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몰려온다
지상에 서 있는 모든 것이 고난이다
부러질 듯 휘었다가 다시 선다
낙엽의 비명만큼 또 휘어진다
살아가는 것들의 소란스런 가벼움이다
지상이 시련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땅 속에 심을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상은 살아가며 쌓인 어둠을 모두 뿌리로 보냈다
뿌리는 지상의 무거움을 모두 받아 내렸다
흙 속에 한 삶의 중심이 만들어 진 것이다
뿌리는 고요 속에서 무게의 어둠을 만끽한다
곧은 뿌리, 수간(樹幹) 높이만큼 맞춰 내렸다
녹음의 무게와 똑같은 붉은 추(錘)의 고요한 깊이에
지상은
태풍을 살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지상의 힘은 뿌리에 담긴 어둠의 무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