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으로 찾아온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
일본이 거장으로 손꼼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신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들고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전작들의 깊이는 그대로 간직 한 체 한 없이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해진 그의 영화를 보니, 그의 예전 영화들이 저절로 생각난다. 이 추운 겨울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따뜻한 감성으로 이겨내 보자.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2011
나는 비로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팬이 되고야 말았다. <걸어도 걸어도>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렇게나 유쾌해질 수 있을지 몰랐다. 화면이 담아내는 무게감과 그 깊이, 애 어른 할 것 없이 눈짓이 하는 수 많은 말들에는 변함이 없는 가운데 미치도록 사랑스러워졌다. 아직도 놀랍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이토록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눈물과 불안이 아닌 웃음과 희망으로 말하고, 바라보며 다가간다. 그런데 그 웃음 끝에는 어느새 작은 눈물이 남게 된다. 하지만 이 눈물이 웃음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이 영화의 힘이고 매력이다. 터무니없이 엉뚱한데 허를 찌르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자지러지게 웃다보면 어딘지 모르고 애잔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 눈물이 결국 가 닿는 것은 희망이라는 사실이 또한 더욱 뭉클한 것이다.
그 희망 자체가 어쩌면 말도 안 되는 기적일지 모른다. 상황은 언제 최악이 될지 모르고, 아이들은 천천히 차근차근 상처 받게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기적 같은 것을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 희망한다. 가면 라이더가 되도록, 좋아하는 선생님과 결혼할 수 있도록, 강아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배우가 될 수 있도록,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엄마, 아빠,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 화산이 폭발할 수 있도록. 아이들은 그것을 희망하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러한 일들은 기적이며 일어 날 수 없다고 생각 하는 것은 어른들 뿐이다. 아이들로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믿을 수 없는 기적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가족이 아닌 '세계'를 택하고야 마는 아이에게서 후회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삶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 그것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힘, 그것이야 말로 기적이라는 생각이다. 어린 아이들의 작은 미신으로도 이렇게 삶 전체를 끌어올려 뒤흔들 수 있는 영화의 힘을 지켜본 것도 어쩌면 기적이다. 누군가는 끝끝내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을 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걸어도 걸어도> 2009
시놉시스 : 현대 일본사회에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사랑과 원한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한 가정의 이야기. 15년 전 끔찍한 사고로 죽은 맏아들의 기일날 온 가족이 모이면서 그간 숨겨져 있던 비밀들의 실체가 드러난다
<아무도 모른다> 2005
시놉시스 : 가을. 도쿄의 한 작은 아파트에 네 남매와 젊은 엄마가 이사를 온다. 집주인에게는 식구가 적은 척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와 12살 장남 아키라는 몰래 동생들을 짐 속에 숨겨 들여온다. 엄마는 아이가 넷이나 딸린 싱글맘이라는 것이 발각되면 아파트에서 쫓겨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말 것, 밖에 나가지 말 것 등등의 규칙을 정한다. 또 이 철없어 보이는 엄마는 아이들(심지어 네 아이들 모두 아버지가 다르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는다. 집안에서만 갇힌 듯 살아가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려간다. 어느 날, 엄마는 아키라에게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쪽지와 약간의 돈을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이제부터 아무도 모르게 네 남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모험이 시작된다.
겨울. 엄마가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났어도 여전히 네 아이들은 집안의 특별한 규칙을 지키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아무렇지않게 엄마는 선물을 사 들고 불쑥 나타난다. 하지만 머무는 것도 잠시, 그녀는 서둘러 짐을 챙겨가지고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집을 나서지만 역시 돌아오지 않는다. 섣달 그믐까지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아키라는 엄마가 보내온 편지 주소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걸지만, 엄마의 성이 바뀐 것을 알고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것을 깨닫지만 동생들에게는 이 사실을 숨긴다.
봄. 엄마가 보내온 돈도 바닥나고 편지도 끊기고, 밀린 세금 영수증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네 남매가 더 굳게 뭉쳐야 한다고 느낀 아키라는 더욱 적극적으로 동생들을 돌본다. 네 아이들은 처음으로 함께 밖에 나가 편의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사고 공원에서 놀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여름. 이제 아이들은 매일매일 공원을 찾는다. 집에는 전기도 수도도 모두 끊겼기 때문에 공원에서 머리를 감고 빨래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언제나 학교를 빼먹고 벤치에 않아있는 소녀 사키가 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그녀는 아키라와 친해지고 네 남매의 친구가 된다. 아키라는 동생들을 굶기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 절망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되는데…
<공기인형> 2010
시놉시스 : 어느날 갑자기 사람의 감정을 갖게 된 공기인형 ‘노조미’. 바깥세상이 궁금한 그녀는 주인 몰래 외출을 시작하고,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 하며 말과 행동을 배우기 시작한다. 우연히 찾게 된 비디오 가게에서 점원 ‘준이치’를 보고 한눈에 반하는 노조미.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문구를 보고 찾아온 사람으로 착각한 준이치로 인해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날부터 노조미는 주인이 퇴근하고 돌아올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인형이 되고, 아침이 되어 주인이 출근하면 평범한 여자처럼 화장도 하고, 자신을 꾸미며 준이치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DVD를 정리하던 노조미는 모서리에 팔이 찢기는 사고를 당하고, 몸 속의 공기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준이치에게 들켜버리고 마는데…
영화제 소개글. '사람이 되어가는 인형'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멜로환타지물. 공기인형이 어느날 갑자기 감정을 갖게 되면서 주인 몰래 바깥세계를 다니며 여러 사람과 교감을 하게 되고 비디오 렌탈가게 점원 준이치를 사랑하게 되면서 아픔을 겪게 되는 내용의 영화.
배두나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 공기를 주입해 넣는 실물크기의 인형이 주인과 함께 아파트에서 쓸쓸한 날들을 보낸다. 어느 날 인형에게 생명이 불어 넣어지고, 그 인형은 비디오 가게 직원 준이치와 사랑에 빠진다.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인형이 우연히 손을 베이면서 준이치 앞에서 공기가 빠져버린다.