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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세상에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여유는 없다. 사놓고 못 읽은 책이 책장 한 켠에 쌓여 있건만, 욕심나는 책들은 여전히 내 눈을 파고드는구나.
나쁜 고양이는 없다
꼭 내가 고양이를 사랑해서,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건 아니다. 나는 고양이와 함께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얻었고, 그중 가장 큰 것이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게 된 거라 생각한다.
꼬질꼬질한 몸으로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고 때로는 늘어지게 대자로 뻗어 제 몸을 핥고 있는 아이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거나 날카로운 눈동자로 사람들과 눈을 마주쳐 소리를 꽥 지르게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도 결국은 이 지구를 우리와 같은 권리로 살아가는 한 생명체일 뿐이다. 사람들이 너무나 하찮게 생각하고 때로는 학대하기도 하는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사람 이용한의 세 번째 책 <나쁜 고양이는 없다>는 그래서 고맙고 소중하다. 그의 사진 속에 담겨 있는 길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 그들을 ‘소중한 존재’로 대하는 진심이 묻어나는 글에서 사람들이 제발 그들이 고양이로서가 아닌, 한 생명체로 존중하는 마음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럼 분명, 그들의 마음도 한결 따스해질 테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하루키다. 하루키니까. 이것 말고 더 이상의 이유가 필요한가?
만년 40대 젊은 작가의 감성과 글발을 보여주는 하루키가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글을 보아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잡문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이 책을 읽고 있는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소설가이자 인간 하루키를 제대로 볼 수 있어 너무너무 좋은 책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우리가 동경하고 궁금해하던 하루키의 오롯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가 왜 글을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소설과 번역은 으게에 어떤 존재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진심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알고 싶다면 당장에 집어들어야 할 책.
절대강자
‘하루키니까’와 마찬가지로 이외수다. 이외수니까 이 책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거다.
이외수의 책을 처음 읽은 게 대학교 때였나. 좀 뒤늦게 읽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에세이였던 것 같다. 당시 그의 글발보다는 감성과 대상을 비틀어 보는 시각에 뿅 반한 나는 한동안 꽤 열심히 그의 책을 읽었더랬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따위는 관심도 없었고, 오로지 그의 글 자체가 나를 매료시킬 뿐이었다. 이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고,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적도 있는데 예상대로, 아니 글로 예상한 것보다 그는 더 멋졌고, 소박했으며, 귀여웠고(-_-;), 매력적이었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니 어찌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삶을 지긋이 응시하다 결국 뚫어보는 그의 통찰력과 세태를 요리조리 비틀어 보다가 정곡을 찌르며 한 방 날리는 그의 감성과 통쾌함을 뽐내는 그가 <절대강자>에서는 또 어떤 주옥같은 말들을 늘어놓을지 나는 이미 기대 만발이다.
고양이가 왔다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스노우 캣의 작품에 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옹이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스노우 캣이 자폐증이라는 걸 어제야 알게 됐는데, 그런 그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고 살아가게 한 게 다름 아닌 나옹이라고 한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나옹이와 그녀가 6년 전 뉴욕으로 떠났었다고 하는데, 거기에서의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나옹이와 함께한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에 덧입혀진 그녀의 위트와 귀여운 그림이 이번에는 어떤 작품으로 탄생했을까. 나옹이의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책 를 너무 잘 봤던 탓에 이번 책에 대해서도 내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부드러운 양상추
으아아아. 에쿠니 가오리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들 중 여성 작가로는 단연 으뜸인 그녀의 신간이 드디어 나왔다. 생긴 것만큼이나 여리여리하면서도 조곤조곤한 문체로 글을 풀어내는 그녀에게 사실 나는 동경을 넘어선 어떤 질투심마저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뿐만이 아니라 그녀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었는데, 그녀의 기존 에세이집은 그런 것까지 알기에는 부족했던 게 사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그런 것들을 좀 더 느낄 수 있다고 하니 완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달의 신간 중에는 유독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눈에 띄는데 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에 또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