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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여인 ㅣ 마음그림책 22
김수완 지음, 김수빈 그림 / 옐로스톤 / 2025년 6월
평점 :
어느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에 '거대한 여인'이 살고 있습니다. 마을의 모든 것을 사랑했던 이 거인은 단 한 가지,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견디지 못합니다. 고양이는 단지 “야옹 야옹” 울었을 뿐인데, 여인은 그것을 참지 못하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 듭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점점 더 커지는 혼란과 마을의 파괴였습니다.
『거대한 여인』은 문제를 만났을 때 우리가 얼마나 쉽게 ‘힘’이나 ‘분노’라는 도구에 기대는지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보려는 노력 없이 ‘불편하다’는 감정만으로 밀어붙인 결과, 사랑하던 마을조차 잃게 되는 거대한 여인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림책은 단순히 교훈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섬세한 관찰과 따뜻한 감정의 흐름으로 독자에게 ‘조급함’과 ‘오해’의 위험성을 전합니다. 거대한 여인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조용히 문제를 바라볼 때, 놀랍도록 간단하게 해결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어른 독자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김수완 작가의 이야기 구성은 아이들도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구조이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습니다. 김수빈 작가의 그림 또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줍니다. 크고 단순하면서도 감정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장면들은, 말보다 더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고양이의 작고 약한 존재감과 여인의 압도적인 크기의 대비는 ‘힘의 불균형’이 만들어내는 문제를 시각적으로도 인상 깊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감정 조절과 문제 해결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기에 적합합니다. 더불어, 어린이와 함께 이 책을 읽는 부모나 교사들에게도 "아이를 이해하는 법", "문제를 천천히 바라보는 태도"를 환기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바쁘고 분주한 일상에서 문제를 빠르게,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우리에게 늘 있지만, 때로는 멈춰서 그 문제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줍니다.
『거대한 여인』은 ‘감정 다루기’라는 인생의 중요한 과제를 다정하고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작품입니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삶의 문제들, 특히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감정의 폭발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그러나 어른의 가슴에도 닿도록 그려냈습니다.
문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태도, 그리고 조용히 바라보는 마음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주는 그림책.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꼭 필요한, 요즘 시대에 특히 의미 있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