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보이는 손가락 회계 - 이미지로 배우는 신개념 회계 학습서
김상헌 지음 / 길벗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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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31일>

돈이 보이는 손가락 회계 by 김상헌 - 주부로서 꼭 알아야 할 회계, 이미지 연산법으로 쉽게 배우기

평점 : ★★★★반 (초급자가 회계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이었고, 내용 또한 간략하게나마 전체의 내용이 잡혀있는 것 같아 좋았다.)


주부 경력 15년차로 점점 달려가고 있다.

경력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도 신입사원의 직급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

살림도 요리실력도 한없이 부족하지만, 그것보다 더 부족한 것은 '가정경제'에 대한 나의 마인드와 그런 지식은 누구처럼 '아, 몰랑~~~!' 했던 무지함이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신경써야 했던 가정경제를 그렇게 홀대했던 것은 금전의 회전율이 좋은 가정이 아니라서 라는 핑계를 댄다.

그럴수록 더 힘써야 했던 부분인데도 말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아이들이 클수록 초조해지기 시작하여 한 권 두 권씩 '가정경제'를 살릴 수 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절박하다, 변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기회가 온다면 잡아야 하듯이 세금, 회계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입문서같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돈이 보이는 손가락 회계>」

많은 것을 얻으려 이 책을 잡은 건 절대 아니었다.

그저 책표지에 적힌 <이미지로 배우는 신개념 회계 학습서> & <회계 기초 개념 한 번에 잡기>..... 이만큼을 원했다.

절대로 외우려만 하지 말자, 이해하려고 노력만 하자... 를 무한 되풀이하며 책을 열었다.

암기를 부담으로 갖지 않고 책을 대했더니 생각보다 술술 익히는 마법같은 회계 학습서였다.

와우.......

반나절만에 다 읽으며 나의 무지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것을 알게 된 기회...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라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고 장담하며 살았던 20여년간의 내 모습이 떠오르니 앞으로의 내 인생이 암담했었겠구나...라는 자괴감과 허무함이 밀려왔다.

내 상황을 이해하여 경제의 지식에 발을 담그게 한 것이 이 책의 본분은 다한 것이리라.


* 손가락 회계 미리보기*

① 손가락 회계는 연상학습으로 회계를 저절로 기억하게 해준다!

-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연상학습을 이용하는 것처럼 이 책도 주먹-가위-보의 손모양에 회계의 핵심 개념을 이용한 이미지 연상법이다.

 

② 기업의 사례를 접목한 연습문제가 수록, 직접 복습을 해보는 효과!

- 실제 기업들의 재무상황을 바탕으로 난이도가 낮은 개념부터 핵심개념을 반복, 누적적으로 학습한다.

- 책을 열면서 가장 두려웠던 부분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사례 연습문제가 재미있었다.

 

 

③ 재무제표를 읽는 능력부터 기업분석과 투자 능력까지 잡는다!

-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학습.

 

 

​* 가볍게 시작하기

회계 : 돈을 어떻게 조달하고, 어떻게 사용하였으며, 얼마나 남겼는지를 이해하는 것 즉, 돈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한 것.

- 재문상태표를 읽는 능력.

재무제표 : 기업의 돈의 흐름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담긴 문서.

자산 :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돈, 자동차, 아파트(가정) & 공장, 예금, 화물차등(기업) - 물건의 목록.

부채 : '언젠가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 돈'

자본 : 미래에 상환할 의무가 없는 돈. 3가지로 분류- 자본금 등, 이익잉여금(당기이익 & 과거이익), 기타포괄손익누계액

 

 

* 손가락 회계 3단계

1단계 : 주먹-가위-보 게임 / 기본 회계지식 이해하기

2단계 : 집게 손가락(부채)와 반지손가락(당기이익) 비교하기 / 어려운 회계비율 분석하기

3단계 : 반지손가락에 반지(주가) / 실제 주식투자 활용하기


시작하기 전.... 살짝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 한 권으로 가능할까?

난이도 낮은 개념부터 핵심개념을 내가 기억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나를 믿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기로 했다.

회계라는 단어는 나와는 너무나도 먼 단어, 어려운 단어였고, 분야였다.

그런 것을 이해하게 될지, 정말 '별 거 아니네!'를 외치게 될지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손을 이용한 이미지 학습법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유레카!'가 외쳐질 것이다.

나를 '회계'라는 두려운 분야로 불러들인 <돈이 보이는 손가락 회게>...

돈의 맥을 잡아 가정경제를 탄탄하게 받쳐 줄 정말 멋진 회계 입문서이다.

가정 경제를 책임을 지고 있는 주부, 뉴스면에서 경제쪽을 휙~ 지나갔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 권으로 기업의 돈의 흐름을 어렴풋이나마 쳐다볼 수 있고, 내 영역의 범위에서 아주 많이 벗어나있던 주식의 고PER주, 저PER주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된 내가 여기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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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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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8일>

수요일에 하자 by 이광재 - 수요밴드와 함께 수요일에는 뭐든 해보자.

평점 : ★★★★


이광재의 신작 소설이다.

우리 지역의 "2015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었던 혼불 문학상 수상작 「나라 없는 나라」의 저자다.

아직 그의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낯익은 이름만으로도 그의 신작이 궁금했다.

요일 중에서도 부담되지 않는 '수요일'이 제목이 들어있다보니 왠지 술술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소설이랄까.

나 개인의 취향으로 신작을 맞이했다.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 삶을 살 수 있는 수요밴드의 리콰자, 라피노, 니키타, 배베이스, 박타동, 마지막으로 밴드에 합류한 김미선..

이들은 음악을 놓을 수 없는 이들이기에 모여 공연에 나갈 밴드를 만든다.

음악을 등지고 사업하다 망해 쫓겨다니고 집을 지키기 위해 한 위장 이혼이 실제 이혼인지 위장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 대장에 생긴 암세포를 제거하고 딸과 가끔 만나는 사이인 사람, 가게 보증금으로 야금야금 월세를 내고 있어 가게마저 위태로운 사람, 치매 걸린 노모를 돌보는 사람, 자기 시간을 갖기 위해 편의점에서 새벽 알바를 하는 사람...

그들은 모여 연습하고, 연습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율도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세월호를 이야기 한 <검은 바다>, <노래 불러> 라는 자작곡과 대중들에게 익숙한 팝들을 연주하는 수요밴드..

그들은 공연비를 받으면 <낙원>에 투자하려 했으나, 행사장에서 작곡한 <쓰나미가 온다>라는 곡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연주하고야 만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 흔하게 있는 그런 모습의 삶을 사는 이들의 모습..

스쳐보면 삼류 인생일지 모르나, 행복도 아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일상으로 사는 우리들보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 행복해지는 것이 있으니 이보다 더 일류 인생이 있을까 싶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 속 뭔가 아무것도 없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인생들같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열정적인 삶의 태도에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들의 가치도 우리의 가치도 신용등급처럼 쉽게 매겨져서는 안되는 하나밖에 없는 인생이니 우리 조금 더 화이팅해서 사는 것이 어떨까?


(P.161)너도 대한민국 일류 경찰은 아니잖아. 그런데도 꼬박꼬박 월급 나오지?

하지만, 삼류 딴따라는 월급도 못 받고 평생 그 짓을 한다. 왜 나같은 놈이 이러고 사는지 아냐? 너 같은 새끼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일만 하니까 그래. 우리 일이 노는 일인데 사람들이 개처럼 일만 하지 놀지를 않아요.

-- 중략 -- 월급 좀 받는 걸 가지고 뭐 세상 잘 살았다고 지랄이냐, 지랄이. 우리 인생 삼류 아니다."


 (P.272) 주변 소음이 사라지고 감성이 풍부해지는 시간대에 누군가의 슬픔을 환기시키는 블루스가 들려온다면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위안을 얻고, 용서할 자를 용서할 힘이 생기고, 용서하지 않을 자를 용서하지 않을 용기도 솟아나니까.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적응을 하질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음악에는 아이돌의 음악,TOP 에 오른 몇 개의 음악을 안다고 해야 정확한 딱 그만큼의 앎인데, 너무나도 많은 음악에 대한 지식이 이들의 자작곡 제목처럼 쓰나미처럼 밀려와 허둥댈 뿐이었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이글스의 <데스페란도>부터 막히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스마트폰의 검색창에 딥 퍼플 <Smoke on the water> , 레인보우 <Tempie of the king> , 이글스 <Desperado> , 에릭 칼멘 <All by myself>등등.. 노래를 찾아 소설을 보며 끊임없이 들었다.

7080년대에 나왔던 팝들을 찾아보며 낯익은 팝들이 귀에 파고들때면 뿌듯해지는 기분까지..

마치 팝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처럼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특히 137페이지에서 김해진과 니키타의 뮤지션들과 음악들이 열거되어 있는 부분에서는 고민에 빠지기까지 했다.

'이 노래들을 다 찾아봐야 하나?'.. 귀가 즐거워지는 행복감과 책장을 넘길 수 없는 고문의 사이에서 말이다.

이 책은 배경지식이 조금 들어가니 책을 읽을 때 흥이 돋는다.

그들이 말하는 악기들의 기술들은 글로 읽는 것만으로는 상상이 되질 않아 우리 집 근처에 <낙원>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주인공들의 궁핍한 삶이 전이되는 것 같아 가슴이 살짝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팝에 대한 지식과 악기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이 읽는다면 그야말로 물 만나 팔딱거릴 수 있을 만큼 흥겨운 소설이다.


이 소설을 보며 음악을 하는 음악인을 다시 생각해본다.

무엇이 이토록 이들을 미치게 만드는지..

요즘 음악하면 K-POP을 이끄는 아이돌이 연상이 되기에 인디밴드를 하는 음악인들의 모습을 생각해보질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돌이든 배우든 페이부분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는 급이 다른 이들이 있으면 그 반대로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이들도 있을거라는 것을 사람들은 금방 잊는다.

미치도록 내리쬐는 태양이 징그러워 겨울을 기다리다가도 살을 에는 듯한 겨울이 오면 미칠듯이 쏟아내리는 햇볕을 까맣게 잊고서는 여름을 기다리는 꼴이니..

그들의 열정과 그들의 삶과 그들의 모습은 처절하리만치 마음을 배반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짠하고 마음이 쓰리다.

현재를 위해 지금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끌어올려 그것만 바라보는 모습에서 우리의 열정과 우리의 삶과 우리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그렇게 열정을 다하면 행복해지고, 조금은 여유가 생겨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1P.187) "방학이 되면 인턴이니 알바니 해서 열라 뛰는데...... 도서관과 고시원에 틀어박혀 벌써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애들도 있어요.

고작 먹고살려고 그 많은 걸 준비해야 한다니…… 어려서는 놀지도 못하게 해놓고."

아들의 이야기를 듣는 박타동은 할 말이 없다. 이것은 그가 만든 세계가 아니면서 동시에 그가 만든 세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계의 일단을 만들어놓고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뭔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얼마나 무책임한 소리인가.

박타동의 아들이 하는 한탄과 돌이킬 수 없음에 대한 원망이 남 일 같지 않다.

훗날 아이들 앞에서 책임 회피를 하지 않게 놀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겠다..싶다.

수요일이 다가온다.

수요일에는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다.

수요 밴드처럼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아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행복해 보였어요." 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너희가 행복해 보이는구나.."라는 말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주일의 가운데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수요일, 수요 밴드처럼 뭐든 해보자. 남은 요일을 더 열심히 달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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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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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6일>

상냥한 폭력의 시대 by 정이현 - 친절과 미소속에 숨겨져 있는 폭력의 진실

평점 : ★★★★


참 제목이 예쁜 책을 만났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

내 느낌에는 그랬다.

'폭력'이라는 단어와 '상냥한'이라는 형용사와의 만남이 매끄럽지 않으면서도 나는 이 제목이 예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이현'이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집어들었고,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높았다.

소설집이라고 떡 하니 써있었음에도, 단편집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읽어내려간 소설들..

'달콤한 나의 도시'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뭔가 절제되어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들과 차가움이 느껴지는 그들의 모습이 자꾸만 그려졌다.

앞표지의 그림이 너무 잘 어울리는 소설집이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네모난 박스의 아파트에 사는 내 모습같이 보이고, 내 이웃의 모습같이 보이고..

총 7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상냥한 폭력의 시대>...

7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나는 어느 이야기의 주인공과 가장 비슷한지 비교해본다.

7개의 모습이 다 나일 수도 있겠다는, 끔찍한 생각도 하면서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을까, 라며 동질감이 느껴지는 동족을 찾고 싶어 두리번거린다.

그런 이들이 내 주위에 얼마나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1. 미스 조와 거북이와 나

(P.33) 침대에 누워 채소 샐러드를 먹으면서 바위와 샥샥의 목덜미를 번갈아 쓰다듬고 있으면 반드시 세계와 내가 이어져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샥샥과 나 사이에, 바위와 나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줄은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천천히 소멸해갈 것이다.샥샥은 샥샥의 속도로, 나는 나의 속도로, 바위는 바위의 속도로.

2. 아무것도 아닌 것

(P.52) 유리 파편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을 거예요. 걸을 때마다 발다박에 스칠 거라고요.

(P.60) '김보미 아기'는 불완전한 존재였다. 불완전하고 위태로웠다.아기의 법적 보호자조차 되지 못하는 미성년자 김보미도 불완전하고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부터 프라이팬으로 요리를 할 때마다 짝꿍이 아닌 유리뚜껑을 바라보며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내가 보였다.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던 내 삶인 것 같은데, 프라이팬에 맞지 않는 유리뚜껑을 보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내 모습도 줄 위의 서커스단마냥 위태로워 보이는 건 아닌지 하고 말이다.


3. 우리 안의 천사

(P. 97) 내가 잠시 한눈을 팔아도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단죄가 또 유예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하고 절망했다.

극적인 파국이 닥치면, 속죄와 구원도 머지않을 텐데.또다시 살아가기 위하여 나는 바다 쪽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6. 서랍 속의 집

(P.182) 차가 고속화도로를 120킬로미터로 달리는 내내 부부는 정적을 지켰다. 대화가 없어도, 음악이 없어도, 라디오 소리가 없어도, 사랑이 없어도, 세상 모든 소리와 빛이 사그라진 곳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관계였다.

7. 안나

(P. 215)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원망하기 위해서, 욕망하기 위해서, 털어놓기 위해서.

(P.218) 안나의 선량한 눈매와 묘하게 대비되는 무덤덤한 말투는 듣는 상대로 하여금 힘든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경은 입술로는 어머 어떡해요, 라고 했지만 무겁지만은 않은 기분으로 안나가 이어 들려줄 이야기를 기다렸다.

~ 안나의 이야기들은 지독히도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경에게는 도리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덕분에 경은 자신의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P. 222) 위대한 아이들 틈에서 기특한 아이는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경은 너무 늦지 않게, 고맙습니다, 라는 답장을 보냈다.

웃고 있는 이모티콘이나 하트도 잊지 않고 붙였다.  아이가 옮길 유치원을 결정했다.

안나를 바라보며 자신이 한 수 위라는 위안을 받는 경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녀의 영혼없는 대답과 문자를 보내는 리액션이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경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겠구나, 라는 목적지에 닿아있었다.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자조적인 웃음이겠거니..하면서..

우리는 슬프고 마음 아픈 일에 깊이 공감하며 눈물도 흘리고 슬퍼한다.

그 눈물과 슬픔이 나는 저 사람보다 낫구나,라며 위안을 삼을지도, 내가 당하지 않은 일이라 다행이다, 라는 안도가 섞여 있을 수도 있겠다..싶다.

상냥하고 냉정하고 차가운 시대를 살고 있는 이야기를 대변하는 문장들을 꼬집어내면서 소설들을 다시 읽는다.

읽으면서 공감하고, 읽으면서 반성하고, 읽으면서 씁쓸하다.

저 모습이 내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저 입장이면 나도 저러겠지..라는 마음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역시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현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최적화가 되어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않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면서도 폭력이 아닌 것처럼 포장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얼핏 보이고 말았다.

보여지는 모습과 마음이 동일시되지 못하고, 그 가운데 가식이라는 가면이 씌워져있는... 싸늘한 웃음과 어느 것이 진짜 모습인지 알지 못하도록 나와의 접근을 막아버리는..

나와 내 가족뿐 아니라 흔한 예능방송과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목격이 되고, 사용되고 있는 '영혼없는 대답 & 영혼없는 리액션'이 그 답이지 싶다.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면서도 공감한 척, 별로 좋지 않은 마음이면서 손은 '좋아요'를 터치하는 가식을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좀 더 솔직해지면 따를 당하는 사회..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배제된 사회..

그런 사회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이제는 진실된 소통과 공감의 길을 찾아봐야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우리도 산업시대의 마인드를 벗어나 휴먼시대의 마인드로 변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제 3자가 되어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작가들도 대단하지만, 편집자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권의 책이 이해가 되어버리는 글귀를 뒷 부분의 몇 줄을 올리는 그 능력.. 놀랍기만 하다.

그들이 고심하여 올린 그 문장이 한 권의 책에 대한 느낌을 정리해준다.

느끼는 것보다 표현이 어려워 고민하는 나같이 어설픈 독자에게 강력한 한 방이다.

 

미소 없이 상냥하고 서늘하게 예의 바른 위선의 세계.

무서운 것도, 어색한 것도, 간절한 것도 '없어 보이는' 삶에 질기게 엮인 이 멋없는 생활들에 대하여

"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천천히 소멸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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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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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7일>

기린의 날개 by 히가시노 게이고 - 진실앞에 설 수 있는 용기, 하늘빛 희망

평점 : ★★★★반


믿고 보는 일본 작가이면서, 심장이 쫄깃해지는 스릴러소설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작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작가..

이렇게 정의를 해도 무방하지 않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나왔다.

그의 책을 보면 시작이 매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접하다보면 시작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 책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느낌이 나만 받는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반면에 그의 책은 시작이 쉽다.

시작이 쉽다는 말은 빨리 이야기 속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말로 바꿔도 무방하지 않을 것 같다.

글을 읽다보니 그리고 글을 끄적거리다보니 -사실 글을 쓴다..라는 말은 작가들만 하는 말인 것 같아서 나는 '글을 쓴다'..라는 말이 쑥쓰럽다..아직 자신감이 부족한 말을 대변해주는 마음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쉬운 문장이 좋고, 쉬운 글을 적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려운 글을 쓰는 작가들의 어휘력과 문장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머리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무슨 문제가 되었든 간략하면서도 산뜻한 문장이 보기 좋고, 읽기 좋고.. 또 마지막 책장까지 달려가는 속도를 유지해주는 것 같아 선호하는데 그의 책이 그렇다.

장황한 서론이 존재하지 않아도 그의 소설속으로 몰입하면서 형사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수사하는 것과 같은 기분.. 이 기분이 짜릿하여 굳이 그의 소설을 찾아 읽는다.

 

 

항상 새로운 소재로 재미를 주는 그의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가가형사 그리고 그의 사촌 동생인 마쓰미야 형사..

나혼바시 다리에서 칼에 찔린 남자가 파출소 순경에게 목격된다.

바로 병원으로 후송되지만 그는 죽게 되어 살인사건이 된다.

건축 부품 제조 회사 '가네세키 금속'의 제조 본부장이었던 다케아키를 칼로 찌른 범인으로는 근처에서 순찰중이던 경찰을 보고 달아다나 교통사고가 난 후유키가 유력해지지만 그는 끝내 죽고 만다.

다케아키가 어디를 다녔는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그의 가족들...

'가네세키 금속회사'의 계약직이었던 후유키가 산재를 당했으나, 아무런 보상도 없고, 재계약도 해주지 않아 무직이 되어 그를 살해한 범행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게 된다.

또, 다케아키는 회사의 비리를 아랫사람들에게 지시한 파렴치한 상사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묻히는 사건을 가가형사와 마쓰미야형사는 피해자의 동선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며, 그의 걸음을 따라가다 그가 들린 곳들에 집중한다.

그리고, 유토가 수영부였던 중학시절인 3년전 사건에 대해 다가가게 된다..


이 책을 잠자리에서 399페이지까지 읽었으나 잠이 너무 와서 책을 덮고 잠을 잤는데, 범인은 아나 범행의 전말을 알지 못한 나는 책의 앞 내용들이 무한 반복되는 꿈에 시달렸다.

결국 새벽 3시에 일어나 남은 20여페이지를 읽고 다시 잠을 편히 들 수가 있었다.


읽다보면 일본 문화의 신사순례등의 이야기가 길게 나와 지루한 면은 없지않았지만 피해자가 신사순례를 다닌 이유가 이 사건의 중요한 부분이었기에 많은 양을 할애한 듯 하다.

이 책은 420페이지가 넘는 두께이나, 대부분의 면들이 피해자의 발길을 따라 수사해가는 모습과 주변정황들이었고, 실제 범인과 사건의 전말은 뒷쪽의 20여페이지가 전부다.

하지만, 90%의 앞 페이지는 이 짧은 부분에 이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고, 사건의 전말을 보기 위해 달린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뿌듯해지는 마음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까지...


(P.411) 그건 당신이 그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쳤기 때문이야.

잘못을 저질러도 어물쩍 넘어가면 다 해결된다고 말이지.

3년 전 당신은 세 아이에게 그렇게 가르쳤어. 그래서 스기노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 거야.

아오야기 씨는 당신이 잘못 교육한 아들에게 무엇이 옳은 일인지 가르치려고 했어. 그것도 모르면서 당신이 무슨 선생이야.

수사는 이래야 한다.

정황, 증거까지 나와 있는 사건이라도 진실을 입 여는 자가 없으면 돌고 돌아도 수사를 해야 한다.

살인자로 평생 불리어졌을지도 모르는 후유키의 진실을, 불의를 보고서도 아이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비열한 짓을 저지른 이토가와 선생의 더러움을, 자신이 죽는 그 순간까지 아들에게 정의를 알려주고, 그 길로 가기를 원했던 아빠의 마음을 늦게 알아버린 유토의 어리석음을..

우리는 다 정확하게 알아내고, 알아채야 한다.

용기를 내는 것, 진실로 다가가는 것, 자신이 믿는 대로 하는 것이 힘들지라도 우리는 기억의 줄을 잡고 있어야 한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가 날 때까지 우리는 깨어있어야 한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있는 현명함을 지켜내야 한다. 


(P.396) 용기를 내라,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자신이 믿는 대로 하고, 라고.

 ' 기린의 날개 - 언젠가 날아오를 그날을 꿈꾸며'

하늘색의 책표지가 저 하늘 끝의 모습처럼 보여 눈앞이 흐려진다.

종이로 만든 색색의 학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어떤 이의 희망이 눈에 밟혀 마음이 시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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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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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1>

지금 이 순간 by 기욤 뮈소

평점 : ★★★★


믿고 보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

기욤 뮈소의 작품을 만나면 그의 다른 책들도 읽게 됩니다.

그렇게 두터운 독자층을 가진 그의 책은 참 매력적입니다.

제목은 로맨스소설마냥 달콤한데 안을 들여다보면 스릴러에 판타지 요소까지 가득합니다.

독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현실과 비현실을 왔다갔다하며 깊이 빠져들게 되구요.

그런 묘한 매력에 우연히 접하게 된 그의 소설을 다 읽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런 반전이....

재미있어서 책장 넘기는 소리가 쫘르르 들리는데, 그의 소설을 읽게 되면 '날새워 읽었다'..라는 표현이 걸맞는데....

이상하게도 후에 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다.

책을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읽은 책을 다시 읽기에 시간이 부족한 수아씨..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살펴보다가 다시 읽자..하고 집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요..

예전 다이어리를 찾아보니 '2016년 4월 6일'에 읽은 날짜가 표시되어 있었더라구요...^^ 한 달 부족한 1년전입니다.

뒷부분의 줄거리를 보며 기억이 살짝살짝 납니다...^^

읽었던 책이었음에도 역시 '기욤 뮈소'의 책입니다.

편하게 몰입하면서 단기일에 읽었답니다^^;

 

 

기욤 뮈소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1년에 단 하루만 주어진다면 당신은 삶과 사랑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

시간의 장벽 앞에서 우리의 사랑은 과연 영원한 현재형일 수 있을까?

 

아서는 친부가 아닌 프랑크 코스텔로를 따라 가문의 소유인 24방위 바람의 등대에 가게 된다. 프랑크는 아서에게 24방위 바람의 등대를 유산으로 주며 실종된 할아버지의 생존 사실 이야기와 등대를 절대 다른 이에게 양도하지 말것, 지하실 철문을 열지 말 것이란 조건을 단다.

전 등대의 소유자 역시 실종되었었다는 이야기를 확인한 아서는 아버지가 절대 하지 말라는 지하실의 철문에 발을 들인다.

'23방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으리라'는 문구가 새겨진 풍향도가 그려진 문을 열고 들어간 아서..

아서는 움직일 수 없는 어떠한 힘과 고통을 느끼게 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낯선 곳에서 눈을 뜨게 된다.

설리반 할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살아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어 탈출을 시킨 아서는 그에게서 시간여행을 하는 것, 단 하루 24시간만 세상에 머물고, 그 하루는 세상의 1년과 같다는 것을 전해듣게 된다.

아서가 깨어날때마다 인연이 되는 리자를 사랑하게 되고, 리자역시 생명의 은인인 아서를 사랑하게 된다.

그의 비밀을 알게 된 리자...

아서가 하루가 지나고 사라졌다 돌아오는 시간이 리자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기에 그들의 사랑에도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P. 195)

우리 둘 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사항에 대해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고 느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자는 것…….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느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내팽개치지 말자는 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모든 걱정과 우려는 시간 낭비였다.

(P.224)

"아서, 돈에 대해 함부로 예단하면 안 돼. 돈이 없으면 자유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 네 인생이 끝났다고 단정하지 마.

마음에 담아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자 할 때 항상 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기 마련이지."

(P.308)

"무엇이든 절대로 돌이킬 수 없다는 게 등대의 진실이야.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 없어.

그렇게 때문에 주어진 대로 그냥 살아가면서 더 이상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그게 바로 진실의 전부야."

(P.325)

아이들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가 있을 때나 축구시합, 학예회같은 행사에도 제대로 참석하지 않았죠.

그 당시에는 그런 일들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지금 하지 못하면 나중에 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었죠.

사람들은 흔히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걸 그때는 몰랐어요.


이 책은 참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합니다.

매일매일 주어지는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친듯이 앞으로 나아갈 일만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 것인지...

우리는 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순간순간 깨닫게 되면서도 금세 잊어버리고 마는...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어제 캠프를 다녀온 아이를 꼭 껴안고 잠을 자는 거예요." 라고 말하겠지요.... 어제 둘째 아이의 빈 잠자리가 많이 낯설었거든요.

지금 이 순간, 내가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1순위가 되어야 하는건지 알지 못하겠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를 권해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하루같은 1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입니까?"


책을 읽는다고 하는 분들 중 기욤 뮈소의 책을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할 정도로 두터운 독자층을 이루고 있지요.

한번도 접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접한 사람은 없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력적인 책들입니다.

저역시 한 권을 보고 다른 책들을 전부 읽었을 정도니까요.

그만큼 매력적인 소설이 가득한 기욤 뮈소의 책..

아직 접하지 못하셨나요?

새로운 무언가가 내 인생에 생겼으면 하는 마음, 설레이는 마음이 가득해지는 3월...

기욤 뮈소의 '지금 이 순간'은 설레이며 만나는 햇살 따뜻한 봄날과 같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책을 덮으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지금 나의 곁에 봄이 얼마나 왔나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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