 존재이니 읽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